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하나되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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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 목사

2020년을 시작하면서 예수님의 마지막 기도 내용을 나누고 있습니다. 주님은 “아버지와 내가 하나인 것처럼” 제자들도 하나가 되길 원한다고 기도하십니다. 그리고 하나됨을 이루는 방법도 가르쳐주셨습니다. “내가 저희 안에, 아버지께서 내 안에” 계시면 하나가 될 수 있다는 겁니다. 하나님께서 제자들 안에 임하실 때 교회 공동체가 온전히 하나가 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보다 알기 쉽게 말하면 교회 구성원 모두가 성령 충만하게 될 때 연합을 이룰 수 있다는 말입니다. 성령 충만하면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요?

에베소서 5장에 따르면 먼저 대화의 내용이 바뀝니다. 서로 대화할 때 시와 찬미와 신령한 노래로 화답하는 겁니다. 교회의 분열을 낳는 큰 원인 중 하나가 말입니다. 사랑과 배려 없이 쏟아놓는 말, 거짓말, 험담, 판단의 말 등이 관계를 깨버리고 마는 겁니다. 게다가 야고보서 3장 말씀처럼 말을 완전하게 통제하기란 거의 불가능합니다. 영성이 깊었던 다윗도 자신의 입술에 파수꾼을 세워달라고 기도했을 정도입니다. 그런데 성령님께서 우리 삶의 주인이 되시면 혀가 통제되는 겁니다. 성령님께서 주관하시는 입술에선 시와 찬미와 신령한 노래만 쏟아져 나오게 되는 겁니다. 그 결과 교회는 하나됨의 자리로 나아갈 수 있게 됩니다.

또 한 가지의 변화는 서로 복종하게 되는 겁니다. 겸손함과 상대방을 섬기고자 하는 마음이 복종을 낳습니다. 그런데 공동체 안에서 이런 마음을 갖는다는 게 참 힘듭니다. 주님의 제자들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주님과 함께 있으면서도 그들은 누가 더 크냐는 이슈로 자주 다투었습니다. 예수님께서 “천국에서 큰 자는 종이 되어 남을 섬기는 자”라고 가르쳐주셨지만 제자들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주님과 마지막 만찬을 나누는 자리에서도 같은 문제로 티격태격 합니다. 이때 주님께서 직접 겸손과 섬김의 본을 보여주셨습니다. 자리에서 일어나 허리에 수건을 두르시고 그릇에 물을 떠서 제자들의 발을 닦아주신 겁니다. 주님의 이 교훈은 성령님 오신 후 예루살렘에 세워진 초대교회에서 실천되었습니다. 한 가지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과부 구제 사역의 형평성 때문에 교회 안에 문제가 생겼습니다. 헬라파 과부들만 구제에서 제외된 일이 발생한 겁니다. 사도들은 행정을 담당할 집사들을 세워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습니다. 그런데 집사를 뽑고 보니 다 헬라파 출신 성도들이었습니다. 교회의 절대 다수는 히브리파 교인이었습니다. 헬라파 과부들이 다시는 그런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교회 전체가 배려하고 또한 의지를 보인 겁니다. 성령 충만한 초대 교회 성도들이 얼마나 겸손하게 서로를 섬겼는지를 잘 알 수 있는 사건입니다. 이 사건 이후 교회는 오히려 더 부흥하게 됩니다.

요한복음 14장과 16장에서 주님은 이 땅에 오실 성령님의 역할을 미리 가르쳐주셨습니다. 주님께서 가르쳐주신 말씀들, 즉 진리를 생각나게 하시고, 또한 이 말씀들을 지켜행할 수 있도록 도와주실 거라고 말씀하셨습니다. 하나됨을 위한 가르침도 마찬가지입니다. 성령님이 주관하시는 삶이 되면, 예수님께서 주신 새계명, 즉 서로 사랑하라는 말씀을 실천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기게 됩니다. 또한 주기도문을 통해 가르쳐주신 ‘우리’를 우선하는 마음으로 서로를 위해 기도하게 됩니다. 또한 70번에 7번까지 용서하라신 주님의 말씀도 실천할 수 있게 됩니다. 성령 충만한 성도들은 이렇게 주님 말씀 실천 위에서 교회의 하나됨을 이뤄갑니다.

하나님께서 시편 133편 말씀을 통해 하나된 공동체에 속한 구성원 모두에게 영육간에 풍성한 복을 부어주시겠다고 약속해주셨습니다. 2020년엔 모두가 성령 충만하여 이 약속을 마음껏 누리게 되길 축복하며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