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현실이 진리의 장매물이 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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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 목사/두란노침례교회 담임

다니엘 3장의 말씀을 읽고 묵상하는데 돈 키호테가 갑자기 생각났습니다. 돈 키호테는 세르반테스가 쓴 최초의 근대 소설이자 풍자 소설입니다. 자신을 기사라고 착각하고, 여관에서 몸을 파는 여자를 귀부인이라고 부르며 구애하고, 풍차를 적으로 착각해서 창을 들고 달려들던 돈 키호테 기억나실 겁니다. 그 돈 키호테가 이런 멋진 말을 합니다. “현실은 진리의 적이다.” 다니엘의 세 친구가 직면한 현실을 묵상하는데 이 대사가 떠오른 겁니다. 그의 말을 “현실이 진리의 장애물이 될 때가 있다”로 약간 수정하면 본문의 상황과 딱 어울리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다니엘의 친구들에겐 본문의 현실이 진리이신 하나님을 섬기는데 장애물이 되고 있습니다. 이방 나라 바벨론에 포로로 잡혀와 살고 있는 현실부터가 신앙을 지키기 위해 이겨내야 할 대상입니다. 특히 다니엘 3장 말씀은 신앙의 장애물이 되는 현실로 가득합니다. 높이 30미터 폭이 3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금신상에 절하라고, 절하지 않는 자는 극렬히 타는 풀무에 던져넣겠다는 느부삿네살 왕의 명령이 극복해야 할 장애물입니다. 다니엘의 친구들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가 절하지 않자 얼른 고자질하는 갈대아 사람들도 장애물입니다. 포로로 잡혀온 이방인 주제에 왕의 총애를 받고 높은 관직에 있는 친구들을 아주 못마땅해하는 사람들입니다. 또한 뜨거운 열기를 훅훅 발산하며 보는 사람의 마음을 공포심으로 짓눌러대는 풀무도 극복해야 할 장애물입니다. 이 모든 것들이 함께 어우러져 사드락 메삭 아벳느고의 신앙에 강력한 도전장을 내밀고 있는데, 이 장면이 꿈이 아니라 현실인 겁니다. 그리고 이 현실의 장매물들은 넘사벽(넘을 수 없는 4차원의 벽)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다니엘의 친구들은 이 무서운 현실의 벽 앞에서 굴복과 타협을 선택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최고의 신앙 고백으로 현실에 저항했습니다. “이 일로 왕께 굳이 대답할 필요도 느끼질 않지만 한 말씀 드리겠습니다. 왕이 우리들을 풀무불에 던져넣는다 해도 하나님께서 우리를 구해주실 겁니다. 만약 그리 아니하실찌라도 우리는 왕의 신들과 왕이 세우신 금 신상에게 절대로 절하지 않을 겁니다.” 멋지지 않습니까? 다니엘 친구들의 이 신앙 고백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성도들 모두의 신앙 고백이 되길 바라는 마음 간절합니다.

이들의 고백은 기적으로 이어졌습니다. 하나님께서 풀무 가운데 임하셔서 사드락과 메삭과 아벳느고를 지켜주셨습니다. 이사야서 43장 2절의 말씀, “네가 물 가운데 지날 때에 내가 함께 할 것이라 강을 건널 때에 물이 너를 침몰치 못할 것이며 네가 불 가운데로 행할 때에 타지도 아니할 것이요 불꽃이 너를 사르지도 못할 것이라”는 약속의 말씀을 이루어주신 겁니다. 또한 이방의 왕, 느부갓네살의 입술에서 신앙 고백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사드락과 메삭과 아벳느고의 하나님을 찬양할찌로다. 내가 통치하는 나라의 백성 중 누구라도 하나님 앞에서 무례하거나 오만하게 행동하면 그 즉시 그의 몸을 쪼개고 그의 집은 거름터로 삼을 것이다.” 그리고 하나님께서 함께 하시는 사드락 메삭 아벳느고를 더 총애하고 더 높여주었습니다. 느부갓네살은 자신이 직접 눈으로 본 장면을 통해 하나님을 경외할 수밖에 없었던 겁니다. 섬기려고 세워 둔 금 신상 앞에서 이방의 왕이 오히려 여호와 하나님을 찬양하는 반전의 장면은 참으로 신비하고 감동적 입니다.

현실이 신앙의 장애물로 다가서는 숨막히는 순간을 누구나 경험하게 됩니다. 이때 하나님께선 당신의 자녀들이 현실 앞에서 흔들리지 않고 담대하게 신앙을 지키는 모습을 보고 싶어 하십니다. 우리 모두 어떤 현실 속에서도 하나님께서 보고자 하시는 담대한 믿음을 보여드림으로 우리를 승리케 하시는 하나님의 사랑과 은혜의 손길을 체험하게 되시길 바랍니다. 하나 둘 쌓여가는 승리의 경험들을 이웃과 나누며 기뻐하는 복된 삶이 되시길 축복하며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