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부 ‘독립운동사적’ 흥사단 건물 매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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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보훈처, 285만달러에 에스크로 완료

미주 한인사회 독립운동의 거점이자 상징이었던 LA 흥사단 옛 본부 건물(단소)이 다시 한인들의 품에 안기게 됐다.

1일 한국의 국가보훈처는 “한국 정부는 흥사단 등 한인사회의 협조 속에 지난 달 31일 부동산 재개발로 인해 철거 위기에 놓였던 LA한인타운 인근 흥사단 옛 단소에 대한 에스크로를 종료하고 최종 매입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한미수교 130주년이었던 지난 2012년 워싱턴 DC 소재 옛 대한제국 주미공사관 건물을 한국 정부가 구입한 경우가 있었으나, 해외에 소재한 민간인 주도 독립운동사적지 보존을 위해 정부가 부동산을 매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확한 매입가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중국계 투자그룹이 지난 해 흥사단측에 제안한 295만달러 보다 낮은 285만달러 선인 것으로 알려졌다.

도산 안창호 선생의 주도로 1913년 샌프란시스코에서 결성돼 1915년 LA로 터전을 옮긴 흥사단은 1929년 카탈리나 소재 건물(3421~3423 S. Catalina St.)을 임대해 단소로 사용했다. 1932년 단우들이 십시일반 성금을 모아 처음으로 자체 건물을 소유하게 됐다.

단소는 1948년까지 흥사단 본부로 사용되었으며 광복 이후 본진이 서울로 이전하면서 미주위원회로 개칭하고, 1979년까지 미주 한인들의 교육 및 사회활동, 권익 보호를 지원하는 역할을 수행했었다. 하지만 연로한 단우들이 재정적으로 단소를 유지하기가 어려워진데다 지진으로 인한 피해와 누전 등의 문제가 겹쳐 지난 1979년 결국 흥사단은 46년동안 사용한 건물을 매각했다.

이번에 한국 정부가 매입한 흥사단 옛 단소는 조지안 스타일의 2층 짜리 건물 2동이 들어서 있으며 건물면적 3,550스퀘어피트, 대지면적 6,225스퀘어피트에 방 11개, 화장실 6개를 갖추고 있다. 흥사단 옛 단소는 임대주택 등으로 이용되다가 2020년 중국계 부동산 개발회사가 재개발용으로 매입, 2021년 철거 절차를 진행하면서 자칫 역사 속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했었다. 철거 소식을 접한 흥사단과 도산 안창호 기념사업회, 대한인국민회 기념재단이 주축이 돼 건물을 지키기 위한 위원회를 구성했다. 또 LA 관리단(LA Conservancy)과 아시아 태평양 섬 주민 역사보존협회(APIAHP) 등 시민단체와 협력해 LA시에 역사·문화기념물(사적지)로 신청하고 부동산 개발회사의 건물 철거를 일시 정지시켰다.

이후 2021년에는 흥사단 건물의 사적지 지정을 위한 1~2차 공청회에 한인사회가 적극적으로 참여, ‘사적지 등록권고’라는 성과를 이끌어냈다. 국가보훈처는 흥사단 지부의 협조 속에 소유자와 매입을 위한 협상을 진행, 최종 매입에 이르는 결실을 맺을 수 있었다.

국가보훈처는 오랜 기간 공실로 비워져 있었던 흥사단 옛 단소 건물 매입이 완료됨에 따라, 내외부 안정화 작업을 실시한 뒤 연내에 건축물에 대한 기록화 작업 및 정밀 실측에 나설 계획이다.

이후 관계 전문가와 한인사회의 의견수렴을 거쳐 건물 활용방안을 수립하고 2025년 상반기까지 리모델링 공사를 완료한 후 광복절인 8월 15일 재개관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한, LA시 사적지 지정이 완료되면 주 및 연방 차원의 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하고 미주 한인들의 독립운동자산이 미국의 문화유산으로도 보존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이기욱 LA흥사단 지부장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한인사회 독립운동의 거점이자 상징이었던 옛 단소 건물을 다시 찾을 수 있게 돼 감격스럽다”면서 “한국 정부의 과감한 매입 결정에 90여명의 미주지역 흥사단 단우를 대표해 감사의 뜻을 전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