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을 둔 곳을 깜빡 하거나, 어제 먹은 저녁 메뉴가 생각나지 않으면 단순 건망증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이러한 빈도가 많다면 치매가 아닌지 걱정할 수 있다. 증상만 놓고 보면 초기 치매와 건망증은 비슷해 보이지만 이 둘은 분명한 차이점이 있다.
치매를 앓는 환자는 매년 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치매 환자는 2018년 51만명에서 2021년 60만명으로 늘어났다. 보통 70세 이상에서 발병하지만 50~60대 중년층에서도 치매 환자가 발생하고 있다. 치매는 여러 지적 기능이 저하돼 가족 등이 많은 고통을 겪는 질환이다. 치매가 중요한 이유는 우리 사회가 급속히 고령화되고 있어 사회적 비용도 증가하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어 깜빡하는 것은 치매가 아니다. 건망증은 어떤 사건이나 사실을 기억하는 속도가 느려지거나 일시적으로 기억하지 못하는 증상이다. 즉 어떤 사실을 잊었다가 귀띔을 해주면 금방 기억해 내는 현상으로 정상인에게도 흔히 발생한다. 다만 증상이 갈수록 심해지거나 다른 판단력이나 사고력의 저하가 동반될 경우에는 특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단순 기억장애에서 치매로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억장애는 치매의 증상 중 하나로 이름, 전화번호 등을 기억하기 힘들거나, 가스 불 위에 음식을 올려둔 것을 잊어버려 태우곤 한다. 물건을 어디에 두었는지 몰라 찾아 헤매기도 한다. 치매 증상은 기억장애 외에도 하고 싶은 말이나 표현이 금방 떠오르지 않고 물건 이름이 잘 생각나지 않는 언어장애, 시공간능력저하(방향감각 상실) 등이 나타난다. 초기에는 낯선 곳에서 길을 잃는 경우가 나타나다가 증상이 진행되면 집 안에서 화장실, 안방 등을 혼동하는 경우가 나타난다.
치매와 건망증은 다르다. 건망증은 일반적으로 기억력의 저하를 호소하지만, 지남력과 판단력은 정상적이어서 일상적인 생활에 지장을 주지 않는다. 건망증은 전체 사건에 대해서는 잘 기억하고 사건의 세세한 부분만 잊는다. 그리고 귀띔을 해주면 사건 전체에 대해 금방 기억한다. 반면 치매는 전체 사건에 대해서도 기억하지 못하고, 대화를 했다는 사실 자체를 잊는 등 귀띔을 해줘도 기억하지 못한다.
또 건망증은 병식이 있기 때문에 기억력 감소를 인지하고 메모 등으로 보완하려 노력하지만, 치매는 본인의 기억력 저하를 모르거나 스스로 인정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치매는 기억력 감퇴뿐 아니라 언어능력, 시공간 파악 능력, 인격 등 다양한 정신 능력에 장애가 발생해 지적 기능의 지속적 감퇴가 초래된다,
치매는 초기에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으며 기억력 등 인지장애가 먼저 나타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일상에 지장이 발생해 직업을 유지하거나 집안일을 하는데 어려움이 생긴다. 질환이 더 진행하면 배회, 화를 냄, 불면 등 다양한 행동 증상이 나타난다. 계산을 못하거나 길을 못 찾거나, 말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등 전반적인 인지능력이 떨어지면 치매를 의심해야 한다. 치매의 조기 진단이 중요한 이유는 원인이 매우 다양하고 적절한 치료를 통해 증상 호전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란병원 신경과 권경현 과장은 “건망증은 나이와 성별에 무관하게 나타날 수 있고, 기분 장애 등 정신건강의학과적 질환으로 정서적 어려움을 겪을 때, 나이가 드는 정상적인 노화과정에서도 늘어날 수 있다”며 “그러나 위에 언급한 원인과 상관없이 나이가 들수록 건망증이 점점 더 심해진다면 치매를 유발할 수 있는 질환이 원인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치매의 초기 증상은 의심하지 않으면 노화에 의한 자연스러운 증상으로 오해해 진단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치매 환자들이 갖는 초기 증상을 염두에 두었다가 의심이 된다면 신경과 전문의를 가능한 빨리 찾고 정밀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익경 시카고 한국일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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