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전범재판’ 팔 걷은 바이든 “부차 학살 증거 모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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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키이우 인근 도시 부차에서 벌어진 민간인 집단학살을 우크라이나의 자작극이라고 주장하는 가운데, 러시아군이 주둔하고 있던 지난달 19일 부차 시내를 촬영한 미국 민간위성업체 맥사의 위성 사진에 여러 구의 시신(붉은점선 안)이 길바닥에 널브러져 있다. <부차=EPA 연합뉴스>

미, 우크라 검찰 증거 수집 지원
바이든 “집단학살 규정 안해” 신중
국제여론 규합 등 전범재판 초점
미, 러 광물·운송 등 추가제재 검토
백악관 “우크라 군·경제 지원 계속”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외곽 부차 지역 민간인 학살 파문이 커지면서 미국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전범 재판’을 밀어붙이고 있다. 러시아 추가 제재와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에도 속도를 올리는 분위기다. 다만 ‘집단학살(genocide)’로 규정하는 데는 신중한 모습을 보이며 우선 전쟁범죄 증거 수집과 국제여론 규합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4일 부차 학살과 관련, “모든 구체적인 사항을 수집해야 한다”며 “이건 실제로 전범 재판을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푸틴 대통령을 전범이라고 다시 한 번 규정했다. 그는 특히 “이 사람(푸틴)은 잔인하다. 부차에서 일어난 일은 모든 사람이 봤듯이 너무 충격적”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브리핑에서 “미국은 동맹국들과 (러시아의) 책임을 논의할 것”이라며 “이는 국제형사재판소(ICC)나 다른 곳에서 다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은 전반적으로 신중한 모습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집단학살이라는 데 동의하느냐’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 이건 전쟁범죄다”라고 답했다. “(전범 재판을 위해서는) 정보를 더 모아야 한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설리번 보좌관도 “집단학살 수준까지 올라갔다고 인식하지는 못했다”고 밝혔다. ICC에서 범죄 심판이 가능한 집단학살 증거는 아직 확보하지 못한 만큼 전범 재판에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군사 작전 중 민간인 겨냥 공격은 제네바협약 위반으로 간주해 처벌이 가능하다.

그러나 푸틴 대통령이 민간인 학살을 직접 지시했거나 민간인 피해를 겨냥한 불법 공격을 명령했다는 점을 입증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미국은 일단 러시아의 잔혹 행위 증거 수집·분석을 돕고 책임을 묻기 위해 검사와 전문가로 된 팀을 지원하고 있다. 이 팀은 우크라이나 검찰총장의 전쟁범죄팀을 돕게 된다고 미 국무부는 설명했다.

미국 여론은 들끓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등 서방 지도자들이 부차에서 벌어진 일을 보고 전쟁범죄가 발생했다고 목소리를 높인 만큼 반드시 무언가를 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세계인은 그런 잔혹한 일을 저질러도 잠시 분노하고 말

뿐 결국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 추가 제재와 우크라이나 지원 지속 방침도 밝혔다.

미국은 러시아와 무역을 이어가는 일부 국가에 대한 ‘2차 제재’와 러시아 광물, 운송, 금융 산업을 겨냥한 제재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설리번 보좌관은 유럽과 협의 중인 제재에는 러시아 에너지 산업과 관련된 선택지도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러시아의 유엔 인권이사회 이사국 자격 박탈도 추진하고 있다.

설리번 보좌관은 “미국은 용감하게 조국을 지키는 우크라이나인들을 위해 군사·인도적·경제적 지원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16억5,000만 달러 규모의 군사 지원을 약속한 상태다.<정상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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