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민지 기자
우리가 살아가는 체제, 즉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는 ‘표현’에 있다. 우리는 각자 다르다. 고향도, 종교도, 생김새도, 작게 들어가면 커피 취향까지도 모든 것이 다르다. 때문에 각자의 의견을 관철시키길 원한다면 끊임없이 자신의 의사를 표현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갈등은 필수적일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이러한 갈등은 사회가 건강하다는 반증이다. 독재자의 나라를 보라. 독재자에게 나서서 반대하는 이 하나 없다. 하지만 모두들 갈등 없이 유지되는 그네들의 평화는 억압적이고 위험할 뿐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때문에 민주주의 사회에선 끊임없이 ‘참여하고 참견하는 것’이 미덕이다. 본보 기획시리즈, ‘우리가 사는 타운 시장으로부터 듣는다’ 취재를 통해 각 타운별 시장들을 인터뷰할 때마다 시장들의 일관된 당부는 ‘참여의 중요성’이었다. 어떠한 타운이든 자신의 커뮤니티 발전을 위해 다양한 목소리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윌링시 같은 경우, 한인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인해 커뮤니티 자체가 굉장히 친한(親韓)적인 경향이 짙다는 인상을 받았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를 제외한 다른 커뮤니티 내 한인 참여도는 저조했다. 한인들은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는데 소극적인 면모를 보인다는 것이 그들의 전언이다. 또한 오는 4월 치러지는 국회의원 총선을 위한 재외선거 유권자 등록도 마찬가지다. 전체 유권자수 대비 4.71%, 약 5%도 되지 않는 유권자만이 등록을 마쳤다.
이렇듯 대다수의 한인들은 침묵하고 있다. 참여 방법을 몰라서, 먹고 사느라 바빠서, 단순히 귀찮아서 관심이 없을 수도 있다. 사실 당장 커뮤니티의 일에 혹은 정치에 참여하고 참견하지 않는다고 해서 일상에 지대한 불편함이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멀리 본다면 침묵과 무관심은 분명 ‘어떻게든’ 돌아오게 된다. 소통하지 않으면 궁극적으로 고립될 수 밖에 없는데 이는 현 세대뿐 아니라 차세대에게도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사소하게는 커뮤니티의 이익을 위해, 크게는 부당함과 불의를 위해 끊임 없이 맞서 싸우고 표현 해야 한다.
시카고 내 한인동포사회는 흔히 말하는 ‘쪽수’가 적다. 하지만 이러한 동포사회가 합심해 목소리를 낸다면 생각보다 훨씬 큰 힘을 지닐 수 있다. 바로 ‘캐스팅보트’가 될 저력이 있기 때문이다. 캐스팅보트는 ‘양대 당파의 세력이 거의 비슷하면 어느 한쪽이 우세한 위치에 있다 말하기 어려울 때 소수일지라도 제3당이 의결의 가부를 결정할 정도로 큰 위력을 지닌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쉽게 말하자면 세력이 작은 제3자에게 결정권이 생긴다는 의미다.
끊임없는 표현과 참여를 통해 작지만 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캐스팅보트 같은 역할을 수행하는 동포사회가 되길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