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두표/시카고문인회
머리를 감추고, 꼬리를 숨긴다. 는 의미와 머리는 감추었는데, 꼬리는 드러나 있다. 라는 뜻으로 전자(前者)는, 일의 전말(顚末)을 분명하게 설명하지 않고 숨긴다는 뜻이고, 후자(後者)는 일의 진실(眞實)을 숨기려하지만, 거짓의 실마리가 이미 드러나 보인다는 의미로 무슨 일이든지 흔적(痕迹)없이 감추기는 어렵다는 말입니다. 채근담(菜根譚) 전집(前集)에서 말하기를, 비범(非凡)한 재능을 안으로 감추고 마치 졸렬(拙劣)한 것같이 행동하는 것을 ‘장교어졸’(藏巧於拙)이라고 했는데, 원문을 소개해보면, ‘藏巧於拙, 用晦而明, 寓淸於濁, 以屈爲伸, 眞涉世之一壺, 藏身之三窟也.’(장교어졸, 용회이명, 우청어탁, 이굴위신, 진섭세지일호, 장신지삼굴야 니라.) 즉 교묘(巧妙)한 재주를 졸렬한 체 숨기고, 어두운 체 하면서도 실제는 밝게 하며, 깨끗하면서도 더러움 속에 붙어있고 몸을 굽힘으로써 펴는 방도로 삼는다면, 참으로 세상을 건너는 배가되고 몸을 감출 안전한 곳이 될 것이다. 라는 뜻입니다. 원문 첫머리에 ‘藏巧於拙’(장교어졸)은‘교묘한 재주를 안으로 감추고 졸렬한체함.’인데 이 말을 다른 말로 ‘藏頭隱尾’(장두은미)라고 하는 것인데, 즉 ‘머리를 감추고 꼬리를 숨긴다.’라는 뜻입니다. 또 ‘三窟’(삼굴)은 한(漢)나라 유향(劉向)(B.C 77-6)이 쓴 전국책(戰國策)에서 <풍난>(馮煖)이 말하기를, 교활한 토끼에게는 세 개의 굴(窟)이 있어야만, 겨우 그 죽음을 모면할 수 있는데 지금 한 개의 굴만으로는 아직 베개를 높이하고 잘 수가 없다. 그러니 두 개의 굴을 더 파도록 하라. 고 충고하고 있다. 이 책은 중국의 전국(戰國) 12국에서 유세객(遊說客)이 세운 책략들을 모은 책으로, 주(周)나라 원 왕(元王)에서부터 진(秦)의 진시황(秦始皇)까지의 약 240여 년 동안의 왕들의 책략을 기록한 책입니다. 이 말이 후세에 와서 ‘藏頭露尾’(장두노미)라는 말이 생겨났는데, 즉 ‘머리는 감추었는데 꼬리는 드러나 있다.’ 는 뜻으로, 진실(眞實)을 숨기려 하지만 거짓의 실마리가 이미 드러나 보인다는 의입니다. 무슨 일이든지 흔적(痕迹)없이 감추기는 어렵다는 말입니다. 잘못을 저질러 놓고, 몸체는 감춘다고 감추었는데 그만 꼬리는 드러난 채 발각된다면 심히 어리석은 꼴이 되고 말지요. 우리 속담에 ‘눈 가리고 아웅 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얕은 수로 남을 속이려고 하는 어리석은 짓을 말하는 것으로, 진실을 감추고 어설픈 짓거리로 사건을 은폐(隱蔽)하려다 만천하에 드러나 웃음거리가 되는 것을 경계하는 교훈의 말입니다. 신통력(神通力)을 가진 원숭이 손오공(孫悟空)이 근두운(筋斗雲)을 타고 도주하려 종일 날아도 ‘부처님 손바닥 안이었다.’ 라든가, 자신의 불리한 상황을 임기응변(臨機應變)으로 감추려다 드러나는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기’ 등의 우리말도 있는데, 모두가 남들이 알까 감추면서 들통이 날까 전전긍긍(戰戰兢兢)하는 모습도 함께 연상되는 말입니다. 덩치가 큰 타조(駝鳥)는 위험에 처하게 되면, 눈을 감고 머리를 수풀이나 모래 속에 처박고는 꼬리는 드러낸다고 하는데, 이를 ‘장두노미’(藏頭露尾)라고 합니다. 타조의 행동은 어리석어서 그런 것이 아니라, 땅으로 전해오는 소리를 듣고 주변상황을 살피며 정보를 수집하기 위한 행동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인간의 행동은 자신의 비리와 부정을 감추려고 했으나, 결국은 드러나게 되고 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