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들 “총격 후 숨어 2시간 떨어… 공포의 아수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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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발생한 텍사스 달라스 북쪽 앨런 지역 프리미엄 아웃렛 총기난사 사건으로 한인 일가족 3명을 포함한 9명이 사망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달라스 한인사회도 충격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번 사건으로 주말 샤핑에 나섰던 조규성(37)·강신영(35)씨 부부와 3세 아이가 사망하고 5세 아동은 중상을 입은 것으로 전해진 가운데 한인들은 인종 우월 극단주의 신봉자의 무차별 총기난사에 한인 일가족이 희생된 것에 슬픔과 안타까움을 표하고 있다.

사건이 발생한 앨런은 달라스 시내에서 북쪽으로 약 20마일 떨어진 콜린 카운티에 있는 소도시다. 10만여명이 거주하는 앨런은 집값이 비교적 저렴하고 치안상태와 학군이 좋아 최근들어 젊은 세대 한인들의 유입이 늘고 있는 곳이라고 현지 한인들은 전했다.

앨런 인근 프리스코 지역의 리빙스톤 한인교회 원성재 목사는 “앨런은 캐롤튼, 플래노, 프리스코, 맥키니 등과 함께 주거 환경이 쾌적하고 안전한 곳으로 한인들에게 잘 알려진 곳인데 대형 참사가 일어났다”고 전했다.

특히 앨런 아웃렛은 가정 용품에서 아동복 및 디자이너 의류에 이르기까지 유명 브랜드를 구매할 수 있는 장소로 유명해 달라스 한인들과 한국 관광객들도 즐겨 찾는 샤핑몰이다. 현지 언론 TV 뉴스와 소셜미디어 동영상에는 사건 직후 한인들로 보이는 샤핑객들이 경찰의 지시를 따라 손을 들고 황급한 표정으로 대피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사건 당시 아웃렛에서 샤핑 중이었다는 박모씨는 “갑작스런 총소리에 직원들 안내로 탈의실 안쪽 잠금장치가 있는 뒷방에 숨어있다가 2시간 후 경찰의 안내를 받아 사건현장을 겨우 빠져 나올 수 있었다”며 “매장 안은 놀란 아이들의 울음소리와 샤핑객들의 비명소리로 아수라장이었다”고 긴박했던 상황을 전했다.

CNN이 입수한 사진 속에는 총격범으로 보이는 남성이 AR-15류의 총기를 옆에 두고 바닥에 쓰러져 있는 모습이 담겼다. 그는 검은색 방탄복을 입었고, 가슴에 둘러맨 장비에 여분의 탄창을 여러 개 장착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고 CNN은 전했다.

아웃렛의 한 식당 종업원 티파니 깁슨은 당시 총소리를 듣고 손님들과 함께 식당 뒤 복도에 숨어있었다면서 “너무나 충격적인 경험이어서 이미 불안과 발작 증세에 시달리고 있다”고 호소했다. 프레첼 판매대에서 일하는 16세의 맥스웰 검은 사건 당시 사람들이 미친 듯이 달리기 시작하면서 어린아이들이 넘어지고 밟히기도 했다고 AP통신에 전했다. 그는 “함께 일하는 동료가 4살짜리 여자아이를 들어 올려 부모에게 넘겨줬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제일 관대한 총기소지법을 시행 중인 텍사스주의 분위기를 질타하는 한인들의 목소리도 높다. 앨런에서 10분 떨어진 곳에서 고려갈비 식당을 운영하는 케니 김씨는 “최근 들어 달라스 한인타운의 주점과 미용실에서 잇단 총기사고로 인명피해가 발생했으며, 프리웨이에서 시비가 붙은 한인도 상대방 총에 맞아 사망하는 등 치안이 불안한 편인데 이 모든 건 지나치게 관대한 총기소지법 때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텍사스주에서 총기난사 사건이 발생하자 조 바이든 대통령이 공격용 소총 판매 금지 등 총기 규제를 강화해줄 것을 의회에 재차 요구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7일 성명을 통해 “미국 사회는 올해 약 200건의 대규모 총기 사건을 겪었다”면서 “1만4,000명 이상의 시민들이 목숨을 잃었다. 미국 어린이들의 주요 사망 원인이 총기 폭력”이라고 개탄했다.

그는 “나는 의회에 공격용 소총과 대용량 탄창을 금지하고, 보편적 신원조회, 안전한 보관 장소 요구, 총기 제조업체에 대한 면책 종료 등에 대한 법안을 통과시켜 내게 보내 달라고 재차 요청한다”고 말했다.

<로스앤젤레스 노세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