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한국의 세시풍속 입동(立冬)

1778

나정숙나정숙 서울호텔관광전문학교 교수

 

입동(立冬)은 24절기 중 열아홉번째 맞는 절기로 겨울이 시작된다고 하며. 태양의 황경(黃經)이 225도일 때이며, 양력으로는 2015년 11월 8일 음력으로는 10월에 들고 서리가 내린다는 상강(霜降) 후 약 15일, 첫눈이 내린다는 소설(小雪) 전 약 15일에 든다고 한다.

입동 시기에는 동면하기 위해 동물들은 땅 속에 굴을 파고 숨었으며, 나뭇잎들은 떨어지고 풀들은 말라간다. 낙엽이 지는 것은 나무들이 겨울을 지내는 동안 영양분의 소모를 최소로 줄이기 위한 자연의 이치가 숨어 있다.

입동 무렵에 수확한 배추나 무를 사용하여 입동 전후 5일 내외에 담근 김장이 맛이 좋다고 하여 김장들을 하였으나, 요즘엔 온난화 현상 때문인지 김장철이 조금 늦어지고 있다.

예전에 농가에서는 냉해(冷害)를 줄이기 위해 수확한 무를 땅에 구덩이를 파고 저장하기도 하고 추수하면서 들판에 놓아두었던 볏짚을 모아 겨우내 소의 먹이를 준비하기도 했다.

입동에는 여러 지역의 향약(鄕約)에 전하는 바에 따르면, 계절별로 마을에서 양로잔치를 벌였는데, 특히 입동(立冬), 동지(冬至), 제석(除夕)날에 일정 연령 이상의 노인들을 모시고 음식을 준비하여 대접하는 풍속을 치계미(雉鷄米)라 하였으며, 그 해의 햇곡식으로 팥시루떡을 만들어 토광, 씨나락섬, 터줏단지에 가져다 놓았다가 먹고 농사에 애쓴 소에게도 가져다 주며 이웃집들과도 나누어 먹었다.

우리 조상들이 팥시루떡을 중요한 날마다 이웃들과 나누어 먹는 이유는 팥이 잡귀를 쫒아 준다고 전해져 왔기에 요즘에도 개업이나 이사 등 팥시루떡을 만들어 주변사람들에게 나누어 먹으며 기쁨을 함께 나누고 있다.

본래 치계미란 사또의 밥상에 올릴 반찬 값으로 받는 뇌물을 뜻하였는데, 마치 마을의 노인들을 사또처럼 대접하고 위하는 것이며. 살림이 넉넉지 않은 사람들도 일 년에 한 차례 는 치계미를 위해 참석 했지만 형편이 안 되는 사람들은 도랑탕(추어탕) 잔치로 대신했다.

입동 무렵 미꾸라지들이 겨울잠을 자기 위해 도랑에 숨는데 이때 도랑을 파면 살이 찐 미꾸라지를 잡을 수 있었으며, 이 미꾸라지로 추어탕을 끓여 노인들을 대접하는 것을 도랑탕 잔치라고 했다.

미꾸라지에는 단백질과 칼슘, 비타민이 풍부하며 지방이 적고 불포화지방산이 많아 다이어트와 성인병 예방에 좋다.

미꾸라지의 주성분인 B1, B2가 풍부하여 내장을 따뜻하게 하고 피의 흐름을 좋게 하므로 장기나 혈관을 깨끗이 해주며 당뇨병이나 황달 등 해독작용의 효능이 탁월하므로 원기회복에 좋은 추어탕을 먹고 기력을 회복 했다고 한다.

그 뿐만 아니라 미꾸라지는 콘드로이친이라는 점액물질을 함유하고 있어 피부미용과 노화방지에 탁월하다고 하니 요즘같이 피부가 건조하고 거칠어 질 때 먹어주면 좋을 듯하다.

동양에서는 입동(立冬) 후 음력 10∼12월 3개월을 겨울이라고 하며, 입동에는 날씨 점을 치기도 했는데 제주도 지역에서는 입동 날 날씨가 따뜻하지 않으면 그 해 겨울바람이 심하게 분다고 하였으며, 전남 지역에서는 입동 때의 날씨를 보아 그 해 겨울 추위를 가늠하기도 하고 전국적으로 입동에 날씨가 추우면 그 해 겨울이 크게 추울 것이라고 믿었다.

2015년 입동(立冬)에는 가뭄을 해결해 주는 단비가 내렸기에 내년에는 풍년을 예상해 보며, 올 겨울 몸과 마음이 따뜻하고 행복한 겨울이 되길 바란다.

 

시카고 한인사회 선도언론 시카고 한국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