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델리 폐업에 브로드웨이가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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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연합뉴스 유튜브 캡쳐

40여년 운영한 김민씨 치솟는 렌트 못이겨 은퇴

뉴욕 타임스퀘어 한복판에서 샌드위치와 샐러드 등을 파는 델리 업소가 문을 닫았다. 소박한 이 가게의 폐점 소식에 화려한 브로드웨이의 배우들이 몰려들었다. 71세의 한인 김민씨가 40년 가까이 운영하면서 하나의 명소로 자리 잡은 ‘스타라이트 델리(Starlite Deli)’의 환송회를 위해서였다.

지난달 28일 폭스뉴스는 “뉴욕시의 또 다른 상징적인 역사가 과거 속으로 사라진다”면서 스타라이트 델리의 폐점 소식을 전했다. 언뜻 보기엔 평범한 가게가 뉴요커와 브로드웨이의 배우들을 사로잡은 배경에는 오랜 시간 같은 자리에서 성실하고 친절하게 손님을 대했던 김씨와 가족 및 직원들이 있었다.

김씨는 1952년 서울에서 태어나 1981년 뉴욕으로 이민 왔고 1983년에 이 델리 업소를 오픈했다. 이후 아내와 함께 일주일에 쉬는 날 없이 하루 14시간을 꼬박 문을 열고 일을 하며 고객들에게 샌드위치와 커피 등을 제공해왔다. 스타라이트 델리는 브로드웨이 배우들뿐만 아니라 맨해턴 주민들의 단골 가게가 됐다.

그러나 치솟는 렌트비와 고령, 코로나19 팬데믹의 여파 등으로 결국 문을 닫게 됐다. 김씨는 CBS와의 인터뷰에서 “은퇴할 때가 됐다”며 아내·자녀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디즈니의 뮤지컬 ‘알라딘’에서 지니 역을 맡은 제임스 먼로 이글하트는 “첫 공연을 마치고 여기에 왔었다. 이곳은 가야만 하는 곳”이라고 말했다.

브로드웨이만 김씨를 사랑했던 건 아니다. 고객들로부터 ‘미스터 민’이라고 불리는 김씨 역시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시카고, 라이온킹 등을 좋아하는 브로드웨이의 열렬한 팬이었다고 폭스뉴스는 밝혔다. 김씨는 인터뷰에서 ‘단골손님 중 유명한 사람이 있나’라는 질문을 받고 “모든 손님이 내게는 유명 스타”라고 답하기도 했다.

이날 틱톡에는 김씨 부부를 위해 폐점 당일 가게 앞에 모여 노래를 부르는 브로드웨이 배우들의 모습이 담긴 영상이 공유됐다. 이들은 노래뿐 아니라 단골들의 메시지를 담은 기념사진과 고펀드미를 통해 김씨의 ‘퇴직금’조로 모은 1만7,000달러의 성금을 김씨 부부에게 선물로 전달했다. 공개된 영상에서 김씨는 “영원히 이 순간을 잊지 못할 것”이라고 소감을 전했고, 그의 아내는 연신 눈시울을 붉혔다. 두 사람은 모인 이들에게 손을 흔들며 작별을 고했다.

CBS방송도 이달 초 스타라이트 델리가 문을 닫는다는 소식을 알리면서 서울 출신인 김씨가 높아진 렌트비 부담에 더해 가족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려 은퇴한다고 보도했다. 연극 프로덕션 매니저 닉 포레로는 “김씨는 우리 업계에서는 전설”이라며 “모두가 그를 그리워할 것”이라고 CBS에 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