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시카고 남부의 한 패스트푸드점에서 30대 남성을 총격 살해한 혐의로 체포됐다가 정당방위를 인정받고 풀려난 10대 소년과 그의 어머니가 경찰을 제소했다.
27일(현지시간) AP통신과 시카고 언론들에 따르면 시카고 남부 주민 칼리샤 후드(35)와 그의 아들(14)은 이날 회견을 열고 “경찰이 우리를 잘못 대우했다. 사실상 사건의 피해자인 우리를 체포해서는 안 됐다”며 “시카고시와 5명의 경찰관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사건은 지난 18일 밤 11시10분께 시카고 웨스트풀먼지구의 핫도그 가게 ‘맥스웰 스트리트 익스프레스’에서 벌어졌다.
후드는 주문한 음식을 기다리던 중 피해자 제러미 브라운(32)과 언쟁이 붙었고 브라운이 연거푸 폭력을 행사하자 가게 밖에 있던 아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도움을 청하며 총기 사용을 요구했다.
아들은 엄마의 요구대로 가게 안으로 들어가 총을 쏘기 시작했고 브라운이 몸을 피해 달아나자 엄마와 함께 뒤따라가며 총격을 계속했다. 결국 브라운은 현장에서 숨졌다.
경찰은 후드와 아들을 체포, 1급 살인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후드에게는 미성년자의 범죄행위를 부추긴 혐의도 추가됐다.
그러나 시카고시를 관할하는 쿡 카운티의 킴 폭스 검사장(51·민주)은 전날 후드 모자의 행동을 “자경단에 의한 정의”(vigilante justice)로 일컬으며 “공소 취하” 결정을 발표했다.
검찰은 “다양한 증거들이 나오면서 범죄사실에 대한 입증 책임을 지기 어렵게 됐다”며 “현장 동영상 확인 결과, 브라운의 행동이 죽음을 부른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후드의 변호인단은 “잘못된 체포와 기소 때문에 후드 가족의 평판이 크게 훼손됐다”고 주장했다.
현지 언론들은 후드 모자를 두둔하는 시카고 남부 흑인사회 운동가들의 목소리도 검찰의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도했다.
시카고시와 경찰관 5명은 악의적 기소, 잘못된 체포, 고의적인 심리적 고통 부가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하지만 시카고 경찰 당국은 “검찰이 후드 모자의 혐의를 취하했더라도 수사관들은 이 사건을 명백한 살인으로 보고 있다”는 입장이다.
일부 주민들 사이에서도 “검찰이 범죄에 너무 관대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