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타닐 이어 ‘살 파먹는’ 좀비마약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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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진정제 ‘자일라진’ 기존 마약에 혼합 복용

펜타닐 오용 등으로 인해 전국적으로 약물 과다복용 사망자가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이같은 문제는 LA를 비롯한 캘리포니아주가 가장 극심하며 특히 LA의 경우 최근 살을 파먹는 이른바 ‘좀비마약’까지 급속히 퍼지고 있어 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LA타임스와 KTLA 등에 따르면 LA의 마약 중독자들 사이에 동물 진정제 ‘자일라진’(xylazine)을 펜타닐 등 기존 마약에 혼합해 오용하는 경우가 급속히 확산되면서 LA 카운티 보건당국이 공중보건 긴급 경보를 발령하고 LA 카운티 셰리프국은 이같은 좀비마약 사용을 추적하기 위한 시범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1962년 개발된 자일라진은 세계 각국에서 수의사들이 말·소 마취제나 고양이 구토유발제로 널리 쓰는 동물용 의약품으로, 미국에서는 ‘트랭크’(tranq) 등 속어로도 불린다.

이른바 살 파먹는 좀비마약으로 불리는 자일라진 혼합약은 팔다리 등에 ‘가피’(eschar) 혹은 ‘괴사딱지’라고 불리는 죽은 부스럼 조직이 생기며, 이를 치료하지 않고 그대로 두면 팔다리를 절단해야 할 상황까지 놓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런 방식으로 자일라진 혼합 마약을 투약하면 여러 시간 동안 정신을 잃기 때문에 성폭행이나 강도 등을 당하기 쉽다. 이후 마약중독자가 깨어났을 때는 펜타닐 등의 효과가 이미 사라진 상태이기 때문에 마약을 더 투약하고 싶은 갈망이 생기게 된다. 현재 자일라진은 규제 약물로 지정돼 있지 않기 때문에 엄격한 감시망에서 벗어나 있어 더 큰 문제가 되고 있다.

올해 초 뉴욕타임스(NYT)가 인용한 최근 데이터에 따르면 필라델피아의 경우 시중에 유통되는 마약을 검사해 본 결과 자일라진이 함유된 사례가 90%를 넘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LA에서도 거리의 마약중독자나 노숙자들 사이에 이같은 자일라진 혼합약이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최근 조사에서는 전국적으로 약물 과다복용 사망자가 증가, 한 해 10만명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주 별로 캘리포니아가 1만여 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캘리포니아는 청소년의 불법 약물 접근성이 가장 높은 곳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연방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산하 전국보건통계센터(NCHS)는 약물 과다복용 사망자를 정기 집계하는데, 가장 최근 갱신한 잠정 통계에 따르면 2022년 11월까지 1년(12개월) 동안 전국적으로 10만3,550명이 약물 과다복용으로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별로 캘리포니아에서 1만470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이어 플로리다 7,717명, 텍사스 5,159명, 펜실베니아 5,051명, 오하이오 5,019명 등의 순이었다.

전국 약물 과다복용 사망자 수는 증가추세로 2021년부터 한 해 10만 명을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2015년 5만2,623명, 2016년 6만3,938명, 2017년 7만699명, 2018년 6만7,850명, 2019년 7만1,130명, 2020년 9만2,478명, 2021년 10만7,573명 등으로, 2018년 잠시 주춤했을 뿐 그 외엔 계속 늘어났다.

이는 캘리포니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캘리포니아에서는 2015년 4,762명, 2016년 4,755명 등 5,000명 미만에 머물렀던 수치가, 2017년 5,028명, 2018년 5,494명, 2019년 6,363명, 2020년 9,209명으로 늘어나더니, 2021년 1만1,398명으로 1만 명을 넘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