[칼럼] 하나님의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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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 목사/두란노침례교회 담임

주님께선 베드로의 신앙 고백-“주는 그리스도시요 살아계신 하나님의 아들이십니다.”-을 들으신 후 그에게 천국 열쇠를 주셨습니다. 사도 행전을 보니 천국 열쇠는 교회를 여는 열쇠였습니다. 베드로가 유대인을 위해 이 열쇠를 사용한 때는 주님께서 승천하신 후 10일이 지난 후였고, 사마리아를 위해 사용한 때는 2년쯤 후였습니다. 그리고 오늘 본문의 사건은 10년쯤 후에 일어났습니다. 10년이면 제법 긴 시간입니다. 하나님께선 왜10년이란 긴 시간이 지난 후에야 이방인들에게 교회의 문을 열어주신 걸까요? 베드로가 준비되는데 10년이 걸렸기 때문입니다. 

에베소서 2장에서 바울은 율법이 유대인과 이방인들 사이에 넘을 수 없는 담을 우뚝 세웠다고 말합니다. 예수님께서 십자가 위에서 이 담을 헐어버리셨는데…그러나 실제로 성도들의 삶에서 이 담이 무너지기까지는 아주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그 증거가 사도행전 11장에 있습니다. 베드로가 이방인 고넬료 집에 머물렀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난리가 난 겁니다. 베드로가 예루살렘에 도착했을 때, 교회는 당장 이 일을 문제 삼았습니다. “네가 어떻게 무할례자의 집에 들어가 함께 먹을 수 있느냐?” 예루살렘에는 주로 교회의 리더들만 남아 있었습니다. 이방인에 대한 리더들의 생각조차, 은혜의 시대가 열린지 10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율법 시대에 머물러 있었던 겁니다. 

하나님께선 우선 베드로가 유대인 모두를 똑같이 품을 수 있도록 훈련하셨습니다. 그 결과 베드로는 시몬이라는 피장의 집에 머물 수 있었습니다. 피장이란 가죽 만드는 사람을 말합니다. 직업상 계속해서 동물의 사체를 만져야하는 피장은 부정한 직업입니다. 율법에 따르면 짐승의 사체를 만지는 자는 하루종일 부정하게 됩니다. 그런데 피장은 거의 매일 짐승의 사체를 만져야 하는 겁니다. 그래서 유대 사회는 피장을 일반 주거지에서 분리시켰습니다. 문둥병자처럼 대한 겁니다. 그런데 베드로가 피장 시몬의 집에 머물고 있는 겁니다. 베드로는 이제 율법이 정한 지경을 초월해서 유대인이라면 구분없이 모두를 다 품을 수 있게 된 겁니다. 그렇게 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겁니다. 여기까지 이끄신 하나님께선 환상을 통해 베드로가 더 크게 도약할 수 있도록 도와주십니다. 율법적으로 부정한 짐승들이 가득 담긴 보자기를 내려주시고 베드로에게 ”잡아 먹으라”고 하신 후, 베드로가 거부하자 “하나님께서 깨끗게 하신 것을 네가 속되다고 하지 말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주신 겁니다. 그리고 베드로에게 똑같은 환상을 3번이나 보여주심으로, “하나님께서 깨끗게 하신 것을 네가 속되다고 하지 말라”는 말씀을 그의 영혼에 각인시켜주셨습니다. 도약을 위한 하나님의 도우심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환상이 끝나자마자 이방인 고넬료가 보낸 사람들이 도착한 겁니다. 이때 성령님께서 “내가 보낸 사람들이니 의심치 말고 함께 가라.”고 말씀하십니다. 내려가 자기를 찾는 사람들을 만나보니 평소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이었습니다. 고넬료라는 이름도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신비한 방법을 통해 이 이방인들을 자기에게 보내신 하나님의 마음을 깨닫게 된 베드로는 천국의 열쇠를 챙겨 이방인 고넬료의 집을 향해 떠났습니다.

아브라함은 자녀를 주신다는 하나님의 말씀을 듣고 25년 동안 기다려야 했습니다. 요셉에게 주신 꿈, 형들의 볏단이 자기 볏단을 향해 절하는 꿈은 22년 후에야 이루어졌습니다. 다윗은 기름부음 받은 후 20년쯤 후에야 통일 이스라엘의 왕이 됩니다. 하나님께서 약속하신 시점부터 그 약속이 이뤄진 시점, 그 사이의 시간들을 들여다 보면 성숙함을 돕는 하나님의 손길로 꽉 채워져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하나님께서 timing을 운영하시는 방법입니다. 하나님께선 자녀들이 약속을 누릴 수 있을만큼 성숙했을 때 약속을 이뤄주시는 겁니다.

하나님의 타임 운영법을 아는 신앙인은 기다려야 할 시간을 믿음으로 인내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