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God and’에서 ‘and’를 떼어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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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 목사(두란노침례교회 담임)

 

한 달쯤 전, 신앙 고전을 읽다가 기도 생활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A.W. 토저의 “하나님을 향한 갈망(The Pursuit of God),” 이 책을 읽는데 “God and”의 신앙에서 벗어나라는 문장이 가슴에 와 닿았기 때문입니다. 하나님 한 분으로 만족할 수 있어야 하는데, 성도들은 자꾸 하나님과 다른 그 어떤 것을 함께 추구한다는 겁니다. 기도할 때도 그렇다는 겁니다. 하나님의 임재 보다는 다른 것들을 더 큰 제목으로 삼아 기도하면서 점점 영성을 잃어버린다는 겁니다. 큰 도전을 받고 제 기도의 내용을 성찰해본 겁니다.

하루 중 가장 깊이 하나님과 교제하는 새벽 예배 후 기도 시간을 깊이 돌아보았습니다. 기도의 내용이 주로 비지니스 타잎이었습니다. 두란노 식구들과 우리 가정 그리고 가까운 지인들의 이름들을 불러가며 중보 기도하고, 교회의 사역들을 떠올리며 기도하고, 선교지와 선교사님들을 떠올리며 기도하고, 시카고와 미국의 영적 부흥을 위해 기도하고, 조국의 통일과 영적 부흥을 위해 기도하고, 전도 대상자들을 위해 기도하고…대부분이 중보 기도라는 걸 발견했습니다. 물론 중보 기도도 중요합니다. 그런데 기도를 통한 하나님과의 친밀한 교제가 턱없이 부족한 겁니다. 성찰 중 출애굽기 33장의 모세가 생각났습니다.

모세는 누구보다도 하나님과 깊이 교제한 인물입니다. 불타는 떨기 나무를 통해 하나님을 경험했고, 출애굽의 과정에선 하나님의 음성과 능력의 손길을 바로 곁에서 체험한 인물입니다. 그런 모세가 “하나님의 영광을 제게 보여주시길 원합니다.”라고 고백하고 있는 겁니다. 그렇다고 한동안 하나님과의 만남이 뜸했던 것도 아닙니다. 시내산 정상에서 하나님과 40일 동안 만나고 내려온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였습니다. 게다가 이 간청을 드릴 때도 사실 기도하고 있는 중이었습니다. 자신이 시내산에서 40일을 보내는 동안 이스라엘 백성들은 금송아지를 만들어 ‘하나님’이라고 부르며 섬기는 죄를 짓고 말았습니다. 하나님께선 진노하셨고, 모세는 백성들을 그 진노로부터 구하기 위해 중보 기도 하고 있었던 겁니다.

다행히 모세의 중보 기도 결과는 좋았습니다. 하나님께서 백성들을 용서해주신 겁니다. 그런데 모세는 기도의 자리에서 일어나질 않았습니다. 이때 하나님의 영광을 보여달라고 기도한 겁니다. 지금까지 기도하며 하나님의 음성을 들었는데, 다시 하나님의 영광을 보여달라고 간구하는 겁니다. 모세는 중보 기도로 만족하지 않고 하나님과의 일대일 만남에 목말라하고 있는 겁니다. 하나님께선 모세의 기도를 기뻐하셨습니다. 하나님께서 모세를 반석 위에 세우시고, 당신의 손으로 모세를 직접 덮어주신 후 그의 앞을 지나가셨고 지나가실 때 당신의 등을 보여주셨습니다. 백성들의 범죄 때문에 무너졌던 모세의 마음, 중보 기도로 탈진했을 그의 영혼은 하나님과의 이 친밀한 만남을 통해 금방 치유되고 회복되었을 겁니다.

깨달음 후 특별한 기도를 드리고 있습니다. 하루를 마무리하기 전 불도 켜지 않은 거실에 무릎 꿇고 오직 하나님의 임재만을 갈망하며 기도하는 겁니다. ‘God and’에서 ‘and’를 떼어내고 기도하려고 노력합니다. 쉽지 않습니다. 사역에 필요한 제목들이 불쑥불쑥 그 공간을 뚫고 침입해오기 때문입니다. 그 생각들을 밀쳐내면서 한발한발 전진해가다보면 마침내 하나님께서 계신 곳에 닿곤 합니다. 그때의 황홀함이란…바다와 같은 평강이 밀려오는데 감동으로 숨이 막힐 지경입니다.

바쁘고 힘들고 지쳐있을수록 기도를 통한 하나님과의 친밀한 교제는 필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