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코로나가 야기한 불안···新민병대 불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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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켄터키 더비’ 경마대회가 열린 미국 켄터키주 루이빌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극우단체 회원들이 반자동 산탄총으로 무장한 채 집회를 하고 있다.[루이빌=로이터 연합]

이념·성향 다양하게 섞였지만
코로나 봉쇄 조치에 위기감
큰 정부·이민자 등에 반대하는
트럼프 선동에도 자극 받아

올해 미국 사회는 여느 해보다 많은 시위로 들끓고 있다. 봄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억제를 위해 내려진 봉쇄령에 반발하는 시위가 곳곳에서 벌어지더니 여름부터는 인종차별 반대시위가 끝없이 이어졌다. 성격이 다른 이들 시위에서 눈에 띄는 공통점이 있다. 총으로 무장한 민간인 자경단, 자칭 민병대의 부상이다.

이들 민병대는 과거 영국 식민지 당시처럼 계급 체계와 훈련 프로그램을 가진 공식단체가 아니지만 정부에 대한 반감과 무기 소유를 통한 자기방어권을 신봉하는 태도는 비슷하다. 존 템플 웨스트버지니아대 교수는 최근 워싱턴포스트(WP) 기고에서 “자칭 민병대원 중에는 총기 소유권이나 이민 문제에 초점을 맞춘 이들이 있는가 하면 세금과 사생활, 정부의 과잉대응에 격분하는 이들도 있고 백인우월주의자와 그렇지 않은 사람이 섞여 있다”고 썼다. 이념과 성향이 복잡하게 뒤섞여 있다는 얘기다.

무장한 민병대가 최근 심각한 사회 문제로 부각된 사건은 지난달 25일 위스콘신주(州) 커노샤에서 터졌다. 스스로를 민병대원이라고 부른 17세 소년 카일리 리튼하우스가 인종차별 반대시위에 참여한 시민 3명에 총격을 가해 2명이 숨지면서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리튼하우스의 행위를 정당방위라고 두둔하는 듯한 발언으로 논란에 불을 지폈다.

10대 소년이 자신의 폭력행사를 정당하다고 믿게 만든 건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과 트럼프 대통령의 존재에 주목하고 있다. 여론조사기관 파이브서티에잇은 “두 요소가 야기한 사회 불안과 혼란이 개별적인 활동에 가까웠던 ‘신(新)민병대’를 폭력적이고 극단적인 활동을 하는 집단으로 바꿔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자택격리로 집에서 머무는 시간은 길어지고 경제 위기로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커지는 상황에서 봉쇄 조치에 화가 난 이들이 무장을 하고 거리로 나오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미국 사회학자 신시아 밀러 이드리스는 “우리가 정상적인 삶을 되찾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들이 극단주의적 행동으로 빠질 위험을 키운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같은 온라인 환경도 촉매 역할을 했다. 민병대나 극단적 사상에 누구나 손쉽게 접근할 수 있어서다.

트럼프의 자극적인 수사는 이런 흐름을 더 부추기고 가속화시켰다. 파이브서티에잇은 “큰 정부나 무슬림, 이민 등에 반대하는 트럼프의 트윗과 연설은 민병대 내에 반향을 불러일으켰다”고 지적했다. 인종차별 반대시위 대응 과정에서 “내전이 임박했다”고 트윗을 올리거나 ‘좌파로부터의 위협’을 운운하며 색깔론 공세를 편 트럼프 대통령의 숱한 언행이 결과적으로 민병대 활동에 정당성을 부여했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로렌스 로젠탈 캘리포니아대 버클리 교수는 “트럼프와 함께 주변부(민병대)가 주류에 진입했다”고 진단했다.

다양한 이념이 뒤섞인 민병대의 특성상 모두가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는 아니지만, 적어도 트럼프 대통령의 자극적인 수사로 민병대원들 대다수가 힘을 얻고 있는 건 사실이다. 리튼하우스의 사례에서도 그를 옹호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과 발언이 다른 민병대원들에겐 ‘인정받는다’는 메시지가 된다. 극단주의 연구자인 제이 엠 버거는 인터넷매체 복스에서 이를 “일반화된 선동”이라며 경계했다. 그는 “트럼프의 말은 (민병대를 포함해) 폭력을 행사할 준비가 된 여러 집단에 영향을 준다”면서 “혼란스러운 분위기 속에서 (극단적) 행동을 하는 경향이 더 강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진달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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