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두표/시카고문인회
참으로 깨끗한 사람은 오히려 더러워 보이고, 참으로 덕(德)을 갖춘 사람은 오히려 모자라 보인다. 의뜻으로, 우리 속담에 ‘빛 좋은 개살구’란 말이 있습니다. 보기에만 좋아 보이지 속이 없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 살구(殺狗)란 한자어 본래의 글자는 ‘육행’(肉杏)으로 살구나무 숲을 행림(杏林)이라고 합니다. 이 말을 의원(醫院)을 존칭하는 미칭(美稱)이기도 한데, 개고기를 먹고 체한사람을 고쳐주면서 가난한 사람에게 치료비 대신 의원 앞마당에 살구나무 한 두 구루를 심는 것으로 대신했는데 세월이 흘러 살구나무 숲을 이루었다는 데서 붙은 별명입니다. 그런데 살구 씨가 개고기에 체하는 것을 막아준다고 해서 살구(殺狗; 개를 죽인다.)라는 이름이 붙여졌으며, 원산지가 중국으로 우리나라에 들어 왔으며, 이것만 먹을 수 있고, 만주산과 몽고산은 겉은 그럴 듯 빛깔도 좋으나 먹을 수가 없으므로 ‘빛 좋은 개살구’ 라는 말이 생겨났습니다. 모란[牡丹=牧丹(목단)]은 겉보기는 화려하지만, 향기(香氣=꿀)가 없습니다. 그래서 벌이나 나비는 모란위에 앉지 않는 것입니다. 그러나 열심히 일하는 소(牛)는 깨끗하기가 어렵습니다. 하지만 가장 깨끗한 손은 일하는 손이고 놀고먹는 손처럼 더러운 것은 없습니다. 더러운 손(죄가 큰 손)일수록 겉보기에는 깨끗하게 치장을 하고 여기 저기 공(空)으로 손을 내민다. 이처럼 마음이 더러운 사람은 겉모양을 꾸미고 마음이 깨끗한 사람은 눈곱이 끼인들 부끄러울 게 없다. 얼굴에 때가 묻었다고 흉보지 마십시오. 마음이 마치 맑은 물처럼 투명해서 걸림이 없으니, 얼굴을 가려 숨길일도 없고 화장을 해서 속일 것도 없는 것입니다. 모진 사람일수록 빈틈이 없고 깐깐하다. 항상 잇속을 차려야하고 손해를 보면 반드시 앙갚음을 해서 보전(補塡)해야 속이 풀린다는 사람은 매사에 꼼꼼해서 어수룩한 데라곤 없다. 이러한 사람은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사람.’이라고 한다. 이 얼마나 무서운 사람입니까? 용서(容恕)란 것을 모르고 관용(寬容)이란 것을 모릅니다. 이용(利用)할 줄은 알아도 베풀 줄은 모르고 미워할 줄은 알아도 사랑(愛)할 줄은 모르는 사람은 덕(德)을 떠나 담을 치고 살아야 한다. 그러면 용서하는 사람은 지는 쪽이고 복수(復讐)하는 사람이 이기는 쪽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덕(德)에는 이기는 것도 없고 지는 것도 없습니다. 그래서 덕은 항상 손해만 보는 바보처럼 보이게 마련입니다. 그러나 덕(德)은 그런 꼴을 아랑곳하지 않고 모든 것을 사랑으로 품어줍니다. 마음을 닦는 사람은 고개를 숙일 줄을 안다. 비굴(卑屈)해서 얼굴을 감추는 것이 아니라, 하늘을 두려워하기 때문입니다. 새 푸른 하늘처럼 마음이 맑지 못함을 아는 까닭이지요. 사실 하늘을 부끄러워하는 사람은 부끄러워 할 것이 없는 사람입니다. 마음을 닦는다 함은 마음에 걸리는 것을 치운다는 말이나 같다. 공자(孔子)의 수제자인 안회(顔回)는 안빈낙도(安貧樂道)했는데, 즉 가난 속에서도 편안한 마음으로 도(道)를 즐기는 삶을 말하는 것으로 그는 ‘한 그릇의 밥과, 표주박으로 물을 마시며, 누추한 거리에서 가난한 삶을’ 살았는데, 그것을 즐거움으로 삼고 변치 않는 삶을 살아간 것을 보고 공자도 ‘그가 바보가 아닌가?’ 싶을 때도 있었다고 합니다. 참다운 지도자는, 바탕과 겉꾸밈이 모자란 듯해야 참 지도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