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료에 팁 따로, 택스에도 붙어’…과도한 팁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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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후 ‘팁 플레이션’

금요일이었던 지난 27일 보험업을 하는 스티브 진씨는 지인들과 함께 평소 자주 가는 오렌지카운티 부에나팍의 한 한인 치킨 업소에서 간단한 회식을 했다. 이 치킨 업소는 그 지역에서 맛으로는 정평이 나 있는 집이었다.

생맥주를 곁들여 즐겁게 시간을 보낸 진씨는 계산을 하기 위해 청구서를 들여다 본 순간 눈을 의심했다. 계산서에는 음식값 61.68달러와 세일즈 택스 4.78달러에 자동으로 18%의 봉사료(gratuity)를 미리 붙인 78.42달러가 청구돼 있었고, 하단에는 팁 가이드라며 18~25% 사이에 내야하는 팁 금액이 적혀 있었다.

더욱이 종업원이 함께 갖고 온 카드 청구서에는 78.42달러와는 별도로 팁을 적는 칸이 있었고, 이 직원은 18%의 봉사료가 이미 가산됐다는 말도 하지 않았다. 진씨는 “청구서를 유심히 살펴 보지 않았다면 18%의 봉사료에 그만큼의 팁을 더해 음식값 보다 거의 40%를 더 내고 나올 뻔했다”며 “아무리 ‘팁플레이션(tip-flation)’의 시대라고 하지만 이건 너무 뻔뻔한 것 아니냐”고 황당해 했다.

팬데믹을 거치면서 팁과 관련된 논란과 분쟁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일부 한인 식당들과 주류사회 요식업소들의 과도한 팁 요구에 한인들의 불만이 높다. 가장 보편적인 불만사항은 원래 음식값에 세일즈 택스를 덧붙여 팁을 요구하는 행위다.

예를 들어 4인 가족이 고기 집에서 식사를 하고 200달러가 나왔다고 가정하면 음식값에 팁 18%(36달러)를 냈을 경우 9.5%의 세일즈 택스(17.50달러)를 합한 253.50달러가 총비용이다. 반면 음식값과 세일즈 택스를 합산한 217.50달러에 18% 팁(39.15달러)을 낸다면 가족이 지불해야 하는 비용은 256.65달러로 올라간다.

소비자 매체 ‘레딧’과 ‘오센틱’등은 “식당 팁은 고객이 종업원부터 받은 서비스에 대한 감사의 의미로 주는 것”이라며 “당연히 음식값 부문만 팁을 주는 것이 맞으며 택스를 합쳐 팁을 부과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맞지 않는다. 택스는 업소가 부담해야 할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팁 퍼센티지가 명시된 영수증을 발행하는 일부 식당들에 대해서도 한인 소비자들은 짜증스럽다는 반응이다. 직원들과 함께 LA한인타운의 유명 설렁탕 집에서 점심식사를 한 조모씨는 “종업원이 테이블로 태블릿을 가지고 와서 계산을 하려는데 택스를 합산한 가격에 18%, 20%, 22%, 25% 팁을 선택하도록 돼 있었다. 조씨는 “갑자기 태블릿을 들이밀면 마치 업소측이 정한 팁을 강요받는 느낌이 들어 기분이 좋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류 언론들에도 상당수 업소들의 과도한 팁 요구와 계산 방식을 지적하는 기사가 봇물을 이루고 있지만 대부분의 식당들은 꿈쩍도 하지 않는다. 하지만 고객이 있어야 팁도 있지 않느냐는 게 한인 소비자들의 한결같은 의견이다.

비즈니스 거래를 전문으로 하는 부동산 업자 신영철씨는 “미국 경제 상황이 심상치 않이 소비자들의 소비 심리가 곤두박질치고 있는 상황에서 과도한 팁 부담은 결국 손님들을 내쫓을 뿐”이라며 “예전에 잘 되던 식당들도 요즘은 손님들이 크게 줄어들어 매매 가격이 크게 낮아졌다. 음식값 부담 때문에 손님들이 없다면 궁극적으로 업소측과 종업원들에게도 불리하다”고 지적했다.

한의사로 일하는 김훈씨는 더 나아가 “업소들의 자정 노력을 기대할 수 없다면 소비자들이 직접 나서 불매 운동이라도 전개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