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21-2017] “음악은 저에게 ‘인생’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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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고어린이합창단 예술감독 겸 대표 조세핀 리

“음악은 저에게 있어서 인생이에요. 저에게 일어난 모든 일들은 다 음악으로 인한 것이었어요.”

시카고에서 태어나 3살부터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접했고 17살때 드폴대학에서 저명한 러시안 피아니스트 드미트리 파페르노 교수에게 사사한 조세핀 리<사진> 시카고어린이합창단(CCC) 예술감독 겸 대표는 “파페르노 교수는 5명 이하의 제자만 두는 유명한 교수였는데 그분에게 어린 나이에 정말 혹독한 트레이닝을 받았다. 그가 ‘피아니즘’이라고 말하던 피아노에 대한 모든 것을 공부했다”고 회상했다.

조세핀 리 대표는 2001년 작고한 평양 출신 시카고지역 원로목사 리인목 목사와 같은 해 세상을 떠난 강화도 출신 리영순 여사의 외동딸로 어린 나이부터 목사 아버님 아래 교회에서 피아노도 치고 찬양도 하며 언제나 음악과 함께 커왔다고 한다. 21세에 노스웨스턴대학에서 지휘로 석사학위를 받은 조세핀은 CCC에 들어가게 된 것에 대해, “공부가 끝나갈 때쯤 유치원교사셨던 어머니께서 암에 걸리셨다. 아버님은 이미 은퇴하신 뒤여서 외동이었던 내가 일을 하지 않으면 안되겠다고 생각했다. 사실 유럽 등지를 돌아다니며 클래식 음악에 대해 공부를 더하고 싶었지만 상황이 안됐다. 그러던 중 CCC를 알게 됐고 98년도 8월쯤 오디션을 보면서 이 놀라운 아이들을 만나게 됐다”고 전했다.

그는 “가족을 위해 시작했던 일이었지만 현재 아이들이 노래하는 모습을 보면 ‘나를 이곳으로 데려온 것은 운명이었구나’라는 생각을 한다. 시카고 남서쪽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노래를 가르치기 시작해 99년도 예술감독으로 진급 후 제대로 된 음악 인생이 시작됐다. 바비 멕페런, 시카고 심포니 오케스트라, 시카고 리릭 오페라 등과 엄청난 공연을 했다. 정말 대단했다”고 덧붙였다.

조세핀은 “‘종교, 성별, 인종, 나이에 상관없이 음악은 모두를 이어준다’는 CCC의 미션은 나의 가치관과 굉장히 잘 맞는다. 나이 많으신 부모님에게서 늦둥이로 태어나 어렸을 때부터 ‘너는 음악을 통해 통일과 평화를 가져올 수 있을 거야’라는 말을 들으며 자랐다. 사실 어릴 땐 부모님이 남북한 통일이나 음악은 평화를 부른다는 이야기 하실 때 하나도 안 믿었다. 근데 합창 단원 아이들이 노래하는 모습, 그들이 만드는 하모니를 직접 경험하고 나니 음악을 통해 그저 남북한의 통일이 아닌 미국내 다양한 인종들, 그리고 전세계의 하모니를 만들 수도 있겠다고 믿게 됐다. 통일을 염원하셨던 아버님의 꿈이 합창단에 들어오고 나서야 진실로 다가왔다”고. 그는 “노래는 사람들 사이에 있는 벽을 없앨 수 있는 힘이 있다고 믿는다. 현재 나누어지고 고립된 커뮤니티 속에서 모두가 살아가고 있다. 시카고만 봐도 한인들은 한인들끼리, 중국인들은 중국인들끼리 뭉친다. 우리 합창단원들은 다양할수록, 다르게 생길수록, 다른 배경일수록 더욱 멋진 하모니를 만들어 낸다. 각자 다른 아이들이 모여 아름다운 노래와 춤으로 통일됨을 보여주는 것이 우리 합창단의 목표이자 나의 아버님의 꿈”이라고 강조했다.

60년 전통의 CCC에 최연소 지휘자로 입단하게 된 조세핀은 “처음에 왔을 때 나도 어린 나이였지만 아이들이 최고의 기회를 가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내 힘듦은 생각지도 않고 열심히 일만 했었다. 합창단내에서 품위를 높이고 존경을 받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했지만 쉽지만은 않았다”면서 “그러다가 2001년에 부모님이 잇달아 돌아가신 후 2002년도 2월에 카네기홀에 초청 받아 공연했던 적이 있었는데 연속되는 일정으로 단원들 모두 지친 상태에서 최악의 리허설을 했었다. 그때 나는 입단 후 처음으로 ‘이제 그만하고 싶다. 더 이상 못 버티겠다. 부모님도 돌아가셨고 그냥 클래식 음악이나 공부하면서 유럽으로 떠나야겠다’고 마음 먹었었다. 망친 리허설을 뒤로 하고 무대에 올랐는데 아이들이 노래하는 모습과 그 하모니를 들으니 눈물이 펑펑 나더라. 부모님 장례식 때도 눈물을 많이 흘리지 않았었는데 그 공연 때 ‘아, 아버님이 원하던 통일과 평화, 음악의 연결 고리가 이런 것이구나’하는 것을 느꼈다. 내 미래를 위해 ‘결정’을 해야 했던 시절, 그 잊지 못할 공연으로 인해 나는 지금 대단한 아이들과 여전히 함께하고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올해 CCC가 창립 60주년을 맞았다. 올해 공연들의 주제는 ‘가족’이 될 것 같다. 우리가 누구인지, 얼마나 중요한 사람인지, 누구를 위해 노래할 것인지 등을 아이들에게 심어주고 가르쳐주며 노래를 만들어 나갈 예정”이라는 조세핀 리 대표는 “음악은 거짓말을 하지 못한다. 하모니가 안 예쁘면 그만큼의 노력만 한 것이고 음이 틀리면 열심히 하지 않은 것이다. 모든 공연들은 인내심을 동반하고 힘든 일들을 피할 순 없다. 하지만 최고가 되기 위해, 최고의 공연을 만들기 위해선 노력과 연습이 없어선 안된다. 단원들 모두 그것을 알고 있기에 최상의 소리를 만들기 위해 오늘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전했다.<신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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