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케노샤 폭력시위에 “테러행위” 성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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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노샤를 방문한 트럼프 대통령이 폭력시위 피해지역을 둘러보고 있다.[로이터]

흑인남성 피격후 시위사태 ‘케노샤’ 방문 강행···피해가족은 안만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일 인종차별 항의시위가 이어지는 위스콘신주 케노샤를 전격 방문해 ‘법과 질서의 대통령’ 이미지 부각에 나섰다.

케노샤는 흑인 남성 제이컵 블레이크가 세 아들 앞에서 경찰 총격을 받는 사건이 발생한 후 인종차별과 경찰의 과잉대응에 항의하는 시위가 촉발돼 폭력 양상을 빚기도 한 곳이다. 이후 민주당 조 바이든 대선후보가 트럼프 대통령의 분열적 언사가 폭력 유발의 원인이 됐다고 공격하고, 트럼프 대통령은 시위 폭력성을 부각하며 철저한 법 집행을 강조하는 등 11월 대선을 앞두고 정치공방의 중심축이 됐다. 실제로 이곳에서는 인종차별 항의 시위대와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자 간 충돌이 빚어지기도 했다.

예상대로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방문은 인종차별 해소가 아니라 폭력시위 진압이라는 강경론에 맞춰져 있었다. 그는 ‘상황만 더 악화시킬 것’이라는 케노샤 시장과 위스콘신 주지사 등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곳 방문을 강행했다. 로이터통신과 워싱턴포스트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경찰 총격을 당한 블레이크나 그의 가족은 만나지 않았고 블레이크 어머니의 목사와 통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화재로 파괴된 가구점을 둘러보고, 진압에 나선 주 방위군을 칭찬하기 위해 임시 지휘센터를 찾았다. 또 법 집행과 기업, 공공안전 등을 위해 4천만달러가 넘는 연방 자금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지 인사들과 간담회에서 “이는 평화적인 시위가 아니라 정말 국내 테러의 행위”라며 폭력시위대를 향해 ‘무정부주의자’, ‘폭도’, ‘선동가’라고 비난했다. 또 “정치적 폭력을 멈추려면 우리는 급진적 이데올로기와 맞서야 한다”며 “우리는 위험한 반 경찰 언사를 규탄해야 한다”고 말했다.지역 경찰에 대해서는 “여러분이 한 일은 믿을 수 없다. 정말 고무적인 것”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 후보가 거리에서 더 많은 폭력을 만들어낼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케노샤 방문길에 오르면서 기자들에게 “언론은 스스로 부끄럽게 생각해야 한다. 언론이 부채질하고 있다며”며 언론에도 불만을 표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방문은 11월 대선 득표전략과 직결돼 있다는 게 외신의 평가다. 위스콘신주는 대표적인 6개 경합주 중 하나로, 트럼프 대통령이 2016년 대선 때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후보에게 불과 0.7%포인트 차로 신승한 곳이다. 정치 웹사이트 리얼클리어폴리틱스의 여론조사 취합에 따르면 바이든 후보가 이날 현재 48.0%로 트럼프 대통령(45.3%)을 2.7%포인트 앞섰지만 한 달여 전인 지난 7월 28일의 6.4%포인트에 비해 격차가 줄어든 상태다.

미전역의 시위사태에 대해 경찰 개혁과 인종차별 해소에 방점을 둔 바이든 후보와 달리 트럼프 대통령이 시위 폭력성을 부각하는 것은 안전과 안정을 중시하는 대도시 주변 교외 유권자와 중도층 표심 공략을 위한 것이라는 평가가 많다. 바이든 캠프는 바이든 후보도 조만간 위스콘신을 방문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설명하지 않았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로이터는 트럼프 대통령은 경찰 총에 맞은 흑인 가족을 위로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법 집행에 관한 지지를 표명하기 위해 이곳을 방문했다며 바이든 후보와 지지율 격차가 줄자 법과 질서의 메시지로 자신의 기반인 백인 지지층에 호소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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