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 ‘성역도시 정책’ 불똥튄 교외도시… “여긴 성역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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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n Lund from Reno, Nevada, USA, CC BY-SA 2.0 , via Wikimedia Commons

시카고 인근 그런디 카운티의 55번 주간 고속도로(I-55) 출구 근처 2곳에 대형 전광판이 세워졌다.

“불법이민자 이송 버스는 이번 출구로 빠질 수 없습니다”(NO MIGRANT BUSES THIS EXIT)라고 씌인 전광판이다.

28일 시카고 언론들에 따르면 시카고 남서부 교외지역에 해당하는 그런디 카운티는 미국 남부 국경발 불법이민자 이송 버스가 관할구역 내에 진입·정차하는 것을 막기 위해 지난주 스스로를 ‘비(非)성역 카운티’로 선언하는 결의안을 통과시키고 전광판을 세웠다.

결의는 “우리는 제한된 사회복지 예산을 그런디 카운티에 합법적으로 거주하면서 지원을 필요로 하는 노인·빈곤층·재향군인·노숙자 등에게만 사용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텍사스주를 비롯한 남부 국경지대 지자체장들이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래 홍수처럼 유입된 중남미 출신 불법입국자들을 자체적으로 감당할 수 없다며 ‘성역도시'(불법체류자 보호도시)를 자처하는 민주당 주도의 북부 대도시들로 보내다 시카고시가 버스 단속에 나서자 인근 교외도시들에 이주민들을 떨구고 있는 데 대한 비상 대응책이다.

켄 브라일리 그런티 카운티 보안관청장은 “그들(불법입국자)이 목적지도 없이 그런디 카운티에 떨궈지는 불행한 상황이 빚어지지 않기를 바랐다”면서 “주민들과 지자체 관리들이 긴급회의를 열어 긴급 대응책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송 버스 기사 중 누군가가 이곳을 시카고 진입로로 오판할까 봐 시카고를 향해 계속 가도록 안내한 것”이라며 “다행히 진입을 강행한 버스는 없었다”고 밝혔다.

카운티 측은 추후에라도 이송 버스가 관할구역에 불법입국자들을 내려놓으면 경찰·비상관리국 요원들을 동원해 시카고로 보낼 계획이다.

드류 머플러 그런디 카운티 위원회 부의장은 “우리도 시카고시나 인근 오로라 시처럼 당국의 승인 없이 불법입국자들을 몰래 떨구는 버스를 압류 조치하고 버스 회사에 벌금을 부과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앞서 시카고 교외도시 네이퍼빌·오로라·폭스리버그로브·엠허스트·시세로 등에 당초 시카고가 목적지였던 남부 국경발 불법입국자들이 떨궈져 지자체 주민들의 반발을 산 바 있다.

또 일리노이 중부 캥커키 카운티의 법집행관들은 지난 21일 오전 4시30분께 관할구역 내 주유소에 남부 국경발 불법입국자 30~40명이 떨궈졌고 이들 중 일부가 담요를 두른 채 고속도로 위를 정처 없이 걸어 이동하다가 경찰에 발견됐다며 관리나 통제가 전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고 개탄했다.

이 와중에 그레그 애벗 텍사스 주지사는 “성역도시를 표방하는 시카고가 우리의 버스 이송 미션을 방해하고 표적으로 삼기 시작했다”며 항공편 이송을 확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한편 브랜든 존슨 시카고 시장은 28일 같은 성역도시 정책을 표방하고 있는 민주당 소속 에릭 애덤스 뉴욕 시장·마이크 존스튼 덴버 시장과 화상회의를 통해 한자리에 모여 중남미 출신 불법입국자·우크라이나 난민 등 망명희망자 급증이 빚어낸 문제들을 열거하면서 연방정부 지원금 확대 및 지자체간 협력을 촉구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