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샌프란시스코 ‘로보택시 24시간 운행’ 후폭풍
▶ 10대 동시 멈추며 정체, 축제로 경로인식 오류…사고 위험, 택시기사 생계위협 등 시민 우려 커져
금요일이었던 11일 오후 11시쯤. 미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시내 한 교차로에서 제너럴모터스(GM)의 완전무인 자율주행택시(로보택시) 크루즈 10대가 이유 없이 멈췄다.
이들 차량이 약 15분 동안 움직이지 않은 탓에 운전자가 타고 있던 승용차 한 대가 크루즈 사이에 갇혀 오도 가도 못 했고 인근엔 정체가 빚어졌다. GM에 따르면 같은 시각 주변에서 큰 음악 축제가 열렸고, 이 때문에 통신 이용량이 몰리면서 크루즈의 경로 인식에 오류가 생겼다고 설명했다.
마침 전날(10일) 크루즈는 ‘샌프란시스코 안에서 연중무휴 운행을 해도 된다’는 캘리포니아 규제 당국의 승인을 받았다. 많은 시민들의 로보택시 확대 반대에도 24시간 운영권을 따낸 건데 불과 하루 만에 사고를 친 셈이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로보택시는 역시 안전하지 않다’는 시민들의 불신을 키우기엔 충분했다.
캘리포니아주 공공시설위원회(CPUC)가 샌프란시스코 내 로보택시 연중무휴 주행을 허가한 데 따른 후폭풍이 거세다. CPUC의 결정으로 샌프란시스코는 ‘세계 최초로 24시간 로보택시가 달리는 도시’란 타이틀을 거머쥐게 됐지만 정작 시민들 사이에선 불만이 들끓고 있다.
“캘리포니아가 자율주행 산업 선도를 위해 샌프란시스코 시민들의 안전을 볼모 삼았다”는 게 비판의 요지다. CPUC 승인의 효력은 즉시 발생했고, 로보택시 운영 업체인 GM 크루즈와 웨이모는 “운영 시간 등을 차츰 늘려 가겠다”고 밝혔다.
■ “샌프란 인구밀집도 미국 내 2위안전 장담 못 해”
로보택시 확대를 두고 현지에서 기대보다 우려가 큰 건 안전성 걱정 때문이다. 시 교통청에 따르면 2022년 상반기부터 일어난 자율주행차 관련 사고는 보고된 것만 약 600건이다. 사람을 치는 큰 사고는 없었지만 ①긴급 출동 중인 소방차를 가로막거나 ②주행 중 급정거하고 ③차선을 이탈하는 등 불완전한 모습을 보였다. 그나마 지금까지는 운행 시간대나 구역이 정해져 있거나(크루즈), 보조 운전자가 탔을 때만 유료로 승객을 받을 수 있었지만(웨이모) 이런 제한도 없어졌다.
시간대나 기상 상황 등과 관계없이 도심 주행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샌프란시스코는 미국에서 두 번째로 인구 밀도가 높은 도시로, 이 경우 안전을 얼마나 유지할 수 있을지 물음표가 달린다.
■택시·우버 기사 1만 명 생계 위협 받을 수도
여기에 로보택시의 증가는 샌프란시스코 내에 약 1만 명으로 추산되는 택시기사와 승차공유 서비스 우버·리프트 운전자의 수입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로보택시는 요금이 일반 택시나 우버보다 저렴하고 운전자에게 팁을 줄 필요도 없다. 현재 로보택시 약 300대 정도를 운영 중인 GM 크루즈는 이를 수천 대까지 늘리겠다는 계획이라 택시와 우버 운전자들의 일자리를 위협할 가능성이 상당하다.
더불어 로보택시를 성행위 등에 이용하는 사례도 증가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지역지 샌프란시스코 스탠더드는 최근 로보택시 안에서 성행위를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면서 크루즈와 웨이모 측이 이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전했다.
두 회사는 택시 안에서 음주 등 적절치 않은 행동을 한 것이 확인되면 계정 정지 등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이지만 현실적으론 막을 방법이 없어서 고심이 깊다고 한다.
<실리콘밸리= 이서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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