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6년만에···미시시피주 ‘인종차별’ 상징 문양 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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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미시시피 주의사당 앞에서 한 주민이 남부연합 문양이 있는 주 깃발을 들고 있다.[AP]

주 깃발서 남부연합 문양 삭제
공화당 주도하는 주의회 가결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으로 불거진 반 인종차별 흐름 속에서 미시시피주가 주깃발에서 백인우월주의와 인종차별의 상징인 남부연합 문양을 삭제한다. 1894년 제정 이후 126년만이다. 인종차별 반대 운동의 ‘역사 청산’이 또 다른 성과를 얻게 됐다.

미시시피주 하원은 지난 28일 주 깃발에서 남부연합 문양을 제거하는 안건을 찬성 91표 대 반대 23표로 가결했다. 이어 주 상원도 37대 14로 해당 안건을 통과시켰다. 주 상ㆍ하원 모두 공화당이 과반을 차지하고 있는 가운데 나온 성과다. 주 의회는 15일 이내에 현 주기 사용을 중단하고 9월까지 마련될 새 주기에는 미국의 공식 표어인 ‘우리는 신을 믿는다(In God We Trust)’는 문구를 포함하기로 했다. 주기의 교체는 11월 주민투표에서 최종 확정된다.

남부연합 문양은 남북전쟁 당시 노예 소유를 인정한 남부연합 정부의 공식 깃발을 의미한다. 붉은 바탕에 파란 줄이 엑스(X)자 모양으로 그려져 있고, 파란 줄 안에 13개의 하얀 별이 새겨져 있다. 미시시피주는 남북전쟁 종전 이후인 1894년 주 의회의 백인우월주의자들이 흑인의 정치적 힘이 강해진 것에 반발하며 남부연합 문양을 주기 좌측 상단에 삽입했다.

2003년 조지아주가 남부연합 문양을 주기에서 삭제하면서 미시시피주는 그간 미국 50개 주 가운데 유일하게 남부연합 문양을 주기에 사용해왔다. 하지만 이번 주 의회의 결정으로 미국 전역에서 남부연합 문양이 담긴 주기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됐다. 미시시피주가 126년이나 유지해온 깃발을 변경하기로 결정한 데에는 경제 문제가 원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 공화당 온건파는 “미시시피주의 투자 유치 부진은 인종차별이 잔존하고 있다는 위험성에서 비롯한다”고 주장해왔다. 브릭스 홉슨 주상원의원(공화)은 “경제 발전에 관심이 있다면 주기가 변경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2019년 미 경제분석국(BEA)의 조사에 따르면 50개 주 가운데 미시시피주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4만464달러로 가장 낮다.

채드 맥머핸 주상원의원(공화)은 이날 월스트릿저널에 “지역구 유권자 1만5,000명 중 1만명 이상이 주기 변경에 찬성한다”고 전했다. 현지 매체인 클래리언레저도 앞서 24일 주 유권자 가운데 55%가 남부연합 문양 삭제에 동의한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내놨다. 최근 들어서는 미시시피주립대 등도 주기 사용을 중단했다. CBS방송은 “미국대학체육협회(NCAA) 등에서도 주기 변경 없이는 미시시피주에서 행사를 주최할 수 없다고 압력을 넣었다”고 보도했다. 인종차별 반대 운동이 결국 보수의 아성으로 여겨지는 미시시피주를 변화시킨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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