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특집] 탈북자 정착 돕는 비영리단체 ‘ENoK’ 홍성환 대표 인터뷰

4874

“하나님이 주신 마음 하나로 시작”

 

하나님께 순종하겠다는 믿음의 고백 하나로 알지도, 듣지도 못했던 길을 믿음으로 걷는 한인 1.5세 청년이 있다. 하나님께서 주신 마음 하나로 확신을 갖고 시작된 비영리단체 ‘ENok’(에녹)에 소속된 홍성환(미국명 앤드류 홍) 대표를 비롯한 젊은 청년들은 길거리로 나와 중국정부의 탈북자 북송정책 반대 시위를 벌이고, 미국 정착 돕기 등 탈북자를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Embrace North Koreans’, ‘Empower North Koreans’, ‘Emancipate North Koreans’라는 슬로건과 함께 끊임없는 노력 없이는 변화도 없다는 신념 아래 이들은 탈북자를 위해 서두르지 않고 조금씩 그러나 꾸준히 구체적인 계획과 실천을 해오고 있다.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가나안 땅을 약속하셨듯이 탈북한 북한 동포들에게 자유를 누리고 건실한 삶을 살 수 있는 땅을 약속하셨음을 믿는다는 홍성환 대표를 만나 이 단체에 대해 자세히 들어봤다.

홍성환 ENoK 대표.

■ 홍성환 대표의 유년시절

어릴 때 축구선수가 되고 싶다는 꿈을 갖고 스포츠교육 체계가 잘 돼있다는 미국에 오게 됐고 지원했던 중학교 중 1곳에서만 합격통지서를 받았다. 알고 보니 입학사정관이 축구코치였기 때문이었다. 운 좋게(?) 입학한 좋은 학교에서의 생활은 검소하신 부모님 밑에서 자란 나로서는 좀 어색하기도 했다. 소위 이름있는 집안 자녀들과 함께 지내며 공부하다보니 나를 좋은 환경에서 공부시키시기 위해 부모님이 정말 열심히 일하시는 구나를 깨닫게 됐고 그때부터 최선을 다해 공부하기 시작했다. 이후 명문고, 명문대까지 가는 것은 당연한 일로 여겨지며 공부만 팠다. 공부가 최우선인 삶 속에서 친구와 어딜 가거나, 함께 밥 먹는 시간도 아깝다고 생각하며 공부만 했다. 좋은 결과를 이루자 못할게 없다며 나의 교만은 하늘을 찔렀다. 12학년 때는 하버드대학에 대한 확신을 갖고 수시를 넣었지만 수시는 커녕 정시에는 될 것 같던 대학들로부터 줄줄이 퇴짜를 맞았다. 어느 날, 공부외 유일한 활동이었던 크리스천 휄로십에서 하나님께선 분명 나의 뒤를 돌아봐 주신다는 확신을 경험하게 되었고 ‘하나님을 끝까지 섬기겠습니다’는 믿음의 고백을 처음하게 됐다.

시카고대학에 진학했는데, 대학에서도 공부는 눈 뜰 때부터 눈 감을 때까지 내 모든 삶을 지배했다. 어느 때는 3개월 동안 똑 같은 음식만을 먹으며, 주변 환경으로부터 생성되는 시간변수를 없애면서까지 공부를 했다. 그때는 그게 하나님께서 나에게 주신 ‘열심’이라는 것이 달란트(재능)라 생각했다. 대학교내에서도 기독교 동아리 활동이 유일한 공부외의 활동이었는데 동아리내 리더십 팀에 들어갔더니 일주일에 2시간 이상 회의를 하는 것을 알고 ‘공부해야 하는데 그만둘까’라는 생각을 했다. 그 순간 하나님께서 ‘네 보물이 있는 곳에 네 마음이 있다’는 말씀을 주셨고 나의 삶의 주인이 하나님이 아니라 ‘공부’였음을 뒤늦게 깨달았다. 내가 해온 ‘열심’은 나를 위해서만 쓰기 위해 만들어낸 것임을 깨달았다. 하나님은 내가 알게 모르게 나를 포기하지 않고 계속 말씀을 해주시고 계셨던 것이다.

■ 하나님이 주신 이름 ‘ENoK’

시카고시 서부지역에 소재한 전과자, 마약, 알코올 중독자들의 사회적응을 돕는 비영리단체 ‘A Safe Haven’에서 인턴을 할 기회가 있었다. 그 기간중 우연히 보게 된 뉴스에서 탈북 남매이야기를 접했다. 자유와 먹을 것을 찾기 위해 가족, 친구, 고향을 뒤로하고 목숨 걸고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사회 부적응으로 인해 길거리 쓰레기를 뒤지며 산속에서 텐트치고 힘들게 사는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그때부터 탈북자문제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공부에 매여 잊고 있던 것을 그 뉴스는 나에게 일깨워주었다. 어릴 적 매일 밤마다 기도하고 새벽기도 나가며 열심히 하나님을 믿으면서 문제 많은 세상에 무언가 도움이 돼야겠다고 다짐했던 이타적 비전을 다시금 갖게 된 것이다.

