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는 쿵 플루”···대통령이 혐오 조장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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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진단/아시안 인종차별 더 이상 안된다

코로나19 확산 사태가 가져온 사회경제적 타격이 극심한 가운데 미국내 한인을 비롯한 아시아계 커뮤니티는 이로 인한 인종차별과 증오범죄라는 또 다른 괴물과 맞닥뜨리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이 처음 중국에서 시작됐다는 사실이 미국내 아시안들에 대한 편견으로 이어지면서 언어폭력은 물론 폭행 등까지 잇따라 발생하는 상황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특히 미국의 국가 지도자가‘중국 바이러스’ 등의 용어를 고의적으로 사용하면서 이러한 편견과 혐오를 부추기는 행태를 보이고 있어 그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본보는 아시안 대상 인종차별과 증오범죄의 심각성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한인사회가 적극적 대처에 나설 수 있도록 긴급진단 시리즈를 마련했다.

최근 뉴욕 등 미 동부지역에서는 아무런 잘못이 없는 한인들이 아시안 인종차별과 증오범죄의 대상이 돼 흑인과 백인 등에 의해 폭행을 당하는 사례가 연이어 발생했다. (본보 18·19일자 보도) 이에 앞서 한인 밀집지역 토랜스에서 한 히스패닉계 여성이 아시안 주민들을 대상으로 잇달아 인종차별 폭언을 일삼은 사건은 한인 등 아시안에 대한 편견과 증오행위가 일상화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20일 오클라호마주 털사에서 대규모 유세 행사를 가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행사의 공식 연설에서 한 발언은 다시 한번 그 심각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지자들에게 한 연설에서 “코로나19가 역사상 어떤 질병보다 많은 이름을 가지고 있다”며 “19가지 버전의 이름을 지을 수 있는데 ‘쿵-플루(kung-flu)’라고 짓겠다”고 공개 발언을 했고, 이에 청중들이 환호를 했다는 것이다.

다인종 국가인 미국의 대통령이 중국의 ‘쿵후’에 빗대 이를 비하하는 인종차별적 발언을 공식석상에서 했지만 관중들은 비난 대신 수긍을 넘어 환호를 하는 모습은 그만큼 미국사회의 일부가 아시안 대상 인종혐오적인 발언에 이미 익숙해져있고 동조하고 있다는 것을 단면적으로 보여주는 충격적 장면이었다.

지난 3월 코로나바이러스 태스크포스 브리핑에서 코로나를 ‘중국 바이러스’ 또는 ‘우한 바이러스’라고 반복 언급해온 트럼프 대통령은 “인종차별주의는 아니다”는 해명에도 불구하고 국가 지도자가 미국 내 뿌리 깊은 아시아계에 대한 차별적 시선과 혐오 정서를 고의적으로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을 면치 못하게 됐다.

이처럼 현재 미국 내에서 코로나 사태를 둘러싸고 아시아계에 대한 편견과 혐오 조장이 공공연히 벌어지고 있으며, 이는 아시안 인종차별과 폭력 형태의 증오범죄가 급증하는 이유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시민자유연맹 세실리아 왕 법무이사는 “정확한 공중보건 정보가 매우 중요한 상황에서 대통령의 중국을 비난하려는 시도는 위험한 희생양을 낳고 광범위한 무지를 드러내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같은 상황 속에 아시안 대상 차별 행위 및 증오범죄 증가는 현실적 수치로도 나타나고 있다.

코로나 사태 발생 이후 아시안 인종차별 및 증오범죄가 이어지면서 아시안 단체들이 캠페인을 벌이고 정부와 경찰도 경고하고 나섰지만 여전히 줄지 않고 있는데, LA를 포함 전국에서 1,900여건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아시안 권익단체인 ‘아시아퍼시픽 정책기획위원회’(A3PCON)는 지난 3월19일 코로나19 관련 인종차별 및 증오범죄 신고사이트(asianpacificpolicyandplanningcouncil.org/stop-aapi-hate/)를 개설했는데 5월13일까지 8주간 총 1,843건 이상의 피해가 보고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욕설과 비방 등의 언어폭력(69.3%) 가장 많았던 가운데, 폭행(8.1%)이나 침을 뱉는 행위(6.6%) 등 직접적인 신체 폭력도 적지 않았다. 인종별로는 중국계 다음으로 한인이 가장 많은 피해를 입었으며, 성별로는 여성이 남성보다 많은 피해를 입었다.

이에 대해 만주샤 쿨카니 A3PCON 사무국장은 “반 아시아 정서가 미국서 더 강력해지지 않도록 정치인, 기업, 학교들이 책임을 지고 맞서야 한다”고 강조했다.<이은영·한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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