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24-2017] 6•25 전쟁 67주년 특별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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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갑씨가 전쟁 당시 찍었던 사진을 보여주고 있다.

“매일 마지막날이라고 생각했다”

참혹한 전장에서 살아남은 김인갑씨의 회고

김인갑씨가 전쟁 당시 찍었던 사진을 보여주고 있다.

450만 명 이상의 희생자를 내고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를 만든 6·25 . 67년의 세월, 노병들이 사라지면서 기억도 스러진다. 당시 나이 20세의 청년이었던 김인갑씨는 그 때의 기억이 너무 생생하다. 한국일보 세미나실에서 만난 그는 파란색 국가유공자 모자를 쓰고 있었다. 나이가 믿기지 않게 정정한 그는 끝내 잊을 수 없는 전쟁의 생생한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성냥공장에서 전쟁터로

“1950년 7월 경상북도 안동. 나는 성냥공장에 다니는 평범한 20세 청년이었다. 7월 하순경, 마을에 6·25 전쟁이 발발해 인민군이 쳐들어온다는 소식을 들었다. 거리에 나가보니 헌병들이 거리마다 서 있었다. 향토 예비군 소집을 한다고 했다. 마을 청년들은 모조리 잡혀갔다. 집에는 인사도 못 하고 나왔다. 8남매 중 장남이었다. 그대로 기차역으로 갔다. “아들아, 아들아” 애타게 외치는 소리가 기차역을 가득 메웠다. 기차는 그대로 대구로 향했다. 이후 M1 소총과 총알만 들고 3년간 지독한 전쟁을 치렀다. 자다가 꿈에 가족이 나오면 “내가 내일이 마지막인가보다”하고 생각했다.

횡성의 작은 산에서

3년의 전쟁 중 생명의 위기 때마다 하나님의 도움으로 살아났다. 51년 2월, 보급품을 트럭에 싣고 후퇴하는 도중 중공군이 폭격을 가했다. 정신을 차려보니 중공군이 개미떼처럼 몰려들었다. 산으로 숨었다. 그때부터 밤에는 산에서 자고 낮에는 음식을 구하러 부락에 갔다.

어느날 영감 하나와 피난민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집을 발견했다. 해가 지기 전에 산에 올라가려는데 발을 움직일 수 없었다. 동상에 걸린 것이다. 그 집에 남았다. 차라리 싸우다 죽겠노라 생각했다. 운 좋게 그날 중공군은 한 명도 나타나지 않았다. 영감은 노란 콩을 얼음물에 담가서 내왔다. 3일 동안 발을 담그고 있었더니 치료가 됐다. 떠나려고 하는데 영감이 자기 아들이 입던 바지저고리를 내줬다. 발도 낫고 마음도 녹았다. 난 지금도 그가 천사였다고 믿는다.

어느 집에서 자고 있던 사이에 중공군이 들어와 이불을 홱 들춰내며 총을 겨눈 적도 있었다. 사복을 입고 있던 나는 중국어로 “난 군인이 아니오”라고 말했다. 장교가 내가 어디서 중국어를 배웠냐고 물었다. 북경에서 살았다고 답했다. 마침 그가 북경 사람이었다. 아주 반가워하는 기색을 보이더니 내 말을 믿어줬다. 또한 나를 의심하던 중공군 무리들이 나를 가만두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던 다음날 아침 마을 근처에 폭격이 시작돼 그들이 도망가 목숨을 구한 적도 있다.

“이제 우리는 살았다” 안도하며 52년도 10월에 찍은 사진.

살았다, 살았다

휴전 되는 날 저녁에 나는 전방에 있었다. “내일 9시 기해서 신호탄이 올라가면 사격중지”라는 지시가 내려왔다. 그날 밤 9시, 쌍방의 총소리가 그쳤다. 7월 27일이었다. 다음날 아침, 가까운 거리에서 서로 쳐다만 봤다. 그제서야 3년만에 처음으로 안도감이 들었다. 다시 생각해도 참혹한 전쟁이었다. 다시는 그 누구에게도 총을 겨누는 일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란다.

6·25 참전 용사들을 지금도 만난다. 일년에 한번씩은 꼭 보는데 10명 남짓 남았다. 우리도 나이가 많이 들었다. 미국에 살면서 연례 메모리얼데이 행사를 보면 참전 용사에 대한 경의와 고마움을 잘 표현하고있다고 생각한다. 한국은 아직 그렇지 못해 아쉽다. 이제 몇 남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한편, 김인갑씨는 79년도 미국으로 이민을 왔으며 세탁소를 10년 넘게 운영했다. 이북 평안도 출신으로 1930년 8월 15일(호적상 1925년생)에 태어났으며1954년 7월 만기 제대했다. 현재 에버그린교회 장로로 출석중이다. 최근에는 82세 넘어 시작한 서예에 푹 빠져 전시회, 서예지도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아내는 김옥순씨와 2남1녀를 키웠고 7명의 손자, 손녀와 증손자 1명을 두었다. <신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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