그 후 프랑스 노르망디 국립묘지에 견학을 가게 됐는데 다니며 보니 묘비의 주인공들이 모두 20대 초반으로 내 나이와 비슷했다. 그 순간 이들은 타인의 자유와 생명을 위해 목숨까지 바쳤는데 나는 좋은 교육, 환경 속에서 자라며 남을 위해 대체 뭘 했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마음속 성령이 내 모든 것을 강하게 치심을 느꼈다. 하나님은 꿈속에 나타나 나에게 “네가 가진 70%를 바쳐라”고 말씀하셨고 “그럼 십일조는 어떡합니까?”라고 묻자 “그건 따로 내거라”고 하셨다. 그때 하나님은 나에게 모든 것을 헌신할 것을 바라시는 구나를 절실히 느꼈다. 성경 속 부자청년이 십계명을 다 지키고 있지만 못 얻은 영생을 어떻게 가질 수 있느냐 했을 때 하나님은 “모든 것을 다 버리고 나를 따르라”했지만 그 청년은 자기의 소유를 버릴 수 없어 결국 영생을 포기하고 하나님을 떠났던 이야기처럼 아직도 세상에 버릴 수 없는 게 많았지만 인턴기간 동안 접한 탈북자를 위해 일하라는 마음을 분명히 주셨고, 인턴기간 동안 알게 된 비영리단체의 구조와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법대 다니는 지인의 도움을 받아 비영리단체를 만들어 처음 시작하게 됐다.

단체 이름 만드는 과정에서 후보였던 ‘에녹’과 ‘엔커리지’를 갖고 ‘하나님 주신 마음 갖고 하니 하나님 원하시는 이름을 주세요’라며 친척집 방에서 기도를 하고 있었다. 기도를 마치는 순간 갑자기 삼촌이 들어와서 재미있다고 보라며 한 TV프로그램 켰는데 피라미드의 벽화에 묘사된 종교적 인물들의 스토리였다. 엘리야가 불마차타고 승천하는 모습을 봤을 때 ‘설마 이러다 에녹이 나오는 거 아닌가’하던 찰나에 에녹이야기가 시작됐다. 그때 가슴이 벅차올랐다. 단 1초도 걸리지 않은 기도응답에 ‘에녹’으로 정하게 됐고 활력을 얻게 됐다. 조용히 공부만 하느라 대인관계를 제대로 쌓지 못한 탓에 사회운동을 하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하나님께서는 ‘네가 하지 못하는 것을 이루리라’는 말씀을 믿었기에 태어나서 생판 접하지도 알지도 못했던 일들을 시작했다. 내가 잘 아는 부분이 전혀 없던 이 일은 아주 작은 부분이라도 내가 한 것이 아님을 하나님은 알게 하셨고 나는 그때마다 하나님 도구로 쓰이는 것을 확신하며 더 열심히 일했다.

엠파워하우스에 거주하는 학생들이 직접 그린’I Love ENoK’ 팻말을 들고 있다.

■ 엠파워하우스 운영과 후원

2011년 시카고대학교내 ‘ENoK’동아리를 만들어 활동하다 2012년부터 중국정부 탈북자 북송반대집회 등의 활동으로 미디어에 노출되면서 사람이 모여 그룹이 형성됐다. 그 이후 미국에 정착하는 탈북자들을 위해 1:1 멘토십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풀타임으로 일하며 야간학교에 가서 자신들의 꿈을 이루기 위해 공부하는 탈북자들을 보면서 적극적으로 대학에 가고 싶은 탈북 청년들이 공부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는 것에 도전을 받았다. 기숙사학교 생활 7년의 경험과 여러 좋은 교육환경을 통한 경험을 통해 경제적인 걱정없이 공부에만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엠파워하우스를 시작했다. 지금까지 나에게 좋은 교육환경을 허락하신 것도 엠파워하우스를 위해서 준비시키셨구나하고 느꼈고 나만을 위해 배우고 생각한 시스템으로 교육의 기회가 없던 이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엠파워하우스를 향한 열정이 더욱 커졌다.

수업은 학생별 수준에 맞춰 ESL, GED, 대학입시준비반으로 나뉘어 있으며 한 학생마다 선생님 5명이 붙여져 월~금요일까지 하루에 2시간 정도 수업을 한다. 그 외 시간엔 같이 공부해주는 선생님이 따로 있으며 그 시간 동안은 자유롭게 공부하며 서로 영어로 대화한다. 탈북과정 중 쇠약해진 체력으로 공부하며 힘들어하는 학생들이 있기에 운동시간도 추가돼 하루에 총 2~6시간 커리큘럼이 진행되며 나머지 시간은 숙제에 할애된다. 일주일에 한번씩 한주간 배운 내용을 갖고 시험을 보며 통과하지 못하면 다음단계로 못 넘어가고 통과될 때까지 반복하는 등 스파르타 커리큘럼이라 학생들이 힘들어하기도 하지만 잘 따라오는 모습을 보면 뿌듯하다.

