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 문인회 방 두 표
사람이 마음에 동요(動搖)가 있으면, ‘활(弓) 그림자도 뱀(蛇)으로 보이고, 누워있는 바위도 범(虎)으로 보인다.’의 뜻의 앞부분의 글입니다. 이 글은 채근담(菜根譚) 후집(後集)에 나오는 글입니다. 원문은 ‘機動的, 弓影疑爲蛇蝎, 寢石視爲伏虎, 此中渾是殺氣, 念息的石虎可作海鷗, 蛙聲可當鼓吹, 觸處俱見眞機.’(기동적, 궁영의위사갈, 침석시위복호, 차중혼시살기, 염식적석호가작해구, 와성가당고취, 촉처구견진기.) 즉 마음이 흔들리면, 활(弓)그림자도 뱀(蛇)으로 보이고 누워있는 바위(石)도 호랑이(虎)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있는 것은 온통 살기(殺氣; 독살스러운 기운) 뿐이다. 마음이 가라앉으면, 석호(石虎; 왕릉 등에 곡장(曲墻)안에 세운 돌로 만든 호랑이)도 갈매기가 되고 개구리 소리도 음악 소리로 들을 수 있으니, 닿는 것마다 모든 참된 기틀을 보게 된다. 마음에 동요(動搖)가 일고 안정 되지 못할 때는 모든 일이 불안하고 위태(危殆)롭게 느껴집니다. 활 그림자도 마치 뱀같이 보이고 돌인데, 호랑이 같이 보여서 모두가 나를 해치려는 살기(殺氣)로 가득 찬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내 마음이 평정(平靜)되고 태평스러울 때는 호랑이도 갈매기도 제 모습대로 보이고, 개구리 소리도 음악소리로 들리는 것입니다. 마음의 평정을 되찾아 자연과 인생의 참된 뜻과 아름다움을 마음껏 관조(觀照)(지혜로써 사물의 실상을 비춰봄)하면서 살아가는 사람은 그것으로 이미 행복한 사람입니다. 마음에 동요가 일고 남과 갈등(葛藤)이 있을 때는 사물의 참된 모습은커녕, 만사(萬事)를 왜곡(歪曲)하여 보게 되고 슬퍼하고 두려워하면서 살아가게 됩니다. 앞에서 석호(石虎)도 살아있는 호랑이처럼 보였다는 말은 사기(史記) ‘이장군열전(李將軍列傳)’에 있는 이야기로, <이광>(李廣)이 사냥을 나갔는데, 풀 속에 누워있는 돌(石)을 보고 호랑이로 잘못 알고는 활을 쏘아 그 돌을 꿰뚫었다. 뒤 늦게 살펴보니 돌인 것이다. 화가 나서 다시 한 번 쏘아보았으나 그때는 돌을 뚫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마음에 동요가 일어 집중하지 못했기 때문이지요. 또, 열자(列子)에는 이런 말이 실려 있습니다. ‘갈매기(鷗;구)를 좋아하는 어떤 사람이 매일 같이 몇 백 마리의 갈매기와 함께 놀았다. 어느 날 그의 아버지가 갈매기를 잡아다 주면, 나도 그것을 가지고 놀겠다고 하므로, 그는 다음날 갈매기를 잡으러나갔으나 단 한 마리도 공중에서 내려오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갈매기도 그 사람이 마음에 동요가 있음을 알아챘다는 것이지요.’ 개구리 소리의 비유는 남사(南史) 공규전(孔珪傳)에 나오는 이야기로 규(珪)는 세상 잡일에는 통 관심이 없고 산수간(山水間)에 오두막을 짓고 살았는데, 뜰 앞에는 수풀이 우거지고 그 속에서 개구리(蛙)가 울었다. <왕안>(王晏)이 찾아와 악기를 연주하며 음악을 들려주고 있을 때, 그는 개구리가 우는 소리를 듣고는 귀가 따갑다고 하자, <규>는 말하기를 ‘내가 그대의 음악을 듣고 있으나, 저 개구리 소리만 못하다.’ 하자 그만 <왕안>은 얼굴에 부끄러운 빛을 감출 수 없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이처럼 마음에 동요가 있으면, 평상심을 잃고 헛것이 보이거나 들리며, 살기(殺氣)를 품게 된다는 것입니다. 갈매기나 개구리 같은 미물(微物)도 사람의 마음을 헤아려 보아 같이 놀다가도 사람 마음의 동요를 알아채고는 즉시 멀리 도망가 버리고 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