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18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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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 목사(두란노침례교회 담임) 

2002년 7월 24일 펜실베니아 주에서 탄광 작업자 9명이 갇히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실수로 폐광과 연결된 벽을 뚫는 바람에 폐광을 채우고 있던 약 5천만 갤론의 물이 시속 96km의 속도로 쏟아져들어와 탄광 입구를 무너뜨리고 만 겁니다. 다행히 1m 높이의 구조물에 올라가 물에 잠기는 것은 피했지만 상황은 절망적이었습니다. 식량은 다 사라지고 몇 가지 도구와 손전등만 남았습니다. 어디서 가스가 누출 되었는지 냄새는 독하고, 차가운 물에 발목까지 잠겨 저체온증의 위험에 놓였습니다. 다행히 구조대원들이 직경 15cm의 파이프를 박아 내려주어서 신선한 공기를 마실 수 있었습니다. 9명은 생존을 위해 최선을 다했습니다. 서로 돌아가며 기억에 남는 일상의 이야기를 나누었고, 절망하지 않도록 서로 격려해주었습니다. 가장 힘이 된 것은 파이프를 통해 희미하게 들려오는 굴착기 소리였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굴착기의 소리가 멈추고 말았습니다. 그후 18시간 동안이나 들려오지 않았습니다. 자기들이 죽은 줄 알고 구조를 멈춘 건 아닌가 하는 생각, 이 상태에서 우리가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하는 생각, 별별 생각이 다 들었습니다. 영원처럼 느껴지는 18시간이 지나는 동안 지상에서는 전혀 다른 일이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광부들 구하기 작전이 24시간 진행되고 있었던 겁니다. 구조대원들은 갑자기 부러진 굴착기의 날을 가능한 빨리 교체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습니다. 탄광 근처의 교회는 철야기도회를 열었고 약 300명이 모여 뜨겁게 기도했습니다. 일년전 911 사건으로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사람들은 광부들의 가족들에게 위로의 편지를 보냈고, 이웃들은 가족들에게 음식을 제공해주었습니다. 소식을 들은 수백만명의 국민들이 광부들을 위해 기도했습니다. 결국 4일만에 광부들은 모두 무사히 구조될 수 있었습니다.

이 사건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굴착기의 소리가 멈춘 “18시간” 입니다.  이 시간 동안 갇힌 광부들은 극도의 염려와 두려움에 사로잡혔습니다. 그런데 그 시간에도 지상에선 수 많은 사람들이 밤낮없이 그들의 구조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었습니다.

범사에 감사하라는 말씀을 가장 지키기 힘든 때는 광부들이 겪은 18시간과 같은 상황입니다. 환란을 겪는 동안 하나님의 긴 침묵을 느낄 때입니다. 이럴 때 우리는 하나님께 감사드리기 보다는 불평하고 싶은 유혹을 받기 쉬운 겁니다. 이때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그 시간에도 우리를 위해 일하고 계신 하나님입니다. 하나님께선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와 같은 상황 속에서도 자녀들과 함께 하고계시며, 자녀들의 입술에서 감사의 찬송이 터져나올 수 있도록 끊임없이 일하고 계심을 기억해야 하는 겁니다. 그럴 때 우리는 어떤 상황에서도 감사의 찬송을 드릴 수 있게 됩니다.

환란의 때에도 하나님께 감사할 수 있도록 힘을 주는 성경 말씀을 나누고자 합니다.

“이 백성은 내가 나를 위하여 지었나니 나의 찬송을 부르게 하려 함이니라.” 이사야 43장 21절 말씀입니다. 하나님께선 믿음의 성도들이 항상 주님께 감사의 찬송을 부를 수 있도록 그들의 삶을 운영하고 계신다는 뜻입니다. “나의 평생에 선하심과 인자하심이 정녕 나를 따르리니 내가 여호와의 집에 영원히 거하리로다.” 시편 23편6절 말씀입니다. 언제나 부어주시는 하나님의 선하심과 사랑하심 때문에, 어느 곳에 있든지 우리는 항상 하나님의 임재를 느낄 수 있다는 뜻입니다. “하나님을 사랑하는 자 그 뜻대로 부르심을 입은 자들에게는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느니라.” 로마서 8장 28절 말씀입니다.

하나님의 자녀인 우리들은 틀림없이 범사에 감사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