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청소년 이번엔 등산로에서 극단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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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험 수위 10대 자살, LA카운티 5년새 2배

▶ 행동변화 잘 살피고 평소 대화·관심 가져야

LA 카운티에서 한인 등 10대 청소년 자살 문제가 위험 수위를 넘어서고 있다. 최근에도 19세 한인이 자살로 생을 마감해 또 다시 한인 10대 자살 사건이 발생했다. 또 LA 카운티의 올해 10대 청소년 자살 중간연령은 역대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평소 학부모와 주변인들의 관심과 올바른 대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LA 카운티 검시국의 공개 정보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19세 한인 김모군이 LA 카운티의 한 등산로에서 스스로 목을 매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세한 정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이는 올해 들어 벌써 세 번째 한인 청소년 자살이라는 점에서 충격을 주고 있다. 앞서 지난달 17일에도 17세 장모군이 주택에서 머리에 총격을 가해 자살했으며, 지난 3월2일에는 명문 사립고등학교에 재학 중이던 15세 박모양이 머리에 총격을 가해 자살하고 다음달인 4월 그의 아버지가 따라 자살하는 비극이 일어나기도 했다.

10대 청소년 자살은 한인 뿐 아니라 전반적인 사회 문제로 여겨지고 있는데, 최근 LA타임스는 검시국 자료 분석 결과 올해 LA 카운티에서 발생한 10대 자살의 중간 연령이 16세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 중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LA타임스에 따르면 지난해 가을학기가 시작된 2022년 8월 중순부터 올해 같은 시점까지 1년간 LA 카운티에서 30여명의 학생이 자살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중 약 3분의 2가 16세 이하 연령대였다. 이같은 수치는 그 이전 5년간 16세 이하 청소년들의 자살 건수보다 2배나 높아진 것이다.

LA타임스는 현대사회에서 청소년 자살이 증가한 가운데 소셜미디어, 조기발육, 총기 접근이 쉬운 점, 항우울제 처방 규제 강화, 호르몬 피임약 사용 등 원인으로 지목되는 요인이 많긴 하지만 명확히 증명된 것은 아니라고 전했다.

앞서 유나이티드 헬스 파운데이션(UHF)의 분석에 따르면 미국 15~19세 자살률은 2012~2014년 사이에 10만명당 8.4명이었으나 2018~2020년 사이에는 10.8명으로 늘었다. 이에 대해 이코노미스트는 코로나19 팬데믹과도 관련이 있다고 지적했다. 사회적 봉쇄로 인한 오프라인 수업 중단 등이 청소년들의 고립과 단절감을 키웠다는 것이다.

한인 청소년 정신건강 및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인타운청소년회관(KYCC)의 윤 박 클리니컬 수퍼바이저는 이에 대해 “드러나지 않은 정신건강 문제를 갖고 있는 청소년들이 많은 것으로 추측된다”며 “사람의 뇌는 20대 중반까지도 발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그만큼 청소년은 정신적 불안정성이 높고, 자살은 본래 청소년 사망원인 중 두번째로 많은 만큼 청소년 정신건강 문제는 중요하게 다뤄져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청소년 자살로 이어질 수 있는 다양한 원인이 있기에 부모들은 평소 자녀들의 변화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교회, 학교, 단체, 모임 등에서 어른들이 학생들과 자살충동에 대해 얘기하고 그 요인에 대한 의견을 나눠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어 “요인을 인식하는 것만으로도 큰 예방 효과가 된다. 또한 부모들은 자녀들이 가장 원하는 것이 누군가 자신의 말을 들어주고 이해해주고 자신을 사랑한다는 것을 느끼고 싶어하는 것임을 잊지 않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한인 부모들 중에 “아니야 너 괜찮아”, “별일 아니니 신경쓰지 말아라” 식으로 대응하는 경우가 있는데 자녀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고 오히려 대화의 단절을 불러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박 수퍼바이저는 “만약 어찌해야 할 지 모르거나, 자녀의 정신건강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전문가 또는 전문기관에 도움을 받는 것을 추천한다”고 덧붙였다.

<한형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