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고교생 45%, “재외동포에 대해 들어본 적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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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계적인 교육정책 없어

청소년 이해도 매우 낮아

“교과서에 수록” 지적도

“한국에서 1902년 국가의 보호 아래 정식으로 이주한 곳은 어디일까?“ 정답은 미국 하와이지만 이를 제대로 알고 있는 고등학생은 12.1%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43.1%는 중국 북간도를 꼽았고 러시아 연해주라고 답한 학생도 31.1%에 이르렀다. 나머지 8.6%와 1.7%는 각각 서독과 일본을 꼽았다.

한국 청소년들 사이에서 재외동포에 대한 인식이 갈수록 희미해져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고교생의 절반 가까이가 재외동포에 대해 들어본 적조차 없다고 답할 정도로 재외동포에 대한 관심과 이해도가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정용호 고척고 교장이 재학생들의 재외동포 이해도를 알아보기 위해 지난 7월 17일 2학년 5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재외동포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다’는 응답은 55.2%에 그쳤고 나머지 44.8%는 ‘들어본 적 없다’고 답했다.

들은 경로는 TV·영화 등 미디어(62.5%)와 인터넷(40.0%)이 많았고 학교 수업에서 들어봤다는 응답은 25.0%에 지나지 않았다.

‘처음 외국으로 이주한 시기’를 묻는 항목에서도 34.5%는 신라라고 맞게 대답했으나 고려(27.6%), 일제강점기(19.0%), 조선(17.2%), 광복 이후(1.7%) 등 오답도 적지 않았다.

‘재외동포가 가장 많은 지역’에 관해서는 39.7%가 정답인 중국을 꼽았지만 29.3%는 미국, 19.0%는 일본, 8.6%는 중남미, 3.4%는 CIS(독립국가연합)를 꼽았다.

정 교장은 이 같은 결과를 재외동포재단이 8일(한국시간) 제주도에서 열린 ‘재외동포 이해 제고를 위한 전문가 간담회’에서 발표하며 ”재외동포에 관한 고교생들의 인식은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강용철 경희여중 교사는 “교과서는 국가의 신념·가치·지식을 담고 있는 만큼 재외동포가 등장해야 인식을 높일 수 있다”면서 ”재외동포 롤 모델이 필요하고 감동적인 수필이나 영상도 보탬이 될 것”이라고 제언했다.

이진영 인하대 교수는 “대학의 관련 교과목에 재외동포의 다중적 정체성과 나라마다 다양한 이주 형식을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을 포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오현 서울대 교수는 “학교 교육의 방향은 세계시민성(글로벌), 한국 정체성(내셔널), 지역 전문성(로컬)을 모두 갖춘 ‘글로내컬(Glonacal) 인재’를 길러내는 것”이라면서 “미래 교육에 맞는 재외동포 관련 내용을 발굴해 독립된 주제, 혹은 다문화·민주시민 교육 등 기존 주제의 영역으로 교육과정에 수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한우성 재외동포재단 이사장은 개회사를 통해 “재외동포는 독립운동, 산업화, 민주화 등에 기여했고 남북통일과 동북아 평화에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는데도 우리 국민의 인식은 그에 미치지 못했다”면서 “각계 전문가들이 중지를 모아 우리 국민과 동포사회가 공동의 목표를 향해 함께 나아가는 혜안을 모색해주기를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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