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가장 우울한 사회”…미국 인기 심리연구가 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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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일상을 살아가는 시민 [연합뉴스 자료사진]

▶ “위기 뿌리는 한국전쟁…유교문화 잔재도 외로움 심화”

▶ “개개인 해결 노력은 최고…회복탄력성 보면 진짜 슈퍼파워”

인구 10만명당 자살자 수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부동의 1위를 기록하는 등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 한국의 정신건강위기와 관련해 미국 유명 심리연구자가 제작한 영상이 화제다.

‘신경 끄기의 기술'(2016) 등 저서가 뉴욕타임스(NYT) 베스트셀러에 오르면서 유명해진 작가 겸 인플루언서 마크 맨슨은 최근 자신의 유튜브 계정에 ‘세계에서 가장 우울한 국가를 여행했다” 제하의 영상을 업로드했다.

한국 방문 기간 제작한 24분 4초 분량의 영상에서 맨슨은 “한국의 정신건강위기를 이해하려면 90년대 인기 비디오게임인 스타크래프트에서 시작해야 한다”면서 “주목할 점은 여기에서 도출된 성공 공식이 여러 산업에 복제됐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예컨대 K팝 스타는 어린 시절 오디션으로 모집돼 기숙학교에 보내지고 스포츠 선수도 마찬가지다. 심지어 삼성도 기숙사와 교통수단, 병원 등 네트워크를 갖춰 직원들이 말 그대로 직장을 떠날 필요가 없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잘하는 일을 더 잘하도록 강요하고, 가능한 우수한 결과를 내기 위해 강력한 사회적 압력과 경쟁을 가하는 건 효과적 공식으로 입증됐지만, 심리적 낙진을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맨슨은 유치원 시절부터 시작되는 입시경쟁 등 지나치게 압박적인 문화가 형성된 것이나 ‘전부 아니면 전무’라는 한국인의 완벽주의 성향을 이해하려면 “한국의 역사, 특히 북한과의 갈등을 이해해야 한다”면서 “20세기 한국의 경제적 기적은 야심이나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였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그는 인구의 15%가 숨진 잔혹한 전쟁을 겪은 한국은 북한의 위협 아래 최대한 빨리 발전할 수밖에 없었고, 정부가 이를 위해 도입한 가혹한 교육체계는 한국 젊은이들에게 엄청난 부담을 안겼다고 지적했다.

결국 경제는 성장했지만 “한국에선 노인 자살률이 치닫고 젊은 세대에게는 큰 두려움을 안겨줬다”면서 모두를 위해 스스로를 희생할 것을 강요하는 유교 문화가 뿌리깊은 것도 ‘사회적 고립과 외로움’을 심화했다고 맨슨은 진단했다.

맨슨은 “한국인은 유교적 기준으로 끊임없이 평가받는데 문제는 그 와중에 개인적 성과를 내라는 압박도 받는 것”이라면서 “한국은 불행히도 유교의 가장 나쁜 부분은 남겨두고 가장 좋은 부분인 가족·지역사회와의 친밀감은 버린 듯 하다”고 말했다.

또 “자본주의 최악의 측면인 물질주의와 생활비 문제를 가진 반면, 가장 좋은 부분인 자기실현과 개인주의는 무시했다”면서 “개인적으로는 이런 상충되는 가치관의 조합이 엄청난 스트레스와 절망으로 이어졌을 수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다만, 그는 자신이 만난 한국인들은 이런 문제를 숨기긴 커녕 적극적으로 인정하고 해결책을 찾으려 해 놀랐다면서 “세계적으로 드문 이런 회복 탄력성(resilience)이야말로 한국의 진짜 슈퍼파워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한국의 문화와 역사를 보면 어떤 어려움과 도전에 처하든 항상 길을 찾아왔다는 점을 알게 된다”면서 “새로운 실존적 도전에 직면한 그들이 또다시 길을 찾을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