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털사 대실패’로 대선 빨간불···반전카드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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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왼쪽 두 번째) 대통령이 23일 애리조나주 유마를 방문, 국경장벽 200마일 건설 완료 기념행사를 가진 뒤 장벽을 둘러보고 있다.[AP]

코로나 우려에도 강행했지만
충성 지지자들도 참석 꺼려
선대본부장 경질설까지
트럼프는 공세행보로 일관
애리조나 국경장벽 방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가도에 정말 ‘빨간불’이 켜진 것 같다. ‘감염병 확산’과 ‘반 인종차별 시위’란 쌍끌이 위기 앞에서도 끄떡없던 트럼프 대통령은 반전의 계기로 삼으려던 대규모 유세 흥행이 참패하자 크게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가뜩이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를 뒤로하고 강행한 야외 행사라 비난 여론만 더해지고 있다. 4년 전 톡톡히 재미를 봤던 지지층 결집 전략마저 먹혀 들지 않으면 딱히 쓸 선택지가 없다는 데 트럼프 캠프의 고민이 있다.

CNN방송은 22일 소식통을 인용해 “오클라호마주 털사 유세장이 텅텅 비었다는 보도가 주말 내내 이어지자 트럼프와 장녀 이방카 백악관 선임보좌관 부부가 격노하며 캠프 관계자들을 추궁했다”고 전했다. 충격파가 어찌나 컸던지 이번 행사를 총괄 기획한 브래드 파스케일 선거대책본부장의 경질설까지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타임스(NYT)도 “유세장에 도착해 텅 빈 파란색 좌석을 본 트럼프가 참모들에게 고함을 쳤다”면서 “실망스러운 군중 동원력은 지지율이 하락하는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앞서 20일 트럼프는 코로나19 집단감염 우려에도 털사 실내체육관에서 대규모 대선 유세 행사를 강행했다. 대권 재도전을 선언하는 일종의 출정식이었다. 하지만 “100만명 이상이 입장권을 신청했다”는 캠프 측 자신감과 달리 실제 군중은 7,000명 미만이었던 것으로 나타나 체면만 단단히 구겼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행사 당일 유세 준비팀 직원 6명의 코로나19 확진 판정에 이어 이날도 관계자 두 명의 감염이 추가로 확인돼 “대통령이 바이러스 재확산을 부추기고 있다”는 여론의 분노만 더 커진 상태다.

트럼프 캠프는 후폭풍이 거세지자 대안 마련에 부심하고 있으나 현재로선 뾰족한 반전 카드가 없어 보인다. 캠프 관계자는 “대통령 지지자들이 더 안전하다고 느낄 만한 야외나 소규모 장소를 찾아보자는 정도”라며 “다음 대규모 유세까지 수주, 혹은 수개월이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털사 유세는 오히려 트럼프의 약점만 도드라지게 드러냈다는 평가다. 그는 세몰이를 통해 미국이 정상화 궤도에 올랐다는 점을 과시하려 했으나, 충성 지지자들마저 참석을 꺼리는 모습으로 여전한 감염 공포만 확인시켰다. 때문에 곤궁한 현실을 감안해 유세 형식과 규모를 수정하자는 게 캠프의 구상이다.
하지만 트럼프의 생각은 신중한 접근을 통해 돌파구를 찾으려는 캠프 측 해법과 많이 다른 듯하다. 그는 공세적 행보만 앞세우는 ‘집토끼 사수’ 전략으로 일관하고 있다. 털사 유세에서 트럼프는 코로나19를 ‘쿵 플루(Kung flu)’라고 부르는 등 인종차별적 발언까지 동원해 중국과 각을 세웠다. 이민과 비자발급을 제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23일 애리조나주 유마에서 진행되는 멕시코 국경장벽 완공 행사에 참석한 것도 그의 방향성을 명확히 반영한다. CNN은 “열렬한 지지자들에게 구애하는 공격적인 도박이 부동층 유권자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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