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전 69년 만에 조우한 한·미 전우, 후대에 “한국전쟁이 잊히지 않길···”

628
23일 시카고 케네디 공원에서 열린 한국전 휴전 69주년 기념식에 한인 참전용사와 미국인 참전용사가 모여 반가운 인사를 나누었다. <최지원 기자>

대한민국을 수호한 ‘잊혀진’ 전쟁 속 영웅들, 시카고에서 한국전 휴전 69주년 기념해

“안녕하십니까?”
23일 시카고의 케네디 공원에서 반가운 인사가 들렸다. 어느덧 백발이 된 7명의 미국인 참전용사들은 1시간 남짓 거리에서 달려온 3인의 한국인 참전유공자들을 두 팔 벌려 환영했다.
이 날 시카고에 위치한 미주 최초로 설립된 한국전쟁 기념비에서 열린 한국전 휴전 69주년 행사에는 한·미 참전용사 10인을 비롯 90여명의 전·현직 군인과 지역 인사들이 참석해 전쟁의 의미를 되새기며 감사를 전하는 시간을 가졌다.

6·25 전쟁에 참전한 이두만 목사는 행사 전, 부산, 인천 등에 주둔했던 미 군인들과 인사를 나누며, “그 젊은 총각들이 이제 백발의 노병이 돼서 한국말로 인사하는 것을 들었을 때, 그 분들이 이 전쟁을 오래도록 기억하고 있었다는 것을 느끼고 반가웠다”고 소감을 전했다.

1952년부터 2년 간 한국전에 참전한 헨리 디에즈델리온 씨는 7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 날의 기억이 생생하다고 말했다. 그는 송환되는 북한 포로를 감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며 “부산에서 시작해 38선까지 올라 포로를 교환했다”고 당시 상황을 상기했다.

당일 오전 비가 오는 궂은 날씨에도 자리를 빛낸 10인의 참전용사들은 서로의 연락처를 공유하고 함께 사진을 찍으며 휴전 69년 만에 조우의 기쁨을 나누었다.
한국전에서 영국군과 포로로 잡혀 2년 동안 수용생활을 했던 박정민 6·25 참전 유공자회 회장은 “지금까지도 전쟁 중에 어린이, 부인들이 짐을 짊어지고 피난가던 모습, 처참하게 전쟁에서 죽어가던 친구들이 생각난다”며 앞으로 한인 사회도 우리의 아픈 역사를 잊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양국의 국가로 시작된 이 날 기념식에서 댄 브래디 일리노이 주 하원의원은 축사를 통해 “오늘 행사에서 유공자 분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할 수 있어 영광이다. 그 분들의 희생을 잊지 않고 계속 기억할 것”이라 전했다.

23일 행사에는 시카고 지역 Windy City 향우회 닐 마스 회장, 미 해병 항공통제단 랄프 리마스터 중령 등도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또한 이 날 기념식에는 독립기념일에 발생한 하이랜드팍 총격사건 피해자 7인과 최근 총격으로 사망한 전 일본 총리 아베 신조를 추모하는 시간이 열렸으며, 추모 연설은 나오야 키시 시카고 일본 대리영사가 전달했다. 한국전 기념식에 아베 추모행사가 함께 열려 의아한 상황에도 세 분의 한인 참전용사 이외에 주시카고 대한민국 총영사관 관계자를 포함, 다른 한인은 참석하지 않아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최지원 기자>

 

시카고 한인사회 선도언론 시카고 한국일보
1038 S Milwaukee Ave Wheeling, IL 600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