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유로=1.17달러 ’유로화 가치 22개월래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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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러룸에서 한 직원이 코스피지수와 원달러 환율이 표시된 전광판을 지나고 있다.[연합]

EU 재정통합에 한발짝 더···1유로당 1.3~1.35달러 갈수도
엔화도 달러당 106.18엔 4개월만에 최고 ‘약달러 수혜’
“달러 35% 평가절하 가능성” ”약세 제한적” 전망 엇갈려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달러 가치가 곤두박질하면서 상대적으로 유로화가 투자자들에게 크게 주목받고 있다. 미국 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하는 반면 유럽연합(EU)은 대규모 경제회복기금 조성 합의를 이뤄내 향후 전망이 상대적으로 낙관적이라는 기대감에 투자자들이 달러화 대신 유로화 매수에 적극 나서는 모습이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유로화 환율은 27일(현지시간) 유로당 1.1781달러로 0.9% 상승하면서 지난 2018년 9월 이후 처음으로 1.17달러를 넘어섰다. 유로화 랠리는 최근 EU 회원국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회복기금에 전격 합의한 데 따른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27개 회원국은 나흘에 걸친 마라톤 협상 끝에 21일 7,500억유로(약 1,054조원) 규모의 회복기금 조성에 뜻을 모았다.

시장에서는 이번 합의가 부양책 차원을 뛰어넘어 유로화의 구조적인 변화를 촉발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블룸버그통신은 “EU가 재정통합의 단계로 한 발짝 더 나아가게 됐다”면서 “재정통합 없이 통화통합만으로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봤던 유로화 회의론자들도 이제는 유로화에 대한 신뢰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데이비드 고벳 마렉스스펙트론 귀금속·상품중개 헤드는 1유로당 달러가 단기적으로 1.2달러를 거쳐 1.3~1.35달러까지 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달러 약세는 유로화뿐 아니라 다른 외환이나 자산에 대한 수요를 끌어올리고 있다. 일본 엔화는 0.8% 오른 달러당 106.18엔으로 4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영국 파운드화는 파운드당 1.2901달러로 0.7% 올랐다. 키트 저키스 소시에테제네랄 외환 전략가는 “최근 며칠 사이 금뿐 아니라 거의 모든 것이 달러화에 비해 상대적 우위를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달러가 외환시장의 왕좌를 내주는 것 같다”며 “미국의 경제회복은 유럽에서 전개되는 것만큼 순탄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시장에서는 달러 약세를 두고 미국 경제에 불안요소가 많다는 의미라고 보고 있다. 실제 미국의 경기는 좋지 않다. 최근 미국의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4개월 만에 다시 증가한데다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경제활동 재개는 늦어지고 있다. 고벳 헤드는 “금이 주목을 끌고 있다는 것은 여전히 걱정해야 할 요소들이 많다는 의미”라며 “투자자금이 증시나 다른 시장에서 나와 금으로 흘러 들어가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미 경제방송 CNBC의 대표 진행자인 짐 크레이머는 금값 상승을 두고 코로나19 백신이 실패할 수 있다는 투자자들의 우려가 반영돼 안전자산으로 자금이 쏠린 것으로 봤다. 앞으로의 불안요소를 코로나19로 본 셈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4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18개월 내 금값이 온스당 3,000달러(약 359만원)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저금리와 재정적자, 달러 약세는 결국 한 몸이라는 분석도 있다. ‘경기침체→제로금리 및 재정확대에 따른 대규모 재정적자→달러 약세’의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해 10월부터 올 6월까지의 재정적자 규모만 무려 2조7,000억달러에 달한다.

금은 달러화 약세와 인플레이션 회피를 위한 대체재로 주목받고 있다. 안전자산인 금과 위험이 있는 증시가 동반 상승하는 것은 모순되는 측면도 있지만 달러 약세로 미국 기업들의 수출경쟁력이 높아져 주가에 도움이 된다는 해석도 나온다. 실제 이달 들어 금값은 7.2%,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은 4.2%가량 상승했다. 배녹번글로벌포렉스의 마크 챈들러 수석 시장전략가는 “금과 주식시장 상승, 달러화 하락은 미국 금리 하락과 상관관계가 있다”며 “나에게 그것들은 같은 내용”이라고 말했다.
<뉴욕=김영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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