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키맨’ 파우치의 존재감···트럼프도 ‘경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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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정국 길잡이 역할 “백악관도 침묵 못 시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공포가 미국을 덮친 가운데 앤소니 파우치(사진·AP) 미 국립보건원(NIH) 산하 국립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NIAID) 소장이 코로나 정국에서 확고한 존재감을 발하고 있다.

79세의 파우치 소장이 연일 ‘소신 발언’을 이어가며 경고 메시지를 높여온 가운데 한동안 상황의 심각성을 평가절하하며 “완전히 통제되고 있다”고 호언장담했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뒤늦게 총력 대응 모드로 돌아선 모양새이다. 미국 국민 75%가 보건당국의 코로나19 대응을 신뢰하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을 신뢰한다는 미국인은 절반도 되지 않는다는 조사 결과가 최근 나온 가운데서다.

정치전문매체 더 힐은 18일 ‘파우치가 성공적으로 트럼프와의 줄타기를 하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앤소니 파우치 박사가 미국민의 생활을 급격히 바꿔놓고 있는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의 와중에 워싱턴에서 가장 중요한 유명인사가 됐다”고 보도했다. 40년 가까이 NIAID를 이끌어온 파우치 소장은 코로나19 위기국면에서 전면에 내몰린 상황이다. 그는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총괄책임을 맡은 코로나19 태스크포스(TF)의 핵심 멤버로서 최근 백악관에서 날마다 열리고 있는 일일 브리핑에 참석하고 있다.

파우치 소장은 사실에 입각하고 간단 명료한 접근 방식으로 브리핑에 임하고 있으며 이러한 접근법은 때때로 트럼프 대통령과 불협화음도 노출해왔다고 더 힐은 전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자신의 의견에 반박해온 당국자들과 과거 충돌했던 것과 달리 이번 경우에는 트럼프 대통령과 파우치 소장 간에 마찰이 별로 없어 보인다고 더 힐은 보도했다.더 힐은 파우치 소장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의 직접적 비판을 피하는 동시에 위기 통제 인식을 전달하는데 있어 여야 양쪽으로부터 찬사를 얻어왔다”며 “게다가 그가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해서 이긴 것으로 보인다”고 촌평했다.

언론 보도를 중요한 바로미터로 여기는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들어 행정부의 대응 노력을 논의하기 위해 주말마다 주요 방송 인터뷰를 도맡아 하고 있는 파우치 소장에 대해 “중요한 TV 스타가 됐다”고 선언하기에 이르렀다고 더 힐은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한 전날 언론 브리핑에서 파우치 소장이 발병 증가 곡선을 둔화시키고 최악의 팬데믹 상황을 피하기 위한 통계 및 활동에 대해 설명할 때 골똘히 경청했으며, 파우치 소장이 연단에서 물러나려고 하자 질문을 계속 받으라고 독려하기까지 했다는 것이다.

코로나 TF의 다른 멤버들이 공개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칭송’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파우치 소장 역시 트럼프 트럼프 대통령의 여행 제한 등에 대해 평가했지만 진실에 직면해 트럼프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한 언급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을 두려워해오지 않았다고 더 힐은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몇 주간 코로나19에 대해 “안심하라”, “통제되고 있다”, “기적 같이 사라질 것”이라는 메시지를 발신해왔지만, 파우치 소장은 “최악은 아직 앞에 남아 있다”고 공개적으로 경고하기도 했다.

파우치 소장이 코로나19 정부 대응의 ‘얼굴’이 되면서 펜스 부통령의 존재감을 가린다는 측면도 있다고 더 힐은 보도했다. 실제 공화당 상원의원들은 이달 초 파우치 소장을 코로나19 대응의 공식적인 ‘얼굴’로 내세울 것을 권고했다고 한다. 더 힐은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보다 면밀하게 더 파우치의 지침을 경청할지도 모른다”고 보도했다. 현 국면에서 파우치 소장의 역할이 중대한 만큼 백악관도 그에게 반박하거나 그가 대통령의 발언을 반박한 뒤에도 침묵시키지 못하고 있다고 더 힐은 전했다.

더 힐은 파우치 소장을 잘 아는 이들이 그를 정권의 이데올로기와 상관없이 업무에 복무하는 헌신적인 공무원으로 묘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1984년부터 NIAID 소장을 맡아 왔으며, 정무직인 NIH 원장직을 여러 차례 고사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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