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동 때 전소 한인 리커에 인종화합 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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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흑 화합 벽화 제막식 참석자들. 왼쪽부터 스티브 강 KADA 회장, 애니 홍 작가, 서성호씨 아들로 벽화 사업의 다리 역할을 한 폴 서 KADA 이사, 직원 리차드 힉스, 서성호씨, 메릴린 스트릭랜드 의원, 줄리아 전 작가, 제임스 안 한인회장, 홀리 미첼 수퍼바이저. [한형석 기자]

잉글우드 서성호씨 업소 4.29 30주년 맞아 제막
한흑 화합 뜻깊은 상징성

LA 폭동 30주년을 맞아 폭동 당시 전소 피해를 입었다 재기한 흑인 밀집지 내 한인 리커스토어 건물에 인종화합을 의미하는 벽화가 그려져 화제다. 특히 벽화 속에는 한인 리커스토어 업주과 34년간 이 가게에서 일해 온 흑인 직원이 함께 그려져 매우 특별한 의미와 상징성을 나타냈다.

이 벽화는 한인민주당협회(KADA)가 LA 한인회와 홀리 미첼 LA 카운티 2지구 수퍼바이저의 지원 아래 추진된 것으로, LA 폭동 30주년인 29일 이 건물(3000 W. Manchester Blvd. Inglewood) 주차장에서 벽화 제막식이 열렸다.

흑인 커뮤니티를 대표하는 지역인 잉글우드에 위치한 이 건물엔 한인 서성호(73), 서경옥(66) 부부가 운영하는 ‘S & H 리커’가 입주해 있으며 이들 부부가 이 건물의 소유주이기도 한데, 이 건물 외벽에 벽화가 그려진 것이었다.

이번 벽화는 이 지역을 관할하는 흑인 정치인인 홀리 미첼 수퍼바이저 사무실이 2만 달러의 비용을 지원했고, 애니 홍, 줄리아 전씨 등 한인 2세 작가들이 벽화를 그렸다. 이날 제막식에는 스티브 강 KADA 회장과 제임스 안 LA 한인회장, 미첼 수퍼바이저, 한흑 혼혈인 메릴린 스트릭랜드 워싱턴주 10지구 연방하원의원, 그리고 리커 업주 서성호씨와 직원인 리처드 힉스 등이 참석해 의미를 더했다.

벽화에는 서씨 부부와 리차드 힉스가 나란히 그려져 있고, ‘ROOT’(뿌리), ‘HOLD’(유지), ‘ENTWINED’(얽혀있는), ‘TOGETHER’(함께), ‘STRONGER’(더 강한) 등의 단어가 새겨져 있는데 뿌리가 비슷한 점이 있는 한인과 흑인사회가 손을 맞잡고 협력하고 함께하면 강해진다는 메시지를 담았다.

4.29 폭동이 일어나기 훨씬 전부터 이 곳에서 리커스토어를 운영하던 서씨는 1980년대 총격을 당했지만 이 지역을 떠나지 않았고, 1992년 폭동 때에는 가게가 모두 불에 타 없어졌지만 같은 자리에서 재기해 현재까지 운영하고 있다. 폭동으로 큰 피해를 입었던 건물, 피해자가 소유한 건물에 30년만에 화합의 벽화가 그려진 것이었다.

스티브 강 회장은 “폭동 당시 불에 탔던 건물에서 새로운 벽화를 통해 30년간의 갈등을 해소하고 힐링의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한다”며 “또 우리 모두가 한 목소리로 증오범죄를 규탄하고 협력해 나가겠다는 약속을 드리고 싶다”고 전했다.

미첼 수퍼바이저는 “예술은 커뮤니티가 무엇을 중요시하는지를 나타내는 아름답고 영구적인 방법”이라며 “이 벽화는 폭동으로부터의 회복과 한인과 흑인 커뮤니티의 화합을 상징하는 중요한 예술 작품이며, 나아가 모든 LA 주민들의 존엄성, 편견의 위험성 등에 대해 말하는 작품으로 이를 지원할 수 있게돼 매우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스트릭랜드 하원의원은 “이 벽화와 4.29 폭동은 유일한 한흑 혼혈 연방 의원인 나에게 다양한 이유로 중요하다”며 “서로를 적대시하도록 만드는 세력이 있지만 한인과 흑인 커뮤니티는 공통점이 많고 잘 지낼 수 있고 그래야 한다”면서 “이제는 우리가 분열되지 않고 서로를 알고 서로에게서 배우고 화합과 힘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한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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