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는 고쳤는데…’ 무딘 다리, 휘청이는 걸음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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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젓가락질 힘들고 술 취한 듯 걷는다면 경추척수증 의심-
-작은 충격에도 전신마비 위험.. 진단 즉시 수술치료 해야-

시장에서 자영업을 하고 있는 60대 한모씨는 3년 전 아프고 저린 다리 때문에 일상생활이 힘들어 병원을 방문했고, 척추관 협착증 진단을 받은 뒤 요추(허리뼈)를 나사못으로 고정하는 수술을 받았지만, 다리에 마비 증상은 나아지지 않았다. 이후 한씨는 치료를 위해 여러 병원을 다녀봤지만 소용없었고 급기야 계단을 내려오던 중 심하게 넘어져 고관절이 골절되는 바람에 인공관절 수술까지 받아야 했다. 그러던 중 한씨는 한 병원에서 목에 문제가 있다는 소견을 듣고 정밀 검사를 시행한 결과 ‘경추척수증’ 진단을 받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1년 한씨와 같은 경추척수증 환자는 약 1만 5천여명. 같은 해 허리디스크 질환 환자(약 197만명)와 척추관 협착증 환자(약 180만명)수를 비교했을 때 100배 이상 차이가 나지만, 경추척수증은 작은 충격에도 전신마비로 이어질 위험이 높기 때문에 100배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인천나누리병원 척추센터 김진욱 병원장은 “다리가 저리고 당기는 방사통과 감각 저하는 허리디스크나 협착증의 증상과 유사하지만, 허리를 검사했을 때 이상이 없거나 치료를 한 뒤에도 증상이 이어진다면 목의 문제를 의심하고 반드시 검사를 받아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경추척수증은 경추(목뼈) 안을 지나는 척수(중추신경)가 어떠한 원인으로 압박을 받아 감각 및 운동 기능에 문제가 발생하는 질환을 말한다. 경추척수증의 원인은 다양하지만 가장 대표적인 것이 목디스크 질환과 후종인대골화증이다.

목디스크 질환은 경추(목뼈) 사이에서 충격을 흡수하는 디스크가 돌출되어 신경을 압박하는 것인데,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목디스크 질환은 척수에서 뻗어 나온 말초신경을 누르기 때문에 손과 팔, 어깨와 목 통증이 나타난다. 반면 경추척수증은 돌출된 디스크가 척수를 직접 압박해 통증보다는 마비 증상이 주가 된다.

후종인대골화증은 경추(목뼈) 후면에서 뼈와 뼈를 지지해주는 후종인대가 딱딱하게 변하면서 두꺼워져 신경을 압박하는 질환으로, 이 질환 환자 3명 중 1명은 경추척수증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추척수증의 가장 특징적인 증상은 척수가 압박을 받아 신경의 흐름이 원활하지 못해 발생하는 미세운동 장애와 근력저하다. 평소 젓가락질과 단추를 잠그는 게 힘들거나 똑바로 걷지 못하고 술에 취한 듯 휘청거리며 걷는다면 경추척수증을 의심할 수 있다.

자가진단법도 있다. 양손으로 빠르게 쥐었다 폈다를 빠르게 반복하여, 10초에 20회 이상 할 수 있다면 정상이다. 또 일직선에 맞춰 앞꿈치와 뒷꿈치를 이어 붙이면서 똑바로 걷는 것인데, 열 걸음을 정상적으로 걸을 수 있다면 문제없다.

인천나누리병원 척추센터 김진욱 병원장은 “한 번 손상된 척수는 회복이 어렵고 전신마비의 위험이 높기 때문에, 경추척수증 진단을 받게 된다면 척수를 압박하는 원인을 없애는 수술치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장익경 특파원[시카고 한국일보 서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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