시카고대학 캠퍼스 근처에 위치한 엠파워하우스는 방 3개, 화장실 2개의 구조로 현재 스탭 2명과 탈북자 5명이 함께 살고 있다. 1년 동안 한 사람을 공부시키며 지원하는데 7천달러정도가 든다. 현재로선 엠파워하우스 후원 방법중 도네이션이 가장 도움이 되며, 두번째는 밑반찬을 가져다주는 것이다. 매일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밥상을 차리는 것이 많은 시간이 소모되기 때문이다. 엠파워하우스 운영을 위해 신청한 그랜트 모두가 잘 안됐지만 현재 한 한인교회로부터 후원을 받고 있다. 그 외에 교회, 쥬빌리모임, 개인, 스탭들의 정기적, 단기적 후원으로 운영비를 마련하고 있으며 나는 그 나머지의 절반 정도를 부담하고 있다. 아무것도 없이 시작했지만 지금을 이룬 것은 하나님의 이끄심이며 우리의 상황을 표현하자면 ‘마치 낭떠러지 위에 서있는 느낌이지만 떨어질까 겁나지 않는 상황’이라는 표현이 딱 맞는 것 같다.

■엠파워하우스의 목표

현재 엠파워하우스에 들어오길 바라지만 제한된 공간으로 인해 그 요청을 받아주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제한된 학생수와 공간 부족으로 인해 자원봉사자가 50여명에 달함에도 그들의 봉사열정을 다 받아주지 못하고 있어 안타깝다. 그렇기에 좀더 넓은 건물로 옮겼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비영리단체라 재산세도 안내서 유지비만 내면 되기에 건물이 있으면 렌트비가 절약되고 그 비용으로 더 많은 탈북자를 후원할 수 있다. 살 돈도 없고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 없다. 현재로서는 지금있는 학생들을 위해 가능한 만큼만 해내고 있다.

엠파워하우스의 목표는 탈북학생들이 고졸학력 인증서(GED)를 따고 대학가서 하고 싶은 공부하는 소망을 이루는 것이다. 더 나아가, 언젠가 북한은 분명 열릴 것임을 믿기에 엠파워하우스를 통해 만난 탈북자들이 북한의 고향에 가서 그들의 가족을 다시 만나고 통일된 한국에서 북한주민들의 교육을 도와주는 주인공들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건강한 통일을 위해서는 현재 나와있는 탈북자들이 우리와 같은 눈높이로 맞춰져 같은 입장에서 토의하고 같은 생각으로 통일을 준비해야 한다. 순수하게 돕는 것은 좋지만 탈북자들이 진짜 필요한 것을 이해하려고 하지 않고 눈앞에 당장 보이는 필요만 채워주려고 하면 안된다고 본다. 민주주의사회를 처음 경험하는 자들에게 많은 선택의 폭에서 따르는 책임과 경험은 때로는 이들에게 상처가 된다. 탈북자를 도울 때 그들이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실질적인 기술, 정보 등을 교육받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같은 입장으로 서로 존중할 때 통일이 돼야 하며 북한이 열리면 복음전파를 위해 분명히 들어갈 것이다.

■끝으로 전하고 싶은 말은

에녹을 통해 신앙적으로 자라고 내 힘이 아닌 하나님의 이끄심을 매일 경험함에 감사하다. 하나님이 쓰시는 좋은 사람들과 환경들을 만나게 하셨다. 특히 이 일을 통해 한국 기독교 역사에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됐고, 북한에서 일어난 일들과 하나님이 한국을 향한 계획이 얼마나 중요한지 생각하게 됐다. 미국에서 학교를 다니다 보니 한국역사는 관심 밖이었고 애국심은 전혀 없었는데 나의 조국을 향한 마음을 새로이 느끼며 한국인이라는 자부심도 생겼다.

에녹 처음 활동 당시 인권문제만 바라보고 집회도 가졌지만 우리 모두는 똑 같은 죄인이고 따라서 남북한 모두와 한민족을 위해 기도하기 시작했다. 솔직히 지칠 때도 있지만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이 가장 행복한 순간이라고 말할 정도로 이 일을 하게 하신 하나님께 감사하다. 엠파워하우스 학생들의 시험결과가 나오는 날엔 아빠와 같은 마음으로 궁금해 하기도 하며, 한 식탁위에서 한국음식을 먹으며 사랑을 받는 것에 큰 은혜가 된다. 탈북학생들은 돌아올 수 있는 자기들의 집이 있다는 것이 좋다고 이야기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는데 어쩌면 지리적으로 멀지 않은 곳에서 태어났지만 못 만나고 있다가 태평양건너서 같은 지붕아래 살게 된 지금에 놀랍고 감사할 뿐이다. 에녹은 탈북자들을 향한 하나님의 계획을 실천하는 단체로서 분명히 그들의 마음을 움직이게 할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홍다은 기자>

 

<홍성환 대표 약력>
1989년-서울생
2004년-The Fessenden School 졸업
2007년-Phillips Exeter Academy 졸업
2011년-비영리단체 ENoK 설립
2011년-시카고대학 경제학과 졸업
2011년-RCF 경제·금융컨설팅사 입사
2014년-엠파워하우스 프로그램 시작
현재-ENoK 대표, RCF 경제·금융컨설팅 근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