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행들 심사기준 강화, 한인은행도 대출 줄여
▶ 카드로 자금 마련키도 “내년까지는 보릿고개”
고금리 장기화로 한인 비즈니스 업계의 대출 가뭄이 극심해지고 있다. 한인 은행을 비롯 금융 기관들이 심사 기준을 까다롭게 하면서 신규 대출은 물론 론 연장도 힘든 상황이라 일부 사업자들은 어쩔 수 없이 신용카드 대출로 자금을 융통하는 상황이다.
8일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RB·연준)에 따르면 FRB가 최근 집계한 금융기관 고위 대출 담당자 조사(SLOOS)에서 33.9%의 은행들은 3분기에 대기업·중견기업 대출 기준을 강화했다고 응답했다. 전국 금융기관들이 대출 기준을 상향한 것은 연준이 올린 기준 금리 탓에 은행들 역시 자금을 유치하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한인 은행들 역시 대출에 대해서 깐깐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남가주 6개 한인은행(뱅크오브호프, 한미은행, PCB 뱅크, 오픈뱅크, CBB 뱅크, US 메트로 은행)의 3분기 실적을 살펴보면 대출 총액이 263억9,083만달러로 전년 동기(269억9,841만달러) 대비 2.3% 줄었다.
경기 둔화가 현실화하면서 일부 채무자들이 대출 상환에 실패하는 등 리스크 관리에 어려움이 커지자 신규 대출에 대해서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한인 비즈니스 오너들 입장에서는 자금 융통에 빨간불이 켜졌다. 과거 저금리 시대에서는 쉬웠던 대출이 높은 크레딧 점수는 물론 거액의 담보를 제공해도 쉽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3년 전에 사업을 시작한 한인 김 모씨는 “예전보다 요청하는 서류도 많고 대출 심사도 더 깐깐해져 자금 조달에 애를 먹고 있다”며 “금리가 오를 것을 각오하고 신규 자금을 구하는 중인데 대출을 받지 못하면 사업을 접어야 하는 상황이라 피가 말린다”고 밝혔다.
신규 대출을 받기도 힘들지만 고금리로 인한 이자율 상승으로 인해 론 페이먼트 부담도 대폭 늘었다.
한인 은행들이 많이 제공하는 부동산 대출의 경우 통상 5년, 7년 대출이 만기되면 이전보다 두 배 높은 현재 8%대 이상의 이자로 재융자를 해야 하는 것도 부동산 소유주들에게는 힘든 상황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사업자 대출로는 금기시 되는 신용카드를 활용해 소액이라도 자금을 융통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뉴욕연방준비은행에 따르면 9월 기준 총 신용카드 부채는 1조800억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해당 금액의 상당 부분이 생활비 외 사업 자금으로 쓰였을 수 있다는 게 뉴욕 연은의 분석이다.
연 이자율이 약 20.72%로 사상 최고인 상황에서 신용카드 대출을 사용하면 채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기 때문에 피해야 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금융기관 대출이 불가한 사업자들이 울며겨자먹기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당분간 이와 같은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은행들이 위기 상황이 끝날 때까지는 리스크 관리를 위해 섣불리 대출을 늘리기가 힘들다.
실제 현재 한인은행들도 대손충당금을 쌓는 등 향후 닥쳐올 위기에 대비하는 관리 경영에 집중을 하는 상황이다. 한 한인은행 관계자는 “수익성이 담보된 대출은 늘려야 하겠지만 관련 기준이 엄격해진 것은 어쩔수 없다”며 “주류 은행들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경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