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성교육 칼럼 29] 봉사활동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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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진 (노스파크 대학 생물학 교수)
장재혁 (무디신학대 작곡과 교수)

오바마 대통령의 큰 딸이 이번에 대학에 입학을 하게 되어서 관심을 받고 있다. 특히 갭 이어 (gap year)를 선택해서 주목을 받고 있는데, 이는 대학에 합격을 받았지만 바로 입학하지 않고 1년 후에 입학을 허가해 주는 제도이다. 왜 대학 진학을 1년을 늦추어 가면서 갭 이어를 선택하는 것일까?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이유는 이 기간동안 세상 경험을 쌓고자 한다는 것이다.

 

경쟁이 살벌한 이 시대에 세상 경험을 위해서 공부를 1년 늦춘다? 더군다나 갭 이어를 선택한 대부분의 학생들이 이 기간을 사회단체나 오지에서 봉사활동으로 채운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더더욱 이해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이 생각은 봉사에 대한 생각, 세상을 보는 시각과 맞물려 있다. 세상을 나 자신만을 위한 성공의 장으로 여기고 열심을 다하고자 한다면 조금이라도 빨리 입학하고 졸업하여 경쟁의 틀에서 우위를 다져가야 할 것이다. 하지만 타인을 위해 내가 쓰임을 받을 수 있고 봉사할 수 있는 장으로 세상을 인식하게 된다면 이런 결정에 고개를 끄덕일 수 있을 것이다.

 

필립스 엑시터의 학생들이 참여하는 교환 학생 프로그램 중에 아일랜드의 장애우 시설에서 봉사하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12학년 겨울학기에 (엑시터는 3학기 제도이다), 기존의 틀에서 생각하는 ‘학구적’인 공부없이 몸을 움직여 장애우를 돌보고 그 커뮤니티가 자급자족 할 수 있도록 청소, 텃밭 관리 등의 일을 한다. 봉사활동과 매일 일기쓰기를 통한 자기 성찰로 한 학기 수업을 대신한다. 봉사활동 자체가 교육이라는 믿음 없이 불가능한 프로그램이다.

 

갭 이어가 부각되면서 ‘봉사활동’이란 따로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특별하고 부담스러운 것으로 이해될 소지도 있다. 사실 유럽에서는 오래전부터 명문대를 중심으로 이러한 갭이어 제도가 정착이 되었고 특히 왕가나 부유층의 자제들이 이 제도의 특혜를 누려왔다고 한다. 재력이 있어야 세상을 돌며 견문도 넓히고 부딪힐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제도를 다소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요즈음 갭 이어를 선택하는 학생들 중에는 가족을 돌보아야 하고 일을 해야만 하는 상황에 처한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 세계를 여행하며 견문을 넓혀가는 봉사가 아닌 생계형 봉사의 이유. 사실 봉사활동은 생활속에 녹아지는 것이 좋다. 물론 갭 이어나 아일랜드 교환 프로그램처럼 특별히 시간을 내서 할 수 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고도 폭넓고 깊이있는 봉사의 의미를 생활 속에 경험할 수 있다.

 

학교의 기본 철학에 “Non sibi” 즉 “자신만을 위하지 않는” 이라는라틴어 문구를 가지고 있는 필립스 엑시터는 교사, 스탭, 학생을 포함한 학교 전체가 늘 커뮤니티를 위해 봉사하도록 장려한다. 엑시터 학생의 전형적인 하루 일과를 보면 수업 시간 사이사이에 클럽 회의와 활동, 특히 봉사 클럽 활동이 포함되어 있다. 봉사의 상대를 직접 만나지 않고도 할 수 있는 일 (예를 들어 자연 재해 구조 펀드레이징을 위해 졸업생에게 전화를 하거나 편지를 쓰는 일), 봉사의 상대가 학교로 찾아오는 일 (예를 들어 인근 초등학생 무료 튜터링), 또는 봉사의 상대가 학교 가까이/캠퍼스 내에 있는 일 (예를 들어 캠퍼스 청소나 학교 자체 운영 어린이 집에서 아기들과 놀아주기) 은 하루 일과 안에 녹아있는 봉사활동이다.

 

예전 글에서 언급했듯이 이제 대학 입학제도가 개혁되고 있는 시기이다. 경제적인 사정으로 비용이 많이 드는 스포츠나 특별한 활동을 할 수 없고,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도와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없어서 과외 활동이나 봉사 활동을을 할 시간이 없는 지원자에게도 기회를 주어 그들이 가족을 돕고 일 하면서 보낸 시간과 경험을 존중하겠다는 의지가 매우 강하다. ‘생계형 갭 이어’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좋은 대학에 가려면 큰 돈을 들이고 시간을 따로 내어 아프리카에 가서 우물을 파야하는 것일까? 부모의 재력을 사용해 그런 ‘봉사활동’을 하고도 배우는 점이 없다면 학생 자신에게 아무 가치가 없다. 간병인을 고용할 수 없는 가정 형편때문에 학생이 직접 몇년간 할머니의 병수발을 하며 희생의 가치에 대해 배웠다면 훨씬 더 값진 경험이다. 삶 속에 녹아있는 다양한 모습의 봉사활동을 통해 인성이 자라고 앞으로 사회에 기여할 바탕을 만드는 경험. 우리의 자녀들과 학생들이 바른 봉사활동을 통해 이런 인성교육을 받았으면 한다.

 

이 글은 필자의 저서 “세계 최고의 학교는 왜 인성에 집중할까” (다산북스)의 내용이 참조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