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협상 주목할만한 진전···바이든 “지켜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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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우 휴전협상 개회사 하는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로이터>

이틀 예정 협상 4시간만에 종료 “건설적·충분한 진전”
우크라 “안보 보장시 중립국 채택”···러 “키이우 등서 군사활동 축소
러·우크라 정상회담도 언급···서방, 여전히 러시아 불신

29일 터키에서 열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5차 평화협상에서 주목할 만한 진전이 이뤄졌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양측은 이날 협상장을 나서면서 건설적인 논의가 오갔다고 기대를 표시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요구한 중립국화를 받아들일 수 있다고 했고, 러시아는 수도 키이우와 북부 체르니히우에서 군사활동을 대폭 축소하겠다고 밝혔다.

평화협정 체결을 위한 정상회담이 언급될 만큼 분위기가 좋았다.

그러나 미국 등 서방은 러시아가 내놓은 협상안에 대해 여전히 의심을 거두지 않았다.

◇ 5차 협상 4시간만에 종료···”건설적이었다” 평가

양측 협상단은 29일 오전 9시 40분께부터 터키 이스탄불에서 만나 협상했다. 대면 협상은 지난 7일 3차 협상 후 이후 약 3주 만이었다.

애초 이틀간으로 예정됐던 이날 협상은 약 4시간 만에 종료됐다.

협상이 끝나고서 우크라이나 측은 “양국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할 정도로 충분한 진전이 있었다”고 말했고, 러시아 측도 “건설적으로 진행됐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구체적인 타협안이 빠르게 도출되면서 굳이 회담 일정을 꽉 채울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 “안보 보장시 중립국 채택”···”양국 정상회담 가능”

우크라이나는 이날 안보를 다자가 보장하는 체제가 마련된다면 러시아의 핵심 요구 사안이었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을 포기하고 중립국 지위를 채택하는 데 동의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우크라이나 협상 단원인 미하일로 포돌랴크 대통령 보좌관은 “터키, 이스라엘, 폴란드, 캐나다 등을 안보 보장국으로 보고 있다”며 “중립국 지위를 채택하면 우크라이나 내 외국 군사기지를 유치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협상단장 다비드 하라하미야는 ‘새 안보 보장 체제에’ 대해 “나토 조약 5조처럼 안보 보장국이 법적으로 우크라이나를 보호할 의무가 있는 체제를 바란다”고 설명했다.

나토 조약 5조는 한 회원국이 공격받으면 나토 전체에 대한 공격으로 보고 다른 회원국이 자동 개입해 공동 방어한다는 개념이다.

우크라이나는 또 2014년 러시아가 무력 병합한 크림반도의 지위를 향후 15년간 러시아와 협의할 것을 제안했다. 친러시아 분리주의 반군이 장악한 돈바스 지역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러시아 측은 “잘 정리된 입장을 전달받았다”며 “이 제안을 조만간 검토하고 (푸틴) 대통령에게 보고할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중립적이고 비동맹적인 지위와 비핵보유국 지위 추구를 확인하는 제안을 받았으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유럽연합(EU) 가입에는 반대하지 않는다는 언급도 포함됐다고 전했다.

러시아 협상단장 블라디미르 메딘스키 대통령 보좌관은 “양국 대통령 회담은 양국 간 조약이 준비되는 대로 가능할 것”이라며 “우리는 외무장관 간 조약 가조인과 동시에 정상회담 개최 제안을 했다”고 전했다.

◇ 러 “키이우 군사활동 축소”···”돈바스 집중”

이날 나온 회담의 성과 가운데 러시아가 키이우, 체르니히우 등 북부 전선에서 군사활동을 ‘대폭’ 축소하겠다는 내용이 가장 시선을 끌었다.

러시아는 이에 대해 “상호 신뢰를 높이기 위한 조처”라며 “즉시 실행된다”고 밝혔다.

분리주의 반군이 장악한 동부 돈바스 전선과 한 달 가까이 포위 공격 중인 마리우폴 등 남동부 전선의 군사 활동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오히려 러시아는 회담 종료 전 남동부 전선에 전력을 집중하겠다고 발표했다.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부 장관은 국방 관련 화상회의에서 “전반적으로 군사작전 1단계 주요 과제는 완료됐다”며 “이에 따라 돈바스 해방이라는 (작전의) 주요 목표 달성에 노력을 집중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쇼이구 장관은 다만 “목표들을 달성할 때까지 특별군사작전(전쟁)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 미국 “지켜볼 것”, 젤렌스키 “긍정 신호, 공격 없어지진 않아”

미국은 이번 협상 결과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9일 “지켜보겠다. 그들이 행동에 나서는 것을 볼 때까지 어떤 것도 예단하지 않을 것”이라며 불신을 거두지 않았다.

이어 이날 오전 나토 주요 회원국 정상과 통화했다며 “그들의 제안을 지켜보자”면서 “그러나 그때까지는 강력한 제재를 이어갈 것이고 우크라이나군이 자신을 방어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동을 순방 중인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도 “러시아가 방향을 전환했다고 말할 수 없다”며 “러시아가 자신들이 하는 일을 하지 않았다고 사람들이 생각하도록 또다시 속이려는 시도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존 커비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적은 수의 러시아군이 수도 키이우에서 이동했다고 확인하면서도 이를 철수가 아닌 재배치 차원이라고 해석했다.

우크라이나 젤렌스키 대통령은 “협상에서 들려오는 신호는 긍정적이라고 말할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이 신호가 있다고 해서 폭발이나 러시아 공격이 없어지진 않는다”고 밝혔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의 대변인은 “우리는 푸틴 정권을 그들의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판단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 세계 주요 증시 급등···유가 급락

평화협상 진전 소식에 세계 주요 증시는 급등하고 유가는 급락하는 등 경제지표가 모처럼 상승세를 나타냈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0.97% 올랐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와 나스닥 지수는 각각 1.23%와 1.84% 상승했다.

프랑스 파리 증시의 CAC40 지수는 3.08%,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의 DAX30 지수는 각각 2.79% 급등했다.

범유럽 지수인 유로 Stoxx50도 2.96% 강세로 마감했다.

이날 5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장보다 1.72달러(1.6%) 하락한 배럴당 104.2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17일 이후 최저치이다.

브렌트유 가격도 1.63% 내린 107.71%로 마감했다. 국제 원유 가격은 한때 약 5% 급락했으나 하락폭이 줄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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