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왕이 외교부장, 北박명호 부상과 베이징서 회담…”북중 전통적 우의는 귀중한 자산”
▶ 中 외교부 “군사적 압박은 역효과” 한미일에 책임전가…한미일 vs 中 입장 차 ‘현격’
한국과 미국, 일본이 18일(현지시간)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에 강력하게 반발하며 3국 간 대북 공조 공고화에 나섰지만, 중국은 ICBM 발사 당일 북한과 밀착을 과시하며 북한에 대한 지지를 다시 한번 천명했다.
중국 외교수장이 북한 외무성 고위급 인사와 만나 양국 간 협력 확대를 약속했고, 중국 외교부는 “군사적 압박은 역효과가 난다”며 한미일 안보협력이 정세 악화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북한 문제를 놓고 중국과 한미일 간 ‘현격한’ 입장 차를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으로 보인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중국을 방문 중인 박명호 북한 외무성 부상은 이날 오전 베이징에서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과 회담했다.
중국 외교부는 박 부상이 외교 협상을 위해 중국을 찾았다고 설명했다.
왕 부장은 이 자리에서 “중국과 조선(북한)의 전통적 우의는 양당·양국의 전 세대 지도자들이 직접 수립한 것으로 양측의 귀중한 자산”이라며 “양당·양국 최고지도자의 전략적 인도와 관심으로 중국과 조선의 전통적 우호가 새로운 시대에 더욱 빛난다”고 말했다.
이어 “분쟁이 교차하는 국제 정세에 직면해 중국과 조선은 항상 서로를 지지하고 신뢰했으며 우호 협력의 전략적 의미를 분명히 했다”며 “중국은 항상 전략적 고도와 장기적 관점에서 중·조 관계를 바라보고 조선과 소통과 조정을 강화하며 각 분야 교류와 협력을 심화하기를 원한다”고 강조했다.
또 “내년 수교 75주년 기념행사를 잘 개최해 중·조 우호 협력 관계의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발전을 추진하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박 부상도 “조선은 중국과 함께 수교 75주년을 계기로 조·중 형제 우의를 공고히 하고 양국 관계를 끊임없이 발전시키기를 원한다”며 “조선은 계속해서 중국과 함께 다자간 협력을 강화하고 공동이익을 수호하며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수호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외무성 중국 담당 부국장, 주중 북한대사관 공사 및 임시 대리대사 등을 지낸 ‘중국통’이다.
이날 왕 부장과 박 부상 간 회담에서 북한의 ICBM 발사 문제가 거론됐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북한 ICBM 발사 당일 국제사회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왕 부장이 박 부상과 양자 회담을 갖고 그 자리에서 ‘지지·신뢰·우호 협력’이라는 단어를 언급했음을 중국 측이 공개한 것은 한미일의 강력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향후 북한과 협력에 더 무게를 두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중국은 북한의 군사정찰 위성 발사를 계기로 지난달 27일(현지시간) 열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회의에서도 “어떤 국가도 자국의 안보를 위해 다른 나라의 자위권을 희생시킬 수 없다”며 북한을 감싼 바 있다.
중국 외교부는 회담 몇시간 뒤인 오후 정례브리핑에서는 북한의 ICBM 발사를 문제삼지 않고 오히려 한미일 안보협력 등을 정세 악화의 원인으로 돌렸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북한의 ICBM 발사에 대한 논평 요구에 “한반도 문제는 복잡하게 얽혀 있다”며 “군사적 억제력을 통한 압박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방법은 통하지 않으며 역효과를 내고 갈등을 더욱 격화시키며 긴장을 고조시킬 뿐”이라고 말했다.
한미일이 연내 가동에 들어가는 미사일 경보정보 실시간 공유 체계를 비롯해 미국의 핵(원자력) 추진 잠수함 미주리함의 부산해군기지 입항 등 한미일 안보 협력을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왕 대변인은 이어 “대화와 협상만이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는 근본적인 길”이라며 “관련 당사자들이 한반도 문제의 원인을 똑바로 보고 실제 행동으로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 과정을 추진하며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중국은 북한의 잇따른 미사일 도발과 관련, 한미일과는 달리 북한 비판에 거리를 둬왔다.
대신 미국을 포함해 한반도 문제와 관련된 각 당사국이 냉정과 자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실제 왕 위원은 지난달 27일 부산에서 열린 한중일 외교장관회의에서도 한일 양국이 북한 도발에 대한 우려를 표시한 것과는 달리 “급선무는 형세의 완화로, 대화 재개를 위해 필요한 조건을 만들고, 이를 위해 의미 있는 행동을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중국 외교부가 브리핑에서 전한 바 있다.
당시 일본 요미우리 신문은 “박진 한국 외교부 장관과 가미카와 요코 일본 외무상은 기자들에게 공개된 모두 발언에서 북한 문제를 거론했지만,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은 언급하지 않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