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유죄 대비?…‘안방’서도 뒤지는 헤일리 버티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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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선 패해도 남는 장사?
▶“공화 또 지면 안돼” 언급
▶차기 주자 위상 굳히기

공화당의 대선 후보 경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승리가 사실상 확정된 상황에서도 마지막 남은 경쟁 후보인 니키 헤일리(사진·로이터) 전 대사가 경선 선거운동을 계속하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헤일리 전 대사는 지난달 ‘뒤집기’를 기대했던 뉴햄프셔주 프라이머리(예비선거)에서 패배하자마자 자기 고향인 사우스캐롤라이나로 달려갔다. 그러나 사우스캐롤라이나 프라이머리(24일)가 2주여 앞으로 다가온 현재까지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30%포인트 정도의 격차로 계속 뒤지고 있다.

그런데도 헤일리는 계속 경선에 도전하겠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어 헤일리 전 대사가 무슨 셈법에서 경선을 계속 강행하는지 궁금증을 키우고 있다.

지난달 23일 뉴햄프셔주 프라이머리에서 54.3%를 득표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뉴햄프셔주 다음 경선인 8일 네바다주 코커스(당원대회)에서 100% 승리를 예약한 상태다. 공화당 전국위가 대의원 26명을 할당한 네바다 코커스에 트럼프 전 대통령만 후보 등록을 했기 때문이다. 대신 헤일리 전 대사는 6일 개최된 네바다주 주관의 프라이머리에 입후보했다. 그러나 공화당 전국위원회 방침에 따라 프라이머리에는 전당대회에서 대선 후보를 결정하는 데 필요한 대의원이 배정되지 않는다.

공화당의 네바다주 다음 경선지역인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의 격차도 여전하다. 헤일리 전 대사는 고향인 이곳에서 주지사를 지냈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에 평균 32%포인트 차로 지고 있다.

나아가 대규모 대의원이 걸린 수퍼화요일(3월5일) 등이 있는 3월에도 헤일리 전 대사가 기대를 걸만한 경선 지역은 없는 상황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전국 여론조사에서는 50~60%포인트 앞서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헤일리 전 대사는 전날 보수 성향의 폭스뉴스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진행자가 사우스캐롤라이나의 여론조사에서 트럼프를 이기지 못하는 상황에 대해 묻자 “왜 사우스캐롤라이나 투표 때까지 기다리지 못하느냐”고 반문한 뒤 “나는 아무 데도 가지 않는다. 아직 48개 주 선거가 더 남았다”면서 후보 사퇴 의사가 없다고 재차 밝혔다.

이처럼 헤일리 전 대사가 불퇴전의 의지를 굽히지 않는 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형사 기소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최종적으로 대선 출마를 못 하는 상황에 대비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고 의회 전문매체 더힐이 이날 보도했다.

사우스캐롤라이나 기반 공화당 전략가인 알렉스 스트로맨은 “트럼프에게, 또 이번 선거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누가 아느냐”면서 “그녀는 대안이 되기 위해 버티고 있다. 내 생각에 그녀의 엔드게임(게임의 최종단계)은 공화당 후보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블룸버그통신의 지난달 31일 여론조사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여전히 네바다 등 7개 경합 주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을 상대로 우위를 이어가고 있으나 유죄가 확정될 경우 판세가 바뀔 수 있다는 징후가 나타난 바 있다. 당시 전체 응답자의 53%와 공화당원 지지자의 23%는 각각 2020년 대선 결과 뒤집기 혐의 등으로 기소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유죄 판결을 받을 경우 트럼프 전 대통령을 찍지 않겠다고 답했기 때문이다.

헤일리 전 대사는 전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유죄를 받을 경우를 대비하고 있느냐는 취지의 질문에 대해 즉답을 피한 뒤 “법원 문제는 법원 자체의 문제”라면서 “나는 공화당이 또다시 선거에 지면 안 되기 때문에 경선에 계속 남아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공화당 안팎에서는 헤일리 전 대사가 2028년 대선을 시선에 둔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는 선거 운동을 계속하면서 언론과 유권자의 관심이 이어질 경우 차기 대선 주자로서의 위상을 굳힐 수 있다는 의미다. 헤일리 전 대사는 지난 3일 인기 시사 코미디 프로그램인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SNL)’에 출연하기도 했다. 데이브 윌슨 공화당 전략가는 “헤일리가 트럼프를 이기지 못해도, 헤일리는 2028년으로 가는 최고의 위치에 있을 가능성이 크다”라고 말했다.

지난달에만 165억 달러의 자금을 모금하는 등 선거운동에 필요한 실탄이 넉넉한 것도 헤일리 전 대사가 경선을 계속할 수 있는 이유로 꼽힌다. 나아가 일각에서는 공화당 및 무당층 중도 보수의 지지를 받는 헤일리 전 대사가 중도성향 정치단체 ‘노 레이블스’와 함께 무소속으로 대선에 나갈 수 있다는 관측도 내놓고 있지만 헤일리 캠프는 부인한 상태다.