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의 대남 핵사용 위협 강화에 한미 맞대응도 구체화
▶ 일각선 ‘동맹도 거래’ 트럼프 재집권시 ‘핵우산에 구멍’ 우려
“북한의 핵 공격이 발생하면 미국이 알아서 핵 보복을 해줄 테니 안심하라는 것이 기존 미국의 핵우산이었다면, 지금은 처음부터 한미가 함께 생각하고, 준비하고, 연습하고, 핵 대응을 실행한다는 점에서 믿을 만한 확장억제(미국 본토 수준의 핵 억지력을 한국에 제공한다는 의미)를 준비하고 있다.”
15일 미국 국방부에서 열린 한미 핵협의그룹(NCG) 2차 회의를 마친 뒤 특파원단을 상대로 결과를 설명한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의 이 발언에는 4월 윤석열 대통령의 국빈 방미와 그 결과물인 워싱턴선언, 이날까지 2차례의 NCG 회의에서 한미가 추구하고 있는 바가 담겨 있었다.
김 차장은 북한의 핵 공격을 미리 방지하고, 만에 하나 핵 공격이 이뤄졌을 때 어떻게 대응할지에 대한 총체적인 지침(가이드라인)을 내년 중반까지 완성하기로 이번 회의에서 합의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내년도 자유의 방패(UFS) 훈련을 포함한 한미 연합훈련 내용에 핵 작전 시나리오를 포함하기로 하는 한편 미국의 핵 전력과 한국의 재래식 전력을 공동 작전 수행이 가능할 정도로 결합하기 위한 노력을 하기로 했다고 김 차장은 밝혔다.
또 핵 위기시 양국 정상이 즉각 통화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으며, 양국 대통령에게 문제 상황에 대비해 수시로 통화할 수 있는 휴대 장비까지 전달된 상황이라고 김 차장은 소개했다.
이와 같은 이번 NCG 협의 내용에서 확장억제와 관련한 한국의 보다 능동적 역할이 눈에 띈다.
물론 어떤 상황에서든 미국의 핵무기 사용은 미국 대통령이 최종 결정할 사항이다.
한동안 워싱턴선언에 명기된 확장억제 강화를 ‘핵 공유’로 볼 수 있느냐를 두고 논란이 일기도 했지만, 미국은 회원국 국방장관으로 구성된 ‘핵계획그룹(NPG)’을 1960년대말부터 운용해온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차원에서도 핵무기 사용 관련 결정 권한은 공유하지 않는다고 설명해왔다.
그럼에도 한미가 북한발 핵 위협과 핵 공격 등 상황을 상정한 공동 대응 시나리오를 만들어 훈련을 하는 한편 정상 간에 관련 소통 채널 구축에 나선 것 등은 의미가 작지 않다.
핵무기 사용 여부에 대한 결정까지 가는 소통의 과정, 그리고 그 후 실제 미국의 핵무기 사용이 수반된 대북 핵 보복 상황이 생길 때를 한미가 함께 준비하는 것은 미국의 핵우산을 한국 안보의 ‘상수’로 만드는 과정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한미가 이처럼 확장억제의 실행력 강화에 박차를 가하는 배경에는 우선 북한의 대남 핵무기 사용 위협이 자리하고 있다.
이미 다양한 사정의 핵무기 투발 수단을 확보한 것으로 평가받는 북한은 지난 9월 전술핵 공격 가상 발사 훈련을 실시하고, 전술핵공격 잠수함(김군옥영웅함)을 건조했다고 발표하는 등 한국을 향해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위협을 강화해왔다.
상대의 위협이 단순한 말이 아닌 행동으로 이뤄지고 있는 만큼, 미국의 핵무기를 활용한 한미의 반격 태세 구축 역시 구체성을 띠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또 미국 입장에서 적극적으로 한국과의 확장억제 실행력 강화 협의에 나서는 배경에는 한국의 독자 핵무장론을 견제하는 측면이 있다고 외교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한미동맹에 입각한 핵우산 제공 공약과 한국의 독자 핵무장은 공존할 수 없다는 입장이 명확하다.
그 입장 아래, 한국이 ‘비핵국가’로 남더라도 미국의 핵우산을 믿을 수 있게끔 하기 위해 미국도 나름의 노력을 하고 있는 셈이다.
누구도 대 놓고 말하진 않지만, 내년 대선에서 점점 현실성을 더해가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재집권 변수가 한미의 확장억제 강화 ‘속도전’에 보이지 않는 배경이 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 바이든 행정부의 ‘동맹 중시’ 기조는 트럼프 집권 2기가 출범할 경우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작지 않은데, 동맹도 철저한 ‘거래’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할 경우 미국의 핵우산 공약도 약화할 수 있다는 것이 적지 않은 외교·안보 전문가들의 우려 사항이다.
최근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북한의 핵 보유를 사실상 용인하는 기조 하에, 핵 동결과 제재 완화를 맞교환할 수 있다는 미 언론(폴리티코) 보도도 나왔다.
즉 한미의 확장억제 강화 노력에는 양국 내부의 정치적 변수에 타격을 덜 받게끔, ‘대못박기(확장억제 제도화)’를 시도하고 있는 측면이 있을 수 있어 보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