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07-2016] 한국으로 역이민 매년 2천명 수준

2602

노령화에 따른 귀소본능과 소셜연금 수령 가능등 이유

“경제적 여유 있어야” 지적도

 

60대 후반인 L씨는 요즘 ‘역이민’을 심각히 고려 중이다. 이번에 갈 신천지는 다름 아닌 한국이다. 그는 1970년대 중반 이민 와 가게를 운영하다 몇해전 은퇴했다. 40년을 살아온 미국을 떠나려는 그는 “나이가 드니 아이들도 다 떠나 살고 굳이 미국에 살 필요가 없어졌다”며 “정다운 산하와 일가친척, 친구들이 있는 모국에서 노후를 보내고 싶다”고 그 이유를 밝혔다.

L씨처럼 1970년대에 이민 와 개척자적 정신으로 미국에서의 삶을 일군 한인들 가운데 이민 가방을 다시 꺼내드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한국으로의 역이민 추세는 2010년대 들어 점증하는 추세로 타주에 비해서는 적지만 시카고지역 한인들중에도 한국으로 영구귀국한 케이스가 꽤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미 역이민을 실행했거나 심각하게 고려중인 한인들은 대부분 60대 후반에서 70대의 고령 올드타이머들인 경우가 많다. 이들은 “자식들도 커서 다 떠나고 늙은 부부가 쓸쓸하게 집만 지키고 살기 보다는 가까운 사람들도 만나며 보다 여유롭게 노후를 보내고 싶다. 한국에서 주로 살다가 가끔 미국에 자식들을 만나러 올 생각”이라고 말한다.

2014년 한국 외교부 통계에 따르면 전해 미국 시민권이나 영주권을 포기하고 한국으로 영구귀국한 역이민자수는 1,878명으로 집계됐다. 미주 한인들의 역이민 행렬은 1997년 IMF 외환위기 이후 2000년 2,612명으로 정점을 찍었으며 2007년 1,576명, 2009년 2,058명, 2011년에는 2,128명으로 파악됐다. 해마다 2천명 안팎의 재미 한인들이 역이민을 하고 있는 셈이다.

이같은 역이민 현상은 70년대 이민 온 한인들의 노령화와 이에 따른 귀소 본능, 한국의 경제발전과 재외동포들에 대한 각종 혜택 증가, 한국에서도 미국 소셜 연금 수령 가능 등의 사유가 꼽힌다. 또 미국내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어려워진 경제적 상황도 한인들의 유턴 행렬을 부추기는 것으로 분석된다.

역이민자들은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은퇴 후에 영주 귀국하는 케이스와 한국과 미국을 번갈아 가며 사는 장기체류 유형이다. 영주 귀국자들은 재산을 처분해서 아예 한국으로 들어가 눌러 앉아 살고 있다. 반면에 장기체류자들은 1년 중 대부분을 한국에서 보내고 미국에는 잠시 들러 자식들도 만나고 남겨둔 재산이나 세금 등을 처리하며 산다. 이들 대다수는 한국에서 다른 경제적 활동은 하지 않고 미국에서 번 돈으로 여생을 보내는 케이스다.

한편 역이민을 선택한 한인들은 대부분 “역이민은 또 다른 이민”이라며 신중하게 결행할 것을 조언한다. 3년전 한국으로 돌아간 K씨는 “돈 없는 사람은 친구나 친지들 사이에서도 냉대받는 곳이 한국 실정이며 미국에서 재산을 몽땅 정리해도 한국에서는 아파트 하나 사기 힘들다”면서 “경제적인 여유가 없으면 한국에서 여생을 보내려는 계획을 포기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또 철저한 준비 없이 막연하게 고국행을 했다가는 낭패를 겪을 수 있다고 한다. 한국생활이 편리한 건 많지만 미국에 두고 온 자식들 문제와 몸에 밴 미국생활 등 여러 어려움에 봉착한다는 것이다. 5년 전 한국행을 한 C씨는 “어디에서 누구와 어떻게 살 것인지를 잘 살펴보고, 그 전에 적어도 한국에 나가서 6개월은 살아보는 게 실제 적응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자기의 형편을 잘 살펴보고 그에 맞는 결정과 행동을 하라고 권하고 싶다”고 전했다.

 

시카고 한인사회 선도언론 시카고 한국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