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멕시코 마약 카르텔과의 전쟁’ 선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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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멕시코 쿨리아칸에서 발생한 마약 카르텔과 치안 당국과의 교전 후 멕시코 군 장병들이 시내에서 경계 순찰을 하고 있는 모습.[AP]

“테러단체로 지정될 것” 강경 대응 천명
멕시코 “협력은 좋지만 주권침해는 불허”

도널드 트럼프대통령이 세계 최악의 범죄조직으로 꼽히는 ‘멕시코 마약 카르텔’에 전쟁을 선포했다. 최근 마약 카르텔에 의한 미국인 일가족 몰살 사건까지 발생하면서 이들의 범죄를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고 보고 ‘테러단체’로 간주해 숨통을 끊겠다는 구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6일 폭스뉴스 전 앵커인 빌리 오라일리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고 로이터와 블룸버그 통신 등이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들(멕시코 마약 카르텔)은 (테러 단체로) 지정될 것”이라며 “나는 지난 90일 동안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애썼고, 그 과정에 꽤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멕시코 대통령에게 우리가 (멕시코로) 가서 마약 카르텔을 청소하는 방안을 제안했다”며 “멕시코 대통령은 우리 제안을 거절했지만, 언젠가 조치는 취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초 멕시코 북부에서 6개월 된 쌍둥이를 포함해 미국과 멕시코 국적을 모두 보유한 일가족이 마약 카르텔의 무차별 총격에 숨지는 사건이 발생하자 강경 대응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지난 5일에는 트위터를 통해 “멕시코가 미국의 도움을 받아 마약 카르텔에 대한 전쟁을 벌이고 지구상에서 그들을 쓸어버려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멕시코 마약 카르텔이 테러 단체로 지정되면 카르텔 조직원들의 미국 입국이 금지되며, 강제 추방이 가능해진다. 마약 카르텔에 대한 미국인의 지원 행위도 법적 처벌 대상이 된다. 또 금융기관은 마약 카르텔과 연계된 자금 거래를 인지하는 즉시 이를 차단하고 연방 재무부에 통지해야 한다.
멕시코 카르텔이 사용하는 무기 상당수가 미국에서 넘어온 것임을 고려할 때 테러단체로 지정하면 당장 카르텔의 무기 입수를 어렵게 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알샤바브, 보코하람 등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와 콜롬비아 무장 반군 등이 연방 국무부 외국 테러단체 목록에 올라와 있다.
멕시코는 미국 정부의 방침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멕시코 정부 역시 마약 카르텔 때문에 골치가 아픈 상황이지만 그렇다고 테러단체 지정을 환영할 수 없는 상황이다. 미국의 멕시코 국내 문제 개입, 더 나아가 군사 개입까지 가능하게 할 수 있는 데다 멕시코 기업이나 정부에게까지 불똥이 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전날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알려진 직후 마르셀로 에브라르드 멕시코 외교장관은 “멕시코는 국가 주권 침해를 의미하는 어떤 행동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날 트위터에 “미국 정부와 이미 대화 중”이라며 “주권과 자기 결정권을 지키기 위한 외교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이날 오전 기자회견에서 “협력은 좋지만 간섭은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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