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기 때 기득권 펜스의‘배신’… 되풀이 안돼”
▶ 러닝메이트 후보로 스터파닉 하원의원 급부상
▶트럼프 충성파, 반유대 청문회서 주목 받아
공화당의 유력 대선 주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캠프 내에서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가 부통령으로 임명되는 것을 막으려는 권력 다툼이 거세지고 있다고 정치매체 폴리티코가 18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헤일리를 싫어하는 트럼프 캠프 인사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헤일리를 대통령 승계 1순위인 부통령으로 둘 경우 공화당 내부에서 쿠데타가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상원의 전통적인 공화당 의원들이 어떻게든 트럼프를 자리에서 몰아내고 자기들과 정책 기조가 비슷한 헤일리를 대통령으로 만들려고 할 것이라는 우려다.
트럼프를 적극 지지하는 맷 게이츠 하원의원은 폴리티코에 “니키 헤일리가 부통령이 되는 것은 기득권인 네오콘의 판타지이자 마가(MAGA) 공화당의 악몽이 될 것”이라며 “그녀는 취임 첫날부터 부통령 관저를 반트럼프 저항군 사령부로 만들어 그의 모든 행동을 방해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보수주의자를 의미하는 네오콘은 국제 문제에 대한 적극적인 개입을 주장하는 이들로,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공화당 주류를 형성했으며 헤일리 전 대사의 외교 기조와 비슷하다.
반면 트럼프 지지 세력인 마가 공화당은 미국 우선주의를 강조하며 미국이 ‘세계의 경찰’ 역할을 하는 것을 반대해 주로 상원에 포진한 전통적인 공화당 의원들과 충돌해왔다. 폴리티코는 공화당이 두 부류로 갈라진 상황에서 트럼프가 누구를 부통령으로 임명하느냐가 당의 정체성을 결정할 수 있어 헤일리에 대한 저항이 거세다고 평가했다.
적극적인 외교를 선호하는 공화당 매파는 헤일리를 같은 편으로 여기지만, 맷 게이츠 의원 같은 비개입주의자는 헤일리의 국가안보관이 미국 우선주의와 정반대라고 생각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도 헤일리에 반대하는 인사 중 한 명으로, 그는 지난 15일 아이오와주 디모인에서 열린 코커스(당원대회)에서 헤일리 전 대사가 연설을 마친 뒤 무대에 올라 그녀의 외교정책 기조를 비난했다.
그는 “니키 헤일리는 세계에서 일어나는 모든 전쟁에 참여하고 싶어 한다”면서 자신의 아버지가 다시 대통령이 되면 미국은 “절대 끝나지 않는 또 다른 전쟁에 다음 세대를 죽으라고 보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폴리티코는 헤일리에 대한 반대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화당의 전통주의자들과 화해할 것이냐는 문제이기도 하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충성파들은 첫 임기 때 마이크 펜스 당시 부통령 같은 기득권 공화당 인사들이 백악관과 의회에서 트럼프를 계속 제지했다면서 이들을 다시 기용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펜스는 2020년 대선 패배 결과를 뒤집으라는 트럼프의 지시를 따르지 않아 트럼프 지지자들에게 ‘배신자’로 낙인됐다.
폴리티코는 트럼프가 내부 반대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사람들의 반응을 보기 위해 헤일리의 부통령 기용에 대한 의견을 묻는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트럼프가 헤일리에게 손을 내밀지는 오는 23일 뉴햄프셔 경선에서 결정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폴리티코는 트럼프가 자신에게 충성하지만 광적이지 않을 것, 능력이 뛰어나지만 자신보다 부각되지는 않을 사람을 부통령으로 원한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트럼프의 러닝메이트(대선 출마 시 부통령 후보)로 엘리즈 스터파닉(39) 연방하원의원(뉴욕)이 급부상했다고 NBC뉴스가 18일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지난달 말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자택인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측근들과 함께 한 만찬 도중 부통령감으로 스터파닉 의원이 언급됐다. NBC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측근과 트럼프 행정부 시절 당국자 등 관련 상황을 잘 아는 인사 8명을 인용해 당시 만찬 참석자들이 반유대주의 논란 관련 의회 청문회에서 명문대 총장들을 거세게 몰아붙인 스터파닉 의원을 격찬했다고 전했다.
당시 만찬 자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스터파닉 의원을 러닝메이트로 지명하는 선택지에 대해 고개를 끄덕였으며 “그녀는 킬러”라고 말했다고 한 참석자는 말했다. 이 만찬 이후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측근들은 스터파닉 의원을 러닝메이트 후보로 더 자세히 살펴보기 시작했다고 관계자들은 전했다.
스터파닉은 고향인 뉴욕주에서 2014년부터 다섯차례 연속 연방 하원의원을 지냈다. 의회 입성 초기에는 공화당 내 온건파에 속했으나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선 뒤 점점 우경화해, 현재는 대표적인 친트럼프 성향 강경파 의원으로 꼽힌다.
스터파닉 의원은 2019년 민주당이 ‘1차 트럼프 탄핵’을 시도했을 때 방어에 앞장섰고, 2020년 대선 결과 뒤집기 시도와 관련해서도 트럼프 전 대통령을 강하게 옹호했다. 내년 대선 후보 경선과 관련해서는 이미 지난해 11월 트럼프를 지지한다고 선언했다.
스터파닉 의원은 또한 연방하원이 아이비리그 명문대 학생들의 반유대주의 움직임과 관련해 지난달 열린 청문회에서 하버드대, 펜실베니아대(유펜), 매사추세츠공대(MIT) 총장들을 압박해 주목받았다.
스터파닉은 젊은 여성 정치인이라는 점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약점을 보완하는 요소도 갖췄다. 또한 민주당이 강세인 뉴욕주에서 5선에 성공했고, 하원에서 당내 서열 3위인 의원총회 의장을 맡고 있으며, 모금 능력도 뛰어나다는 장점도 지니고 있다고 NBC는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