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텍사스주, 불법이민자 체포·송환 입법…연방정부와 마찰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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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하원서 밤샘 토론 끝에 통과…공화 주지사 서명 수순

법학계 “주정부에 출국 명령 권한 없어”…멕시코 정부도 반발 예상

미국 남부 국경을 넘어오는 불법 이민자 문제로 조 바이든 행정부와 갈등을 빚어온 텍사스주가 불법 이민자를 직권으로 구금해 멕시코로 돌려보낼 수 있는 입법을 추진 중이어서 논란이 되고 있다.

26일(현지시간) 텍사스 주의회에 따르면 이날 오전 주(州) 하원에서 국경 보안을 강화하기 위한 세 가지 법안이 통과됐다.

이 가운데 찬반 투표 과정에서 가장 쟁점이 된 것은 주 경찰이 불법으로 국경을 넘은 이민자를 체포해 국경 너머 멕시코로 돌려보낼 수 있게 한 법안이다.

데이비드 스필러 주 하원의원이 발의한 이 법안은 멕시코에서 텍사스로 불법 입국하는 행위에 대한 범죄 조항을 신설하고, 주 경찰이 이를 위반한 불법 이민자를 구금·체포하거나 멕시코로 돌아가도록 명령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내용이다.

이 법안에 따르면 초범은 경범죄로 최대 180일 징역형에 처할 수 있으며, 불법 입국을 반복해서 저지른 경우에는 중범죄로 최대 2년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다.

텍사스주 의회는 상·하원 모두 공화당이 다수당이며, 공화당 소속 하원의원들은 이 법안을 속전속결로 처리하려 했다. 하지만 민주당 의원들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전날 저녁부터 밤샘 토론과 정회가 거듭됐다고 지역신문 텍사스 트리뷴은 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스필러 의원은 자신이 발의한 이 법안이 연방법을 넘어서는 것이 아니라면서 “불법으로 입국한 사람에게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가라고 명령하는 것은 불공평한 일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민주당 소속 빅토리아 니브 크리아도 주 하원의원은 국경 인근에 거주하는 미국 시민권자가 신분증을 소지하지 않은 경우 경찰관이 실수로 체포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멕시코 당국이 텍사스에서 다시 넘어온 멕시코 국적 외 이민자들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이 법안은 찬성 84표, 반대 60표로 통과됐다.

미 언론은 이 법안이 국경 안보 문제에 강경한 입장을 보여온 텍사스주 상원에서도 승인된 뒤 그레그 애벗 주지사의 서명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다.

공화당 소속인 애벗 주지사는 ‘론스타 작전’이란 이름으로 수년째 국경 경비를 강화하며 불법 이민자 문제에 강경하게 대처해온 인물이다.

이날 하원에서 통과시킨 다른 두 법안은 애벗 주지사가 추진 중인 국경 장벽 건설에 예산 15억달러(약 2조원)를 추가로 배정하는 법안과 밀입국 알선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법안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텍사스주의 입법 추진 상황을 전하면서 “지역 경찰이 불법 이민자를 체포할 수 있는 법안은 국경 치안에 대한 연방 정부 권한에 직접적인 도전을 제기한다”고 짚었다.

헌법 전문가들은 이 법안이 연방법 및 정책과 잠재적인 충돌을 일으킨다는 점을 지적했다고 NYT는 전했다.

하버드대 법학 교수인 제럴드 노이먼은 “어떻게 주정부가 멕시코 출신이 아니지만 멕시코를 경유한 사람들을 붙잡아 멕시코로 가라고 명령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하며 “텍사스는 멕시코가 동의하지 않은 사람들을 데려가도록 강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주정부가 사람들에게 출국을 명령할 권한이 있다고 인정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NYT는 이 법안이 불법 이민자들 가운데 연방법이 허용하는 망명 신청자에 대해서도 예외를 두지 않는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