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무장조직 ‘흑표당’ 상징 인물 생가, 사적지 지정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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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표당 일리노이 지부장 프레드 햄튼<시카고 선타임스>

영화 ‘유다 그리고 블랙 메시아’ 주인공 햄튼이 자란 시카고 교외 주택
“공권력 남용 막고 소수계 인종 연대” vs “과격 무장단체 상징적 인물”

1960~1970년대 미국의 반(反)체제·반문화 현상을 배경으로 결성돼 활동한 급진적 흑인 무장조직 ‘흑표당'(Black Panther Party) 리더의 생가가 ‘사적지’로 지정돼 논란이 일고 있다.

21일(현지시간) 시카고 언론과 AP통신 등에 따르면 흑표당의 상징적 인물 프레드 햄튼(1948~1969)이 어릴 적 살았던 시카고 교외도시 메이우드의 2층짜리 벽돌집이 메이우드시 사적지로 등재됐다.

지난 1년간 햄튼 생가 보존 캠페인을 벌여온 유족은 메이우드 시의회가 지난 19일 표결을 통해 사적지 등재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흑표당과 햄튼의 죽음을 다룬 영화 ‘유다와 블랙 메시아’가 2021 아카데미상 6개 부문 후보에 올라 2개 부문을 수상하며 새로운 관심을 끈 지 1년여 만이다.

‘흑인의 강인함과 존엄’을 기치로 내건 무장투쟁 단체 흑표당의 전국위 부의장이자 일리노이 지부장이던 햄튼은 21세 때인 1969년 12월 4일 새벽 시카고 웨스트사이드의 아파트에서 경찰 습격을 받고 흑표당 동료 마크 클락과 함께 사살됐다. 경찰은 총기 및 폭발물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집행했다고 밝혔다.

당시 연방법원 대배심은 현장에서 100발에 달하는 총격이 있었으나 이 가운데 단 1발만 햄튼 일행이 머물러 있던 아파트 실내에서 경찰이 있던 집 바깥쪽을 향해 발사됐다고 판단하고 현장 출동한 카운티 검사와 경찰관들에 대해 기소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이들 법 집행자들은 재판에서 무죄 선고를 받았다.

그러나 미 연방수사국(FBI)이 시카고 경찰과 연방 법집행기관을 구슬러 흑표당원들을 기습 공격하도록 했다는 주장이 제기됐고 결국 연방법원은 시카고시와 쿡카운티, 연방정부에 “숨진 햄튼과 클락의 가족, 그리고 경찰 습격 당시 현장에 있던 이들에게 185만 달러(약 23억 원)를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햄튼 생가 보존 캠페인 조직은 사적지 등재 결정을 “광범위한 흑인 민권운동의 결실”이라고 자평하면서 흑인들의 투쟁 역사를 더 널리 알리기 위해 햄튼 생가를 흑표당 관련 자료 및 유물 전시관으로 전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진보 진영은 햄튼이 시카고 갱 조직간 충돌을 중재하고 경찰의 공권력 남용으로부터 시민들을 보호했을 뿐 아니라 소수계 인종 연대를 이끌었다며 환영했다.

그러나 보수 진영은 “미국 ‘건국의 아버지’ 동상이 철거되는 등 ‘역사 지우기’ 논란이 한창인 때, 사회주의·공산주의 사상을 추앙한 과격 무장단체의 상징적 인물은 추모 대상이 되고 있다”며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흑표당은 1966년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에서 창당된 지 2년 만에 시카고·뉴욕·필라델피아·시애틀 등 전국 주요 도시에 지부를 설립하고 1969년 당원을 5천 명까지 늘리는 등 전성기를 구가했다. 그러나 1970년대 중반부터 기세가 꺾여 1982년 공식 해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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