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차단 명분 이민자 즉시 추방은 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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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방법원‘타이틀 42’판결
정부, 효력 5주 연기 요청

트럼프 행정부 때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명분으로 도입된 불법 입국자 즉시 추방 정책이 연방법 위반이라는 판결이 나왔다. 워싱턴 DC 연방지방법원 에밋 설리번 판사는 이른바 ‘42호’(Title 42) 정책이 행정절차법(APA)에 위배된다고 지난 15일 판결했다.

42호 정책은 코로나19 확산 초기인 2020년 3월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 때 도입된 이민자 억제 정책으로, 연방질병통제예방센터(CDC) 보건법 조항을 근거로 미국 육로 국경을 무단으로 넘은 불법 이민자를 멕시코로 즉시 추방할 수 있게 한다. 이 정책으로 미국과 멕시코 국경에서 미국으로 가려던 이민자 170만 명 이상이 망명 기회도 얻지 못한 채 즉시 추방됐다.

설리번 판사는 CDC가 규제를 최소한으로 적용해야 하는 행정기관의 의무를 저버렸으며, 정부는 42호 정책이 코로나19 확산 방지에 실질적 기여를 했는지 제대로 증명하지도 못했다고 지적했다.
로이터는 이번 판결이 조 바이든 행정부의 이민자 정책에도 적잖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친이민, 친난민을 표방하는 바이든 행정부는 4월 42호 정책을 종료하겠다고 밝혔으나 불어난 불법 이민자로 골머리를 앓아왔다. 바이든 정부는 지난달 중간선거를 앞두고서는 최근 불법 월경 사례가 급증한 베네수엘라 불법 이민자를 즉각 멕시코로 추방하는 새로운 행정 조치를 발동했다.

지난 5월 루이지애나주 연방법원이 바이든 대통령의 발표와는 다르게 42호 정책이 유지돼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을 때도 백악관의 일부 관리 중에선 이 정책이 불법 입국자 억제에 어느 정도 효과를 줬다며 안도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지난 13일에는 연방세관국경보호국(CBP) 책임자 크리스 마그너스가 불법 이민자 관리 부실의 책임을 지고 사퇴하기도 했다.
연방 정부는 이날 판결에 대해 “국경 관리 인력을 추가 배치하고 지방정부와 비영리단체 등과 협의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며 판결의 효력을 5주간 미뤄달라고 요청했다.

설리번 판사의 이번 판결에 관련 시민단체는 환영의 뜻을 밝혔다. 미국시민자유연맹(ACLU)의 리 겔런트 변호사는 “지금까지 수만 명의 망명 신청자가 최소한의 기회도 얻지 못한 채 멕시코로 추방됐던 만큼, 이번 판결이 이들의 생명을 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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