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두표/시카고문인회
‘진흙탕에서 싸우는 개(狗)’ 라는 뜻으로, 원래는 사람의 성격을 빗댄 말이었던 것으로 두 가지 뜻이 있는데, 그 하나는 강인(强忍)한 성격을 평하여 이르는 말이고 또 하나는 볼썽사납게 서로 헐뜯거나 다투는 것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이었는데, 현대에 와서는 이 말이 ‘아주 막돼먹은 싸움질이나 난장판을 비유(比喩)’ 하기도 합니다. 이말이 생겨난 연유는 조선시대(朝鮮時代) 건국초기 개국공신(開國功臣)인 <정도전>(鄭道傳)(1337-1398)이 우리나라 팔도(八道) 사람의 특징을 4글자로 표현한데서 나온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조선을 건국한 태조(太祖=李成桂)는 건국 직후(1392년) <정도전>에게 각 지역 사람들의 품성을 평가하도록 명했다고 합니다. 그랬더니 그는 4글자로의 평을 다음과 같이 했다고 합니다. 먼저 경기도 사람들은 ‘거울에 비친 미인과 같다.’고 하며 ‘경중미인’(鏡中美人)이라며 실속 없는 사람을 지칭하기도하며, 다음 충청도 사람들은 ‘맑은 바람, 밝은 달과 같은 품성.’즉 ‘청풍명월’(淸風明月)이라고 평했으며, 전라도 사람들은 ‘바람에 하늘거리는 버드나무’와 같은 ‘풍전세류’(風前細柳)의 품성을 지녔다고 했으며, 경상도 사람들은 ‘소나무와 대나무 같은 곧은 절개’를 지닌 ‘송죽대절’(松竹大節)로 비유했고 강원도 사람들은 ‘바위아래 있는 늙은 부처’와 같다는 ‘암하노불’(巖下老佛)로 표현 했다. 황해도 사람들은 ‘봄 물결에 던지는 돌’이라는 뜻의 ‘춘파투석’(春波投石)에 비유 했고 평안도 사람들은 ‘산속에 사는 호랑이 같다.’하여 ‘산림맹호’(山林猛虎)라고 평했다. 이제 남은 것은 태조 이성계의 고향인 함경도인데 <정도전>은 말하기가 부담되어 잠시 머뭇거리자 태조는 아무 말이라도 좋으니 어서 말하라고 재촉을 하자 그는 할 수 없이, 함경도 사람들은 ‘이전투구’(泥田鬪狗) 즉 ‘진흙탕에서 서로 싸우는 개처럼 강인하다는 뜻입니다.’하자 자신의 고향사람들을 개(狗)에 비유했으니 태조가 기분이 좋을 리가 없어, 언짢은 표정을 짓자, 얼른 그는 또한 ‘돌밭을 가는 소(牛)’와 같이 우직한 ‘석전경우’(石田耕牛)로 우직하고 강인한 품성도 지니고 있습니다. 라고 하자 태조의 기분이 풀어져 용안(龍顔)에 희색(喜色)을 띄며 <정도전>에게 후한 상을 내렸다고 합니다. 그런대 이전투구(泥田鬪狗)라는 한자어는 우리나라에서 만들어낸 사자성어(四字成語)이고 정작 중국에는 없는 말이며, 중국 사람들은 ‘와리투’(窩裏鬪) 라고 하며, ‘와’(窩)는 소굴(巢窟)이라는 뜻으로 ‘가축이나 짐승이 자기 우리 속에서 서로 싸운다.’는 뜻으로, 이전투구와 비슷한 뜻입니다. 또 ‘내홍’(內訌)이라는 말도 있는데, 내부에서 저희끼리 또는 같은 집단, 소속 구성원 끼리 서로 헐뜯고 싸우는 자중지란(自中之亂)을 표현하는 말입니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정치판에서 상대편을 물어뜯고 모함과 막말을 쏟아내며, 내로남불 식 마구잡이로 상대편을 몰아붙이는 형태야 말로 진흙탕에서 싸우는 개와 같은 모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