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미한 위반에도 100만 달러 벌금 폭탄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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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법 위반 공익 소송 ‘파가(PAGA)’ 급증

오렌지카운티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강모씨는 최근 파가(PAGA) 소송 통지서를 받고 당황했다. 집단소송은 들어보았지만 PAGA 소송은 처음 당해보는 것이기 때문이다. 강씨는 “올해 1월에 해고된 직원이 휴식 및 식사 시간 미준수를 이유로 파가 소송을 제기했다”며 “1년 전에 일했던 직원들까지 모두 포함해 40명에 대한 노동법 위반 벌금을 요구하는 내용에 고민이 크다”고 말했다.

파가(PAGA·Private Attorneys General Act) 소송이란 노동법 위반 사업체 적발과 직원 노동 환경 개선을 위해 공익 집단소송이 가능하도록 한 것으로, 엔데믹 시대에 들어서면서 급증하고 있다. 경미한 노동법 위반이라도 전·현직 직원들에 대한 벌금까지 모두 부과되는 PAGA 소송이 올해엔 7,000건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한인 업주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망되고 있다.

파가 소송은 임금 관련은 물론 식사 및 휴식 시간 위반 등과 같은 노동법 위반 사항에 대해 직원 본인이나 대리인이 관련 자료를 수집,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조항으로 불법 사업체 적발과 직원 근로환경 개선을 위해 만들어진 캘리포니아주의 독특한 규정이다.

파가 소송의 벌금은 첫 번째 위반은 임금 지급 시기를 기준으로 직원당 100달러이고, 후속 위반에는 200달러씩 부과된다. 벌금 총액 중 25%는 소송 원고들에게 돌아가고 나머지 75%는 주정부로 귀속된다. 파가 소송은 위반 업체의 전현직 직원들이 소송에 참여할 수 있는 집단소송의 성격을 갖고 있어 위반 사항이 2~3개만 되어도 엄청난 규모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

이같은 파가 소송이 올해 들어 급증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주 노동 및 노동력 개발청(LWDA) 자료에 따르면 파가 소송 건수는 지난해 5,818건에서 올해 들어 급증하면서 7,017건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인 업소들도 파가 소송에서 예외는 아니어서 식당, 학원, 온라인 샤핑업체에서부터 양로병원, 의류업체, 가구업체 등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다. 한인타운을 포함해 LA 카운티 지역내 업소들이 전체 파가 소송의 46.4%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 이를 대변하고 있다. 파가 소송 벌금 합의금도 상승을 거듭해 1건당 평균 110만 달러에 이를 정도로 소송 규모도 커졌다.

한인 노동법 변호사들에 따르면 파가 소송과 집단소송을 동시에 제기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 예전에는 파가 소송을 제기하기 전 직원 측 변호사가 LWDA에 노동법 위반 사항에 대한 조사 요구를 한 뒤 65일 지나도 LWDA가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파가 소송을 제기하는 게 수순이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먼저 집단소송을 제기하고 65일 뒤 파가 소송도 함께 제기하는 경향이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만큼 업주들의 배상과 벌금 부담은 더 커지고 있는 셈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일각에서는 파가 소송이 악용되면서 업주의 금전적 손실에 따른 부담이 늘어난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파가 소송의 원인이 되는 노동법 위반의 빌미를 제공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김해원 노동법 변호사는 “파가 소송 대상이 오버타임, 최저 임금, 식사 시간, 휴식 시간, 임금명세서 등 기본적인 노동법 준수 사항이란 점을 한인 업주들이 간과해서는 안 된다”며 “소송을 당하더라도 전문 변호사를 통해 잘 준비만 하면 충분히 방